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아케이드 게임 산업을 본격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자금을 확보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로드맵을 나름 제시한 것은 이 정권 들어 처음이다.

그 이전에도 이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지원책을 검토해 왔으나 여론의 향배에 밀려 주춤거렸던 건 사실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풍전등화의 모습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이다.

 점잖게 표현을 해서 산업이 흔들린다고 했지만 실제론 흉측하게 뿌리를 훤히 드러낸 채 기울어져 가고 있는 게 아케이드게임 산업이다. 오죽했으면 더 이상 미련도 없다며 원로들 조차 보따리를 싸겠는가. 

 그래도 배운 거라곤 이 재주밖에 없다며 산업을 떠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켜온 게 그들이다. 

 일각에선 점잖지 않게 프랭카드를 내걸고 피켓을 들어 구호를 외쳐대며 선동질을 서슴치 않는다며 이들을 깎아 내리지만, 그만큼 그들이 절박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잘 나가는 온라인 게임산업에 편승, 그들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수익을 올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고 알면 혀를 차다 못해 동정론을 쏟을 수 밖에 없다.
 
 아케이드 게임산업계 사람들. 이들이 진정 누구인가. 게임산업의 토양을 내리고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을 있게 한 이들이다. 90년대 후반 척박한 온라인 게임산업을 위해 아케이드 게임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부 지원금( 공업기반과제 자금)을 온라인 게임업체들에 양보했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한 때 이들도 돈과 명성을 함께 쥐락펴락 했다. 지금은 게임계에서 완전히 떠난 아무개 회장은 80~90년대 초반 자신의 안방에는 현금다발이 꽉 찼다며 회고하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청개천의 개조차 돈다발을 물고 다닌다고 했으니 이들의 영화는 더 이상 새로운 얘기는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 그들의 발목을 잡은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기꺼이 자금을 양보해 준 온라인게임업체들이었다. 시대의 흐름이란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겠지만, 어찌됐든 그들은 그렇게 게임의  역사 무대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6년 여름 기억하기 조차 싫은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져 나왔다.

 ‘바다 이야기’사태는 솔직히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불러온 인재라기 보다는 상품권 발행 등 정책적 실수로 빚어진 사건이라고 해야 맞다. 또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 장르를 열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이를 망쳐버린, 아케이드 게임업계로서는 일장춘몽과 같은 것이었다.    

 정부가 손을 놓기 시작한 건 이즈음이었다. 아니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과 접촉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부처 내에는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다. 양측의 대화는 이때 완전히 닫히게 된다.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은 세계 시장 기준으로 보면 온라인게임 보다 아케이드 게임이 더 크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의 대립은 한쪽에서는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식이 됐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로 인해 거의 질식 수준으로 내 몰리고 말았다.   

 누군가가 나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했다. 세계 게임시장을 외면하면서 까지 아케이드 게임업계를 그렇게 천형의 땅으로 밀어낼 일이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정부와 관련기관에서 되레 ‘바다이야기’ 사태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한 게 아닌가 자문해 볼 일이다. 
 
얼마전 정부 고위관료와 만나 게임업계의 현안을 나누는 가운데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도 딱하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사회에서는 사행성 게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아케이드 게임 육성책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한 채 내돌릴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며 여운을 남겼다.

 그 얘기의 전제는 이랬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 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시장이 축소되고 왜곡되더라도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성인들에겐 숨통을 터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가 발표한 아케이드 게임산업 육성방안은 방울을 달거나, 달아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풀어주되 멍에를 방치하지 않고 확실히 쥐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맞는 방법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지 않는가. 더욱이 수면 아래보다는 수면 위가 서로 대화하기가 더 쉽다. 이야기의 보자기를 풀어놓고 머리를 맞대면 뭔가 나오지 않겠는가. 
 
정부가 오랜만에 속 시원한 정책을 내놓았다고 본다.


모 인/ 본지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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