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을 리드해왔던 온라인게임산업이 기로에 놓여 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 맞춰 외국업체의 가열찬 공세에다 정부의 규제까지 겹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이미 외국 업체들의 공세로 10년 이상 사랑을 받아온 ‘리니지’시리즈와 ‘아이온’, ‘서든 어택’ 등의 국내게임이 밀려나고 그 자리를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 등이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 소셜네트워크 게임(SNG)시장 규모도 4700억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선두주자였던 엔씨소프트가 넥슨의 둥지로 들어가는 등 업체 간 재편이 시작되고 있으며 조직개편 등을 통해 불필요한 인력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업계가 힘들어지게 된 데는 게임중독의 사회문제를 빌미로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 정책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만 16세미만 이용자의 경우 자정부터 게임서버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게임셧다운제’를 강제적으로 도입한데 이어 7월 1일부터 문화관광부는 청소년 이용자의 친권자가 자녀의 게임이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게 한 ‘게임시간 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다.

게임중독이 사회문제로 클로즈업 되자, 게임산업을 육성하자는 지원책을 내놓기 보다는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의 부처는 물론 국회까지 앞다퉈 규제책을 쏟아 내놓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 스스로가 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도 뒤지지 않는 온라인 게임의 추락은 국내 게임 산업의 후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한때 수천만달러의 수출탑을 탈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아케이드게임이 복제의 대명사로 인식된데다 아케이드게임장마저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면서 강력한 규제를 받아 아케이드 산업은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한번 몰락한 아케이드산업은 여전히 음지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디오게임산업에서는 일본업체들의 들러리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국내 게임업체들은 온라인게임덕분에 세계시장에서 큰소리를 낼 수 있었다.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서자’는 정부의 정책으로 IT분야가 빠른 속도로 발달하면서 온라인 게임분야로 국내업체들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마저 흔들리고 있다. 온라인 게임산업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외국 기업의 공세, 그리고 정부의 규제 까지 겹쳐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샌드위치의 신세로 전락하게 된 1차적인 책임은 게임업체에 있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책과 소비자들의 사랑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젊은 나이에 부를 쌓은 벤처기업가들 누구하나 부에 대한 사회 책임을 질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산업에서 부를 쌓은 후에 게임 산업에 대한 투자와 사회공헌에 힘을 쏟기보다는 게임산업계를 떠난 벤처기업가들이 대다수다.

막대한 부를 쌓았음에도 게임업체들은 게임 중독 등 부작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왔다. 게임중독이 사회문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중독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문헌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러한 게임업체들의 무관심이 한몫했다. 게임 산업은 한번추락하면 다시 되살리기가 쉽지 않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시대에 게임산업도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디아블로 3’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온라인 게임산업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 같다. 대작중심으로만 흐르고 그러다 보니 투자비가 많이 드는 산업으로 전락하면서 벤처기업들이 이 분야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는 구조로 변질됐다. 이제부터라도 초창기 시절로 다시 돌아가 온라인게임에 대한 벤처정신의 회복과 함께 정부도 온라인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일변도에서 벗어나 게임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원철린 언론학 박사 crwon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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