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 앉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진중한 일이 생겼다는 뜻과 동시에 그 여진이 계속 가라앉지 않은 채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뜻이다.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각 발표는 가히 핵폭탄급이었다. 당사자인 김택진 사장마저도 자신이 일군 기업과 자신의 게임계의 위상이 그 정도로 절대적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아니 새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그랬으니까 지분을 매각하지,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했겠는가.
 어린이들처럼, 물릴 수 있다면 그렇게 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나며 김 사장 손을 붙들고 넥슨쪽으로 가고 싶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수습하고 매듭지을 것인가. 수순과 명분이 매우 중요하게 됐다. 

 게임계는 지금 개발자들이 거의 손을 놓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한숨이다. 떠나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들이 교차하고 있으나, 짐을 챙겨 나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 사람(김택진)을 보며 게임계의 입문을 격려하며 등을 밀어주던 교수 선배 친구들이 지금은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 잘 나간다는 게임계가 이렇게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면 말을 다한 셈이다.
 엔씨소프트와 김택진 사장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매듭을 제대로 풀지 않으면 큰 사단이 될 게 확실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넥슨의 김정주 회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이미 새로운 시대를 열 새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넥슨의 행보를 보면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여전히 빡빡하고,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예컨대 대립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정책은 그대로이고, 시스템에 의한 공익사업보다는 이벤트에 매달린 사업에 더 치중하고 있다. 특히 투명 경영을 바라는 시장의 반응엔 거의 무대응 일 정도다.
 최근 넥슨이 발표한 PC방 지원 정책을 보면서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마련한 정책인지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PC방에 대한 혜택이 없다는 게 아니라, PC방과 상생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방안마련에 고민하고 준비해 온 것이냐는 것이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 하지만, 상대는 구제의 대상이 아니라 같이 협력하고,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동지이자 친구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상대측과 좀더 세밀한 준비와 밀접한 대화가 필요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넥슨의 사회공헌 노력도 그렇다. 넥슨이 그렇게 옹색하게 하고 있는 게 아님에도, 전혀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기 보다는 백화점식 다발성 이벤트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그러다 보니 나열식으로 사업이 전개되고, 결국에는 기대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넥슨의 기업 경영은 매우 합리적이란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런 평가를 듣는 만큼 역설적으로 아주 자기 중심적이란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손해 보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시장 중심 사회에서는 나쁘다 할 수 없다.
 그러나 투명경영이 이뤄지고 있느냐에 대해선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기가 쉽지 않다. 

 넥슨가의 계열사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럼에도 기업인수 합병을 통한 계열간 연결고리를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다.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도 김 회장의 전격적인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고 한다.
 모든 사업들이 이런 식이고, 이렇게 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넥슨가를 완성했다고 하면 매우 전제적 경영 방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이 그동안 통했다 하더라도 과연 앞으로도 이같은 방식이 그렇게 먹힐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일단 시장에서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게임산업계의 얼굴이자 말 그대로 호스트이다. 앞으로 이들이 어떻게 현안들을 매듭지을 것인가에 게임계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갈 것인가 아니면 우회할 것인가, 또 그것도 아니면 뒷걸음질 할 것인가. 이렇게 던져진 운명의 열쇠는 바로 이 두 기업과 양 김의 손에 달려있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이대로 슬그머니 그만두고 말 것인가. 정말 시국 선언문이라도 발표해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모인 건국대 겸임교수 /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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