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략 위해 역할 분담할 듯

국내-엔씨, 해외-넥슨 식의 분담 가능성… 양사의 불확실성 여전히 ‘불씨’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자신의 주식 14.7%의 매각 대금 8000억원을 넥슨과의 협력을 위해 쓰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동안 자금의 용처를 놓고 제기됐던 각종 루머들이 사그러 들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제주 신라호텔에서 한국능률협회 주최로 열린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지분 매각으로 받은 현금 8000억원을 넥슨과 함께 하는 일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엔씨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됐으나 보다 구체적인 용처가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시장에서는 아직도 2%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김 사장의 이번 발언은 주식 매각 대금을 개인적인 용도나 다른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만 확실하게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언제쯤 김 사장이 보다 구체적인 자금사용처를 밝힐 것인가를 놓고 또다시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있다. 

 김택진 사장은 지난 7월 제주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넥슨과 오래 전부터 지분 매매에 대해 진행해 왔다”며 “동 시대인으로서 김정주 넥슨 회장과 같은 고민을 해 왔고 힘을 합치자며 뜻을 모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협력과 경쟁을 적절히 활용해 엔씨와 넥슨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주식매각 자금을 넥슨과의 협력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전에도 e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넥슨과 협력해 나갈 것임을 밝히기는 했지만 다소 피상적인 표현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언급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주식시장에서도 김 사장의 발언을 계기로 엔씨소프트에 대한 신뢰가 다시 회복되면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던 주식이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분위기가 달라졌다.

# 김 사장 발언 배경은

김 사장은 지난 6월 초 주식매각 직후 직원들에게 e메일을 통해 자신이 왜 지분을 매각했는가를 설명했다. 김 사장은 먼저 “엔씨와 넥슨은 각자의 색깔이 있다”며 넥슨 측에 끌려 다니거나 동화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넥슨에 대해 ‘앞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함께할 친구’라며 양사의 협력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훌륭한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엔씨소프트의 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함께 도전할 친구 같은 회사가 생긴 것일 뿐”이라고 지분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e메일을 통해 김 사장은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넥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김 사장은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8000여억원의 자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디에다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며, 글로벌 진출 이라는 큰 청사진만 보여줬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또 다른 궁금증을 낳게 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수많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갔다. 가장 충격적인 루머는 ‘김 사장이 모 연예인과 그렇고 그런 관계에 있다’는 것이었다. 또 부동산을 매입할 것이라는 등 숱한 억측들이 나돌았다.  

이같은 소문에 대해 한 번도 대응하지 않았던 김 사장은 두달 쯤 시간이 흐른 지난 7월 제주도 발언을 통해 이를 일축한 것이다. 김 사장은 특히 이 자리에서 자신의 외모를 언급하며 유명탤런트와의 염문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는 것이었다. 또 지분매각으로 생긴 약 5000여억원(세금을 공제한 금액)의 쓰임새에 대해 넥슨의 김 회장과 같이 도모하는 일에 쓸 것임을 밝혔다.

김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마치 베일에 가려졌던 장막이 단숨에 거치듯, 엔씨소프트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거에 거둬내는 효과를 보였다.
언론에서도 이를 엔씨소프트와 김 사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단숨에 거둬낸 것이라고 반겼고,  금융가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주가의 흐름을 주도했다.

#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김 사장이  자신의 지분 매각 대금을 넥슨과의 공동사업에 쓸 것이란 입장을 표명하자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일제히 반등했다. 금융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삼성증권은 “일단 엔씨소프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을 평가하고 싶다”면서 “향후에도 구체적인 양사의 행보가 드러날 경우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어떤 공동사업이 가능한지와 그렇다면 왜 가격을 시중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매각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넥슨과의 공동사업을 진행키로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매각 주식을 더 높게 평가할 수 있었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도  담보함으로써  향후 공동사업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란 것. 그러나 당시 엔씨소프트의 주식 평가액은 시중가보다 약간 저렴했고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었다. 

 이런 가정을 두고 볼 때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또 다른 이면계약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가설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동안 각종 설 중 하나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혼설에 대해서도 김 사장이  부인인 윤송이 최고운영책임자를 세미나에 동반시킴으로써 이혼설을 가볍게 일소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 또 다른 이면계약 가능성?

업계는 김 사장이 언급하기 이전부터 매각 당시 넥슨과의 이면계약이 있었을 것이란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이 새삼 스런 입장표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에다 쓸 것이냐는 점인데, 이미 자금의 성격과 목적은 밝혀졌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측통은 “넥슨 모기업인 NXC의 지분을 엔씨소프트가 인수한다는 스와핑 설은 자금의 공동사업 성격에도 맞지 않아 제외됐다고 보는 게 맞고, 아마도 양측이 종합 포털을 구상하는 게 아닌가 하는 가능성을 제기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양사가  온라인과 모바일을 망라한 포털 구축을 구상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양측이 지분 평가를 통해 똑같이 자금을 분배키로 했는데, 그 결과 8000억원이란 돈이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돈도 포함됐다.

어찌됐든 시장에서 보면 엔씨소프트의 불확실성은 상당히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그 매각 대금이 엄한데 쓰이는 게 아니라 엔씨소프트와 엔씨소프트의 김 사장이 머무는 게임산업계에 쓰여질 게 분명해 졌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이나 하듯 김정주 넥슨 회장은 역삼동 메리츠 타워 인근에 있는 부지를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땅은 당초 넥슨이 사옥을 짓겠다고 마련한 부지였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 땅의 시가에 대해 약 1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연인지 화답인지 알 수 없으나 뭔가 양측의 동선이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면 양측이 무슨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누가 더 이익을 봤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양측이 서로 이득을 봤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먼저 세계 경제가 L자 형태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금을 쥐고 있는 게 유리한데 엔씨소프트는 약 5000억여원의 현금을 갖고 있다.  이 정도의 규모이면 대한민국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버블 조직을 재정비하는 효과도 거뒀다. 무려 400여명의 인원을 감원했는데, 의외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또 원하든 원하지 않든 김 대표의 지분 매각 결정은 엔씨소프트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을 일으키는 데 충분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아주 성공한 케이스다.  화제작인 ‘블소’의 론칭에 대한 간접 마케팅이 먹혀들었다는 뜻이다. ‘블소’는 지금 쾌속질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넥슨이 거둬들인 지분 인수 성과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일본상장을 통해 조성한 공모자금을 뜻있게 썼다는 점이다. 넥슨재팬을 통해 조성한 공모 자금은 약 1조 5000억원. 이 가운데 EA ‘피파온라인3’ IP계약 등에 쓴 자금을 제외하면 약 1조원 정도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공모자금은 거의 다 쓴 것인데, 상당히 의미 있는 용처였었던 건 분명하다. EA의 주요 타이틀인 ‘피파온라인3’를 확보하고,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을 해외에 배급할 수 있는 권리를 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한 단순 재무적 투자라고 해도 나쁘지 않는 곳에 썼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양측이 도모하고 있는 ‘도원결의’ 같은 ‘강남 결의’를 통해 그리고 있는 밑그림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집대성한 종합 포털을 구축할 것이란 설과  이와는 별개로 따로 쓰일 분명한 용처가 정해져 있다는 설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그렇게 쓰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인데, 한 사람은 금전에 밝고 다른 한사람은 돈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넥슨과 상대적으로 글로벌시장에서 부진했던 엔씨소프트가 이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가능성이다. 
 현재 상황은 양측이 손해는 보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부문, 즉 그 많은 돈을 어디에다 쓸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돈과 권력은 형제도 나누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두 사람은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두 사람에겐 약정서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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