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철을 앞두고 있는 게임업계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더군다나 시장을 이끈다는 대박 작품들이 시소를 벌이며 분위기를 잡아가는데도 별 반응이 없다. 그냥 그대로 묻혀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조차 귀찮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다. 마치 별 볼일 없다는 듯 , 체념적 태도다.
 

게임업계의 양극화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다. 자세히 내막을 들여다보면 심각하다.


 어느날 부터인가 중간 지대가 사라져 버렸다. 중간 지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은 한빛소프트와 엠게임 위메이드 등 몇몇 업체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업들은 마지못해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메이저들도 다 같은 메이저가 아니다. 두 세곳 정도만 형세를 유지할 뿐, 나머지 업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 작품도 없고, 팀을 꾸려 작품개발을 맡길 처지도 못된다. 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 장르, 기획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슬그머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건 이즈음의 일이다. 대충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았고, 후속편 제작에만 열을 올렸다.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심화됐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우산 없는 사람은 밑에서 허우적 댔다.


이같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살림이 계속되자 인재들이 게임계를 떠나거나 꿈을 접고 있다. 지금도 전업을 얘기하는 인재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다. 머물러서 무슨 영화를 더 보겠느냐는 듯 짐을 꾸리고 있는 것이다.

 

외화내빈이란 엔터테인먼트 산업 속성 탓도 있지만 게임산업계의 토양과 생태계가 크게 바뀐 까닭이다.


과거에는 개발자 또는 기획력이 뛰어난 사람끼리 모여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돈도 끌어 모으고, 그게 어려우면 같이 분담하면 게임개발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같은 일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대작 위주 작품 제작 트렌드에다, 시장 진입 또한 쉽지 않게 블록화 됐다. 어지간해서는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풍토 변화보다는 게임산업계에 몰아닥친 생태계의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전 경영자와 개발자, 개발자겸 경영자와 개발자, 그리고 회사와 개발자는 실과 바늘과 같은 존재였다. 먹을 게 없으면 같이 굶고, 잠자리가 없으면 처마 밑에서 같이 밤을 새우는, 그런 사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게임업계에 기업인수 합병(M&A) 등 낯선 금융기법이 도입되면서 회사 경영을 맡은 사람은 부를 취하고 빠져 나간 반면, 개발자나 그 밑에서 일해온 사람들은 말 그대로 토사구팽의 신세가 됐다.

 

또 회사는 게임만 존재하고 사람이 없는 유령회사가 됐다. 같이 일해온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 졌고 대기업에 피인수되면 근무환경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런 풍토 속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마치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다.


 

게임업계가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선순환 구조가 붕괴된 탓도 있지만 기업이 줄어들고 개발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두렵고 무서운 건 게임산업계 전반에 걸쳐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공황 장애 현상이다.

 

더 이상 기댈 것도, 바랄 것도 없다는 듯, 다들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아예 전업을 선언하고 업계를 떠나고 있다.


게임업계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이는 꿈을 저버리는 짓이다.

산업을 책임지고, 정국을 주도해 나가야 할 당사자는 다름 아닌 메이저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분란과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리곤 나만 괜찮으면 그뿐이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손을 털고 하늘만 쳐다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출발선에 다시 올라도 늦지 않다. 풍토를 바꾸고 모순된 구조를 타파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문제는 꿈과 기개가 꺾여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상황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현상들이며, 게임인들에게 던져진 단계적 시험 과제일 뿐이라는 점이다. 기지개를 켜고 다시 시작하자. 꿈을 잃어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 출발선은 다가오는 여름 성수철이다. 다시 시작하자. 
게임인이여, 오늘의 태양은 내일 또다시 떠오른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았으면 한다. 꿈을 잃지 말자.


[편집국장/ 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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