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캐릭터 아리의 코스튬 플레이. LOL은 게임 방법이 비교적 단순한 AOS 장르임에도 다양한 배경 스토리와 플롯을 캐릭터마다 부여, 탄탄한 콘텐츠를 확보했다.

 ‘LOL’ 성공은 대표적 사례…탄탄한 플롯 도입은 흥행의 키 역할


국내 게임업계가 가장 취약한 점은 스토리텔링의 부재다.
기술적 진화와는 상반되게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스토리 빈곤은 게임업계 각종 악재의 단초 구실을 한다. 작품의 스토리텔링 확보 중요성이 산업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온라인게임 인프라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한 국내 게임산업이 해외와 비교해 눈에 띄는 큰 특징 중 하나는 산업의 ‘아이콘’으로 불릴만한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다. 해외의 경우 일본의 ‘슈퍼마리오’, 미국의 ‘앵그리버드’와 같이 대표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카트라이더’의 ‘다오’ 정도만이 게임 캐릭터로 잘 알려졌지만 여타에 비해 존재감이 높지 않다. 게다가 작품 자체가 ‘마리오카트’의 표절이라는 논란도 있었으니 독창성을 확보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임에 있어서 캐릭터가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확장성을 확보하고 매출 증대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게임 산업의 경우 캐릭터를 통한 외부 산업과의 연계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 때문에 특히 미국의 경우 한 캐릭터가 영화‧만화‧게임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에서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형태로 다양한 이종교배를 시도하며 시장성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캐릭터가 부재한 국내에서는 오로지 수익창출은 게임 매출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혹자는 ‘우리나라에는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가 작다’라고 얘기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캐릭터 산업의 총 매출규모는 지난 2010년 5조8969억원으로 만만치 않은 시장규모를 갖고 있다. 게다가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니 게임산업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산업의 캐릭터 산업 부재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는 무엇보다도 국내 게임들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없으니 캐릭터가 없고 캐릭터가 없으니 부가시장을 창출할 수 없는 것이다.
 굳이 캐릭터 시장 부재를 서두에서 끄집어낸 이유는 국내 게임산업의 취약한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스토리텔링의 부족은 비단 캐릭터의 부재뿐만 아니라 최근 게임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콘텐츠 부족, 외국산 게임의 시장 점령 등 많은 문제점과 결부되기 때문이다.

게임은 여타 문화 콘텐츠에 비해 기술력이 중요시되는 분야다. 흥미요소의 전달 방법 자체가 PC 및 온라인 기술의 기반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문학‧미술 등 미학적 감각과 아이디어 기반이 중심이 되는 영화‧만화 등 여타 문화콘텐츠에 비해 기술 구현 및 개발력 등의 개입 요소가 강한 분야다보니 공학적 측면에서의 접근성 역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초창기 컴퓨터 전공 공학도 등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발전한 국내 게임산업은 특히 이같은 기술적 요소의 중요성이 부각돼 발전돼 왔다. 가장 먼저 온라인 게임시장을 활성화시킨 산업 방향성은 하드웨어 환경을 중심으로 놓는 콘솔‧PC패키지 게임 분야에 비해 하드웨어‧온라인 등 기술의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양질의 그래픽 구현이나 원활한 서버기술 가동 등이 작품 성패의 중요 요소로 자리잡았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MMORPG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작품들을 살펴보면 일맥상통하는 큰 흐름이 있는데 바로 ‘설정’은 있으나 ‘드라마’는 없다는 점이다. 단지 시대적 배경‧공간‧캐릭터 등 기본요소를 정해놓는 설정만 있을뿐 이를 대립과 갈등의 전개와 심화 해소로 풀어가는 드라마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MMORPG를 예를 들어 작품 내 등장하는 각종 퀘스트는 수행의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한채 기계적인 플레이만 반복하게 된다. 또 작품을 관통하는 플롯(plot)이 없다보니 퀘스트의 연계성이 상실되고 유저들은 기계적인 패턴을 반복해 재빠르게 플레이, 가뜩이나 빈약한 콘텐츠의 소모시간을 단축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플롯을 확보해 놨다면 마치 연속극의 다음회처럼 새로운 인물과 갈등을 통한 콘텐츠 확장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플롯 자체가 빈약하다보니 업데이트가 되도 콘텐츠의 양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방식 또한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최근 외국산 작품의 득세는 이같은 스토리텔링 부족과 연관이 깊다. 지난해말 등장해 AOS 열풍을 일으킨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봐도 잘 알수 있다. 사실 AOS는 단순 대결구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굳이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가능한 장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OL은 약 90종에 이르는 캐릭터들이 저마다 스토리를 갖고 있다. 또 플롯 또한 다양해 각 캐릭터별로 갈등과 연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같은 풍부한 플롯의 확보는 캐릭터에게 존재 당위성과 사연을 부여해 유저들에게 정서적 유대관계를 일으키고 산업 확대 요소 노릴 수도 있다.

 ‘디아블로3’ 역시 마찬가지. 이 작품은 익히 알려진 대로 스토리와 콘텐츠가 기존에 비해 상당히 부실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높은 인기를 끌수 있었던 비결은 이미 전작에서 구축한 세계관과 캐릭터, 이를 관통하는 ‘악마와의 혈전’이라는 확고한 플롯을 구축해 팬덤을 이미 확보해놨기 때문이다.
 최근 어려움에 처한 국내 게임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탄탄한 스토리텔링의 확보다. 이는 ‘블레이드&소울’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사실 ‘블소’가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고는 하지만 그 플롯을 보면 기존 무협지나 영화에서 익히 볼 수 있는 ‘문파의 복수’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개와 갈등이 명확한 스토리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보니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느낌을 줄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몰입감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NPC 남소유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등의 현상도 부가적으로 얻고 있다. 게임에 있어서 이야기 구조 확보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아직까지 국내 게임업계는 ‘리니지’ ‘열혈강호’ ‘라그나로크’와 같이 여타 콘텐츠의 소비자 역할만 했을 뿐 영화·드라마 등 타 분야에 공급자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소비자에서 공급자로 역할이 전이됐을 때 얻는 효과는 대중적인 친화력, 인식개선 등 무궁무진하다. 특히 현재처럼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는 잘 만든 스토리가 가장 절실한 시기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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