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에 지분을 매각한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분야별 종사자에 따라 극명했다.

한쪽에서는 시의 적절하지는 않지만 마땅히 그럴 수 있고,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황당하며 결코 인정할 수 없는, 그를 믿어 온 사람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까지 하며 김 사장을 비난하고 있다.     

산업계 원로들의 소회도 별반 차이가 없다. 본지가 최근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표현의 수위만 조금 차이가 날 뿐, 이해할 수 있다, 없다의 반향 차이가 분명했다. 그러나 산업적 관점에서 본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응답이 훨씬 많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 사장 개인의 결정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겠지만, 업종 및 업계 입장에서 보면 소담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같은 근거는 무엇보다 엔씨소프트 김 사장이 걸어온 산업 발자취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점과 넥슨과는 늘 대칭점에 서 있었다는 점이 그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 넥슨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 게임 퍼블리셔다. 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정주회장은 산업계 막후의 실력자이자 보이지 않는 손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막후에서 처리한 기업인수합병(M&A) 및 퍼블리싱 작품은 오늘날 넥슨 그룹의 대표 기업 또는 대표작이 돼 있다.

 넥슨은 또 세계 각국에 진출해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마케팅, 서비스 능력은 안팎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넥슨의 마케팅 수완은 국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빼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오로지 MMORPG라는 한 장르의 길을 걸어 왔다. 개발사이면서 퍼블리셔 역할을 수행해 왔고, 김 사장 스스로 개발자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을 만큼 사업보다 개발에 주력해 왔다.
 
김 사장이 업계의 맏형이라고 불리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구도자적인 자세를 잃어본 적이 없는, 진정한 프로그래머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산업의 흐름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와 가끔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어느 게임업체 세간살이가 어떤지 훤히 내다보는 그의 혜안에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게임이란 장르의 언론 문화가 그나마 자리한 것도 그의 투철한 역사의식이 없었다면 벌써 산산조각, 폐허가 됐을 게 뻔하다. 
 
이를 종합하면 엔씨소프트가 산업의 토양을 만들며 내실을 다진 터전 위에 넥슨이 비상한 형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개발과 산업 안살림은 엔씨소프트가, 마케팅과 해외시장은  넥슨이 더 큰 역량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하겠다.
 
그럼에도 상당수 게임 원로들이 양사의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며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우선 라이벌 기업이 한순간 사라진다는 점과 넥슨이 엔씨소프트 만큼의 맏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등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작금의 업계 판도를 들여다보면 넥슨이 산업계를 사실상 평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 이후의 로드 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거기까지 기대하지 않더라도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에 대한 명확한 설명조차 투명하지 않다. 

 양사의 말을 되짚어 보면 양인이 만나 더 큰 그림을 그리기로 했고, 현재의 상황은 글로벌 경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길을 가야한다고 양인이 입을 맞추었다는 게 부연 설명의 전부이다. 이같은 설명은 엔씨소프트의 김 사장이 전격적으로 자신의 지분을 매각한 배경보다 더 불확실한 근거다. 재무적 투자인지 아니면 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지분인수인지 도무지 알 재간이 없다.

 라이벌이 없거나 사라졌다는 것은 아리아가 없는 오페라나 다름없다. 울림이 없고 신명남이 꺼진 것이다. 또 한편으론 팬들에게 열정을 안겨주지 못해 그들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치명적인 현상이다. 

 치고받는 울림이 있어야 소리가 커진다. 그 소리는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며 신명나게 한다. 진영이 만들어 지고 울타리가 생겨남은 물론이다. 열정인 것이다. 그런 데 그 게 없어진다는 것은 파이의 축소를 의미한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좀 더 크게 보면 게임계의 자산이며 대한민국 콘텐츠계의 소중한 유산이다.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세간의 시선은 한번쯤 들여다보고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특히 게임 원로들의 염려와 우려의 목소리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분인수 및 지분매각 사건은 여전히 게임계에 잠복해 있는 활화산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더욱 더 조심스럽게 세밀하게 다뤄져야 옳지 않을까. 그런데 보이는 게 너무 없다. 잘려진 모습 뿐이다. 짧은 식견의 필자만의 생각일까.

[모인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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