게임업계가 일손을 놓고 있다. 마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손을 털겠다는 요량이 아니면 이렇게 할 수 없다. 사연을 들어보면 신명나는 일이 없기 때문이란 것인데, 그렇다고 멍하게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때인가.  

 우선 매출 부진이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표는 솔직히 경기 침체와 밀접한 관계가 없다. 오히려 경기가 불황일 때 더 호황을 누려왔다. 따라서 업체들의 매출부진은 예상치 못한 복병이며, 뜻밖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인과 관계가 불확실한 건 없다. 분명한 사실은 소비자(유저)의 니즈(욕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게임에 대한 사회의 눈이 보다 더 엄격해 졌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시행된 셧다운제와, 이어 추진된 게임시간 선택제는 실효성 여부를 떠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는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여가 문화 또는 오락의 한 지류로 게임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폭력과 도박 혹은 중독을 유발시키는, 사회악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 구조적 현상으로 보면 게임업계의 매출 부진은 필연적이며 업보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는 모바일 게임시장의 급격한 성장이다. 최근의 트렌트는 단연 모바일이라고 할 만큼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PC의 상징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 총액이 모바일 안드로이드를 보유한 구글에 밀려 후순위로 돌려진 것은 모바일이란 트렌드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모바일 게임업체인 컴투스가 업계 최초로 1000억대의 매출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게임업계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계 전체가 놀라고 있다. 한마디로 모바일 게임분야는 상전벽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반추해 보면 온라인 게임업계의 행보는 아주 위축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 다른 한가지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각이다. 남의 집 솥이 바뀌든지, 팔리든지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기에는 엔씨소프트와 김택진 사장의 업계 상징성과 존재감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상당수 관계자와 게임인들은 그와 엔씨소프트가 지분 매각과 관련해 어떤 경우라도 상처받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게임업계의 최근 동향은 패닉 현상에 의한 무언의 시위와도 같은 것인데, 그렇다고 이같은 현상을 받아들이며 일손을 놓고 있어야 하느냐는 점이다. 

 외면하지 말고 받아들이면서 극복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좀 더 현실적인 표현을 빌어쓰면 이럴 때 일수록 시장변화에 대응하면서, 자기 혁신과 내부 개혁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된 자가 먼저된다’는 성경 귀절은 시장 경제에서도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의 유명한 소셜 게임업체 징가(Zynga)의 추락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않고, 자기혁신을 이루지 않으면 언제든 닥쳐올 불행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7년 카드 게임인 ‘텍사스 훌덤 포커’와 ‘마피아 워즈’ ‘시티 빌’ 등 소셜 게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징가의 CEO 마크 핀거스는 월사용자 4000만에 3억에 달하는  유저 풀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2010년 징가의 한해 매출은 전년대비 2.5배에 이르는 6억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세는 그 이후로 곤두박질 쳤다.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2281만 달러가 줄어든 3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징가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저의 니즈는 변하는데 이를 무시한 채 뒷북만 쳤고, 내부 혁신을 꾀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CEO의 탐욕까지 드러나면서 징가는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그루폰 등과 함께 4대천왕으로 불린 명성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게임업계가 멈춰선 발을 떼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 매출에 연연하거나 얽매일 때가 아니다. 트렌드가 모바일이고 소셜 네트워크게임(SNG)이면 이를 위해 다각화하거나 고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어떤 자극을 줘서라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지난 과거의 영화에 연연하거나 유유자적 하다가는 낙오자만 될 뿐이다. 결정적인 것은 주어진 시간과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게임은 살아서 움직이는 동물과 같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변화의 물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뒤를 돌아보는 이가 가장 우둔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젠 발품이라도 팔아야 할 때다.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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