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즐거워야 명작이 탄생”

개발자를 위한 회사 만들터…신작 ‘데빌워’ 시장서 선전 큰 보람

 자유롭고 평등한 환경 속에서 구성원 스스로가 자긍심을 갖고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 이런 환경을 갖춘 회사는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 종사자들이 꿈꾸는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다름 아닌 게임업계에 이같은 환경을 실현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른셋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 명의 동료와 함께 작은 회사를 만들어 1년 만에 20여명이 일하는 중소 개발사로 키워낸 배준호 대표의 이나키게임즈가 바로 그런 회사다.

“임직원 간 수평 관계 속에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열의로 뭉치다보니 회사 성장에도 큰 힘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 수입 대부분도 게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력 있는 개발자를 모셔오거나 개발력 확충에 사용하는 편입니다.”

 아케이드 게임 개발업체로 시작해 어느덧 게임업계에서 14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배준호 대표가 이키나게임즈를 설립한 것은 게임 개발자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는 기업에서 게임 개발자들이 처하는 철저한 상하관계와 항상 빨라야하는 여유 없는 환경 등을 아쉬워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준비한 결과 지금의 이키나게임즈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치열한 경쟁심리는 개발에 ‘독’

배 대표는 “국내 메이저 게임 기업 대부분은 기성 기업 체계를 따르고 있고 게임 개발자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항상 마음에 부담을 쥐고 일하고 있다”며 “개발자가 창의력을 발휘해야 좋은 게임이 나오고 그만큼 일도 재밌어지는 건데 마음 속 부담이 크면 클수록 스트레스만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업계에 몸담았던 시간동안 개발자들이 이전 회사에서 아픈 기억을 갖고 퇴사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고 덧붙였다. 배 대표 본인 역시 개발자 출신이라 이 같은 개발자들의 아픔을 더욱 잘 이해하는 듯 보였다.

그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처음 게임업체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중학교 시절 국산게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자신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전화선을 사용하는 당시 PC통신을 통해 장난스럽게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고 우연히 대전의 한 업체가 그 게임을 보고 스카우트 제의를 해왔다고 한다.

 그 회사는 아케이드 게임업체였고 배 대표는 회사 내에서 웹 코딩, 게임 프로그램, 캐릭터 기획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이후 기획 일을 주 업무로 삼고 넥슨, 네오위즈, 다음, 그라비티, 스마일게이트 등 이른바 메이저 업체에 몸담아왔다. 그는 넥슨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 기획 파트장을 맡아 휴먼 시나리오 모드, 좀비모드, 총기 스컬 시리즈 등을 기획하는 등 작품 성공을 이끌었으며 네오위즈와 다음에서는 기획한 게임 포털이 좋은 반응을 이끄는 등 기획자로서 인정받아왔다. 

 배 대표는 이처럼 메이저 업체 경험이 풍부한 만큼 치열한 기업 환경 하에 놓인 게임 개발자의 생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마지막 몸담았던 넥슨에서 퇴사 후 이키나게임즈를 지난해 6월 설립했다.
 배 대표는 “사무실 한 편에 마루를 깔아 놀이와 휴식 공간으로 사용하고 점심시간도 두 시간으로 정해놓는 등 자유롭고 개방적인 환경이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바이고 큰 강점이 되고 있다”며 “마루에서는 직원들이 누워 자기도 하고 여자 직원들은 요가도 하며 또 남자 직원들은 나를 모두 형이라고 부르는 등 모두 부담 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 모토도 직원들 간 대화를 통해 자주 만들고 있는데 먼저 회사 모토는 ‘포 유어 해피라이프’이고 올해 모토는 ‘관심’과 ‘애정’이다”며 살짝 닭살 돋는(?) 말을 하기도 했다.   

# 더 좋은 작품 위해 과감히 투자

 이키나게임즈 창립멤버 세 명이 처음 만든 게임이 상당수 국내외 유저가 즐긴 스마트폰용 디펜스게임 ‘모리노리’다. 배 대표는 “‘모리노리’는 첫 개발작으로 출시 반응도 좋았지만 소수 인원이 제작하다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이런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좋은 게임을 더욱 내놓고 싶고 ‘모리노리’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좋은 개발자도 데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퍼즐게임 ‘피코팡’ 역시 이 회사 작품이며 최근에는 국내 스마트폰 게임 퍼블리셔인 픽토소프트를 통해 전략RPG ‘데빌워’를 선보였다. 배 대표는 다양한 퍼블리셔와 함께 일을 해왔는데 ‘데빌워’만은 픽토소프트를 통해 퍼블리싱하고 싶었다는 견해를 비쳤다. ‘모리노리’를 개발했을 당시 픽토소프트에서 관심을 보이고 접촉을 해왔지만 사정상 다른 퍼블리셔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고 ‘데빌워’가 완성됐을 때 배 대표가 직접 픽토소프트에 퍼블리싱 제의를 했다고 한다.

 배 대표는 “우리 게임을 보고 직접 찾아준 픽토소프트와 계약하지 못한 후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어 좋은 게임이 있을 때 픽토소프트와 꼭 함께 일해보자는 생각을 해왔다”며 “‘데빌워’ 완성 후 직접 픽토소프트에 퍼블리싱 제의를 했고 픽토 측이 흔쾌히 수락해줘 현재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픽토소프트는 맡은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주는 좋은 퍼블리셔”라며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최신작 ‘데빌워’가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데빌워’가 대중적이라고 할 만큼 큰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즐겨주는 유저풀이 확실해 콘텐츠만 받쳐주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데빌워’는 다양한 클래스 중 하나를 택해 캐릭터를 육성시켜나가는 스마트폰 네트워크 기반 전략RPG다. 이 작품은 스마트폰에서 유행 중인 텍스트 형식을 채용해 보다 쉽고 편안한 캐릭터 육성을 장점으로 하고 있다. 퀘스트, 캐릭터 장비 세트, 채집 시스템 등 기존 RPG 콘텐츠를 모두 겸비하고 있어 그래픽 시뮬레이션 기반 RPG와 달리 빠른 게임 전개를 해나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배 대표는 “‘데빌워’ 만의 특징은 사냥 레이드 시스템을 넣어 서버의 모든 유저가 특정시간에 등장하는 악마를 공격할 수 있고 유저 간 대결, 파티사냥 등 커뮤니티가 강화돼 있는 것”이라며 “곧 업데이트될 콘텐츠는 ‘데빌워’만의 강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으로 이를 통해 더욱 유저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새로운 혁신라인업

 창립멤버 세 명이 제작한 회사의 첫 작품에 아쉬움이 남았다면 현재는 어떨까. 배 대표는 이에 대해 직원들 실력이 모두 뛰어나 이제 시중에 선보이는 작품 중 아쉬움이 남는 것은 없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키나게임즈는 이제 세 명이 고군분투하며 게임을 만드는 게임업체가 아니라 20여명의 전문 개발자가 포진한 업체로 성장했다. 

 배 대표와 임직원이 회사 수익 대부분을 회사 키우기에 투자한 결과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이 많이 보강됐다고 한다. 그는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많아진 만큼 일도 분배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맡은 파트에 그만큼 전력을 다하나보니 게임의 질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있다”며 “또 모두 친구 같은 편한 환경이 개발자들에게 더욱 시너지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부터 출시될 이키나의 게임은 작품성이 대폭 업그레이드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그동안 회사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디자인 부분과 사운드 등을 보강하기 위해 전문가를 영입했고 기획, 그래픽 퀄리티 등도 우수 인력을 통해 더욱 고급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키나는 올 하반기부터 디펜스, 턴제RPG, 소셜RPG, 네트워크 퍼즐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스마트폰 게임을 선보일 방침이다.

 배 대표는 “우리 회사의 꿈은 최대 게임시상식인 미국의 GDC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타는 것”이라며 “그 상은 기술, 혁신, 재미까지 3박자를 갖춘 게임에게만 주는 것인데 우리는 지금 걸음마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처럼 조금씩 발전해 그 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발자들이 이전 회사에서 아팠던 기억이 많은데 그런 좌절 요소를 잘 제거하고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고 사람이 찾고 있지 않은 재미를 찾아 제공하는 게임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배 대표는 혁신 라인업이라는 시스템을 회사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시 한 번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더게임스 고수홍 기자 zakash@thegames.co.kr]
[사진 =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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