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통한 덩치 키우기 ‘점입가경’

엔씨는 명퇴·지스타 불참 등 긴축경영…서로 다른 행보에 분석도 제각각

지난 6월 넥슨이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지분 14.7%를 인수하며 엔씨소프트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벌써 100일이 지났다. 게임계를 엄청난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던 이 빅딜 이후 두 업체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서로 다른 행보를 보여와 주목된다.
넥슨은 엔씨소프트를 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으로 인수 한 후 대만의 게임업체인 감마니아의 최대 주주로 드러나는가 하면 미국의 모바일 SNG 업체 백플립스튜디오의 인수에 나서는 등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유며 게임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부작용도 뒤따랐지만 넥슨의 이같은 행보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김 사장의 지분 매각 이후 뼈를 깎는 인력조정과 마케팅 축소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에도 불참키로 하는 등 긴축경영 체제에 들어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넥슨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넥슨과 엔씨가 당초 밝혔던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한 상호협력이라는 구체적이고도 큰 그림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인블루 지분 인수

최근 게임업계는 넥슨이 미국 모바일 소셜네트워크게임(SNG)업체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빅뉴스를 접했다. 외신에 따르면 넥슨은 미국의 SNG업체 백플립스튜디오(Backflip Studio)의 인수 절차에 들어갔으며 미국 현지에 실사팀을 보내 인수회사에 대한 예비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출시 이후 애플 앱스토어 등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꾸준히 10위권 내를 유지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드래곤베일(Dragonvale)’의 개발사다. 미국 비상장사인 이 회사는 이 작품 하나로 매달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 회사의 가치는 최소 5000억원 많게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넥슨은 이에앞서 지난 6월 일본 게임업체를 인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넥슨은 일본 모바일 소셜 게임 개발업체인 인블루(inBlue)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넥슨은 또 대만의 최대 게임업체인 감마니아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만 정부와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을 받는 등 이미지의 타격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넥슨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등의 공격적인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지스타’에 140부스라는 최대 규모로 참가하면서 주요 작품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일렉트로닉아츠(EA)로부터 막대한 돈을 투자해 사들인 ‘피파온라인3’가 주인공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이 이처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엔씨소프트는 이와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엔씨는 지난 6월 김 사장의 지분매각 이후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또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스포츠 등 캐주얼 장르를 계열사에 넘겨주는 등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지난 7년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지스타’에 불참키로 하는 등 마케팅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특별히 보여줄 신작이 없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전시회라는 것이 꼭 신작을 홍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유저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도 있기 때문에 이번 ‘지스타’ 불참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블레이드&소울’과 ‘길드워2’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경영분위기도 좋은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그동안 어떤 발언 나왔나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이후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사장은 한두 번 씩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집중시키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나서서 한 말들은 금방 이슈가 되곤 했다.
먼저 김정주 회장은 비교적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 스타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들어 자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최근 KOG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몇 가지 의미 있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날 ‘넥슨은 아직 허약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넥슨이 그동안 100개도 넘는 게임을 만들었지만 성공한 게임은 7~8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7~8개 게임이 모두 월드클래스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해외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택진 사장은 지분 매각 이후 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왜 필요했는지 그리고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가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수많은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던 김 사장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지난 7월 말 제주도에서 개최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매각대금의 사용처에 대해 밝히며 항간의 의혹을 불식시켰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대목은 유명 탤런트와의 염문설과 지분매각으로 쥔 현금의 향배였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외모를 언급하며 유명탤런트와의 염문설을 일축했다. 한마디로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는 것이었다. 또 지분매각으로 생긴 약 5000여억원(세금공제)의 쓰임새에 대해 넥슨의 김 회장과 같이 도모하는 일에 쓸 것임을 밝혔다.
김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마치 베일에 가려졌던 장막이 단숨에 거치듯, 엔씨소프트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거에 거둬내는 효과를 나타냈다.

김 사장은 또 최근 사내 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이날 김 사장이 언급한 부문은 대략 두 가지였다. 큰 자긍심을 갖자는 것과 게임계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것.  이는 자신에게 쏠린 지분 매각에 대한 일갈이자, 엔씨소프트에 대한 새로운 기업 좌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해야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빅딜에 대해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효과들이 가시적으로 보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넥슨의 과도한 기업 인수합병과 엔씨의 위축된 모습 등이 우려를 낳고 있다.
이같은 업계의 불안한 시선을 바꿔놓기 위해서는 넥슨과 엔씨가 무언가 확실한 카드를 보여줘야 할 것으로 업계는 주문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넥슨은 덩치불리기에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과 약자와도 함께 하는 공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엔씨의 경우에는 김 사장이 서둘러 매각대금의 구체적인 용처를 밝히면서 더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으로 업계의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넥슨은 지난 8월 초 2분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발표한 이후 일본 도쿄증시에서 주가가 하루 만에 시가 총액 2조원(20%) 이상 빠지는 엄청난 쇼크를 경험한 바 있다. 이는 넥슨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대폭락의 원인이 넥슨의 부정적인 실적전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공모가(1300엔) 이하로 떨어진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하락, 최근에는 1050엔 대까지 떨어지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했다.
 김택진 사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매각대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에따라 엔씨에 대한 기대가 다시 우려의 시선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가 넥슨에 최대 주주 지분을 내 준 이후 구조조정과 마케팅 축소 등에 이어 ‘지스타’에도 불참키로 하는 등 매우 소극적인 경영활동에 나서면서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야구구단 운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 공헌에 적극적이었던 엔씨의 기업문화에 대해 넥슨이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김택진 사장이 글로벌시장 공략을 위해 넥슨과 함께하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혀 업계와 증권가 등의 우려를 조속히 바꿔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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