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시를 우리는 무엇으로 기억할까? 파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에펠탑이 떠오르고 런던을 생각하면 빅벤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듯, 쾰른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쾰른 대성당일 것이다. 수십 개의 작은 나라들이 어깨를 맞대고 빼곡히 들어차 있는 유럽 땅에서 사람과 재화를 여유롭게 관통시켜 주는 혈관 역할을 하는 것이 기차이고, 각국의 기찻길들이 어김없이 한번쯤은 지나치는 곳이 쾰른 중앙역인 덕분에 쾰른은 일년 내내 배낭족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이들 여행객들이 유난히 8월에 집중적으로 쾰른을 찾는 것은 비단 대성당 때문만은 아닌 듯 싶다.

8월의 중심에는 지구상 최대 게임쇼라 할만한 게임스컴이 포진해 있고, 쾰른을 순식간에 유쾌한 축제의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때문이다. 게임스컴은 쾰른박람회장 전시부스 안에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전시회 개최 기간 내내 쾰른 시의 주요 거리에는 게임 스테이션이 마련되고 각종 공연 무대가 설치되어 게임스컴의 열기를 쾰른을 넘어 유럽 전역으로 퍼뜨린다. 거리가 온통 게임스컴 현수막과 플래카드로 도배된 모습은 게이머들에게 이곳이 잠시나마 그들의 천국임을 유감없이 증명해준다. 여기에 쾰른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독특한 에일 맥주 쾰쉬가 합세하면 젊음의 축제로 한바탕 즐기기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올해는 그 축제의 자리에 한국이 공식 동반 국가로 초청 받아 참가하였다. 동반 국가 행사를 지휘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쾰른이 속해 있는 NRW연방주와 MOU를 체결하고 향후 양국의 게임 산업이 상호 교류하고 진출하는데 큰 틀에서 합의하였다. NRW연방주는 게임산업 박람회의 양대 축을 이루는 쾰른의 게임스컴과 에센의 스피엘 박람회가 모두 개최되는 곳이며, 세계적인 퍼블리셔 일렉트로닉아츠나 유비소프트의 거점 지역이기도 하다. 독일 내에서 게임 산업 매출이 가장 높고, 전체 게임 개발자의 4분의 1이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니 이런 통계 수치만 보더라도 유럽으로 방향키를 잡은 업체들에게 교두보 역할을 하는데 손색없는 조건을 갖춘 듯해 보인다.

게임스컴 동반 국가 행사를 공식 수행하면서, 어쩌면 게임 산업의 꽃을 피운 쾰른의 저력은 전혀 다른 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오페라를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음악과, 아트, 시나리오를 비롯한 각각의 문화 콘텐츠 영역이 종합적으로 발전해 있음을 전제로 마침내 그 위에 꽃 필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 산업 역시 IT, 디지털산업의 기반 위에 음악과 아트, 시나리오를 비롯한 총체적 문화 콘텐츠를 담아내는 문화 산업의 발전 위에 비로소 꽃 피는 종합영역이라 하겠다. 필자는 그것이 쾰른을 중심으로 포진한 최대 매출의 퍼블리셔나 게임 개발자들의 통계수치가 아닌, 세계 최초로 아트페어를 열었던 쾰른, 이미 1700년대에 연극 극장을 세웠던 쾰른, 완벽한 소리의 구현을 위해 벽과 기둥을 모두 없앤 필하모니가 있는 쾰른의 문화 코드에서 찾는 것이 더 근본적인 접근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오랜 시간 켜를 쌓은 문화의 층위가 없다면 게임과 같은 모던 종합예술이 딛고 있는 바닥의 떠받치는 힘이 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소연 독일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 soyeonkim@nr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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