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부터 한국에 기능성 게임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기능성 게임의 활용을 촉진하자는 미국의 운동도 2003년부터 시작되었으니, 한국은 미국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게임의 건전한 활용이 중요하다는 자각에서부터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90년대 중반 이전의 한국의 게임산업은 그야말로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동네오락실을 중심으로 한 아케이드 게임을 주를 이루었지만 초기에는 대부분이 불법오락실이었고 소비 시장 위주였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중반까지는 외국산 PC 게임의 한글화가 이루어지면서 국산 게임도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산업이라고 할 만한 정도의 규모와 수준은 아니었다.
1996년 넥슨의 바람의 나라가 세계 최초의 그래픽 머드 게임으로 등장하자마자 온라인 게임은 컴퓨터를 좀 다룬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오락거리로 등장하여 신인류를 예고하였고, 그 이후 등장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였다.

문제의 발단은 이 시기부터이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의 푹 빠지게 되면서 그들 중 소수는 중독적인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정부는 한편으로 게임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온라인 게임의 역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이런 시류를 타고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 바로 기능성 게임이다. 따라서 게임의 기술을 이용하여 교육, 훈련에 이용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미국의 기능성 게임(Serious Games)과 시작된 배경부터가 약간 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게임 중독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노력하는 한편, 게임의 건전한 이용을 홍보하기 위해 기능성 게임 공모전과 기능성 게임 개발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지만 딱히 성공적인 것이 없던 차에 4년 전부터 개최되기 시작한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은 세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실상 미국을 비롯한 선진 국가들이 기능성 게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컨퍼런스를 개최해 왔지만 대부분 학술적인 행사들에 그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 매년 수 만명이 관람하는 전시회와 세계 유명한 기능성 게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컨퍼런스도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특히 기능성 게임 체험 행사는 기능성 게임을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 그 중요성과 효과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기능성 게임은 이제 더 이상 게임 중독에 반해 순기능을 강조하는 소극적인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국방 및 보건 분야에서는 게임의 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기법과 게임 기법이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성장의 잠재력이다. 전 세계 기능성 게임의 시장규모가 2012년 기준 이미 10조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산업적 발전 가능성으로서의 기능성 게임, 교육과 훈련의 효율성으로서의 기능성 게임, 보다 효과적인 교육방법론으로서의 기능성 게임에 주목하고 한국이 리드해나갈 전략적 판단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다행이도 몇몇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지원하는 기능성 게임 산업육성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미 온라인 게임으로 세계를 리드하고 있고 디지털 교육이 정착되는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육성하고 있는 기능성 게임은 부가가치의 창출과 문화산업의 활성화에 큰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기능성 게임은 재미와 효과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도구일 뿐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발전적으로 지속되어 세계의 비즈니스맨들이 한국의 기능성 게임을 사기 위해 매년 몰려오게 되는 머지않은 미래를 생각해보니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윤형섭 게임학 박사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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