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계의 시야가 거의 제로상태다. 한 치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다. 산업계의 역사를 되짚어 봐도 게임산업계와 같은 안개정국은 전무후무하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그렇게 손을 잡을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크고 작은 것이 뭉치거나, 아니면 작은 것끼리 헤쳐 모이는 경우는 있어 왔지만 사실상 시장을 균점해 온 기업끼리의 결합은 일찍이 없었다.

 

깜짝 쇼라고 평가절하 하기엔 이들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일각에선 가당찮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그 가당찮은 게 현실이 됐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더 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현실을 냉정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가당찮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줄기차게 합종연횡의 과정을 통해 생명력을 키워온 것은 대표적 사례다.

 

파라마운트와 드림웍스가 전략적 차원에서 합병을 단행했고 워너브라더스는 뉴라인 시네마를 끌어들여 몸집을 키웠다. 잘 나간다는 20세기 폭스사도 실은, 20세기 영화사와 폭스사가 합병해 탄생시킨 영화사다.

 

양쪽 산업에 대한 합병 시점의 주변 환경을 살펴 보면 게임업계의 경우 잘 나가는 과정에서 분화되거나 합병이 이뤄졌다면, 미국 메이저 영화사쪽은 산업의 부침이 있을 때 주로 헤쳐 모였다는 사실이다.

 

또 게임쪽은 몸집을 부풀리기 위한 방편으로 합병이 이뤄진데 반해, 영화쪽은 배급과 제작의 원활한 진행 등 필요성에 의해 합종연횡이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할리우드 영화계는 합병이 진행돼 마무리 되면 분명한 합병 목적과 과정을 투자자와 팬들에게 상세히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분 양수도 과정을 놓고 업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점을 간과한 때문이다.

 

자본 논리에 투철한 미국과 달리 이에 관한한 너무도 느슨한 한국 실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확실히 사고 판 이유를 밝혀야 옳았다. 그런데 슬그머니 이를 생략해 버렸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상당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사실상 게임업계를 평정했다. 전장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된 것이다. 넥슨이 이 정도의 업계의 파장을 계산하지 않은 채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산업계를 위해, 유저들을 위해 후속적인 조치로, 담화문 정도는 있어야 옳았다. 특히 넥슨은 시민단체 및 PC방 등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한 기업이다. 엔씨소프트 지분인수 발표에 이어 대국민 또는 업계에 대한 탕평책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다면 어땠을까. 사정은 상당히 달라졌을 게 분명하다.

 

엔씨소프트의 애매모호한 태도 역시 불씨를 더 짚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지분 매각규모만도 8000억원에 이르고 있고 누가 봐도 부러울 게 없는 회사의 CEO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면 그 어떤 누가 봐도 구설 거리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블록버스터급 화제작 ‘블레이드&소울’이 그의 뒷 배경을 확실히 해주며 버텨주고 있다. 그런 회사의 그가, 왜 무엇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거나, 또는 할 수 밖에 없었느냐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측에서 밝혔듯이 협업과 잘하는 전공에만 매달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김대표가 직접 나서 설명하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 더욱이 넥슨과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였음은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라면, 그에 대한 입장과 소신을 더 정확히 밝히는게 맞았다. 그러나 밝혀진 것은 지분매각 대금일 뿐이다.

 

이대로 가면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대한 소모성 루머는 끊임없이 재생산될 게 뻔하다. 또 이로 인한 산업계 파장은 긍정적인 쪽 보다는 부정적인 쪽으로 흐를 게 분명하다 할 것이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산업계의 중요한 자산이자 보고이다. 정책 실수와 시행착오에 대한 세간의 비난과 비판은 당연하고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정체성에 관한한 상처를 입어선 곤란하다. 내일의 대한민국 콘텐츠산업을 위해, 또 새로운 놀이문화의 정립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곧게 성장해야 한다.

 

그것이 다름 아닌 게임산업의 미래이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산업임을 과시하는 길이다.그런데 안타깝게 그 길이, 짙게 드리운 큰 그림자로 인해 한치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만들어 지고 있다.

 

사람의 노력으로 걷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차일피일 미룰 필요가 없다. 다시 언급하지만 작금의 게임 산업계의 풍향이 그렇게 한가롭지 않다는 데 사안의 중대성이 있다 하겠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 양사가 생각하고 있는 공통분모의 그림이 무엇인가.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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