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 ‘연합전선' 전략 곧 모습 드러낼 듯


  글로벌 시장 돌파할 승부수로 …개발·운영 장점 결합하면 ‘세계최강’ 가능성 


  지난 8일 조용했던 주말 분위기를 단숨에 후끈 달아오르게 했던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흥분이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향후 진로에 대한 궁금증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8000여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김택진 대표가 이 자금의 용처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업계 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는 구구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사가 서로의 지분을 섞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쉬울 게 없는 김 대표가 시가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매각한 것은 또 다른 빅딜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직접 일을 열어 말하기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8일 오후, 넥슨은 보도자료를 통해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주식 14.7%를 인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소식으로 업계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 넥슨 일본법인이 김 대표로부터 주식 321만8091주를 주당 25만원에 취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총 투자금액 약 8045억원이 투입된 이번 거래로 넥슨은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인수하고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
 이날 엔씨소프트도 곧바로 입장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엔씨와 넥슨 두 회사가 힘을 합쳐야 세계 게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성장?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엔씨 측은 김 대표가 이번 주식 매각과 관계없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되며 21일 ‘블레이드&소울’ 공개테스트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말을 앞두고 비교적 한가로운 분위기를 보였던 게임업계는 이날 양사의 발표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라이벌이자 게임업계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양사의 연대는 게임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불러 일으킬만한 ‘대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양사는 그동안 게임업계에서 상반된 정체성을 가진 대표격을 차지한 바 있다.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엔씨의 경우 업계 4위에 해당되지만, 증권가에서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황제주라는 점, MMORPG의 개발?유통을 통해 국내 게임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야구단 창단과 같은 기업문화를 내세워 왔다는 점에서 타 기업과의 차별을 꾀해 왔다.

 

# 상상도 못한 일 ‘충격’


  반면 넥슨의 경우 매출 면에서 여타 대기업 못지않은 규모를 갖고 있다. 아이템 판매라는 부분유료화 모델을 업계에 도입해 수입 극대화 기업의 상징으로 언급되는 넥슨은 특히 최근  이같은 매출을 바탕으로 각종 게임기업에 대한 인수합병 등을 진행하며 외연을 넓히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넥슨의 엔씨 지분 투자에 대해 게임업계가 큰 충격에 빠진 것은 이처럼 서로 상반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기업 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업계는 엔씨와 넥슨을 일종의 성공모델로 보고 수익극대화냐 개발력 중심의 업계 대표브랜드냐를 방향성의 지표로 삼아왔다. 여기에 최근 인수합병의 여파로 업계에 중견기업이 사라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은 넥슨의 지분 확보가 ‘엔씨소프트마저 인수됐다’라는 이야기를 야기할 정도였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연계를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우리나라 PC방 게임 점유율 상위 1?2위가 최근 외국 게임으로 모두 바뀌었고 점유율이 절반에 이르는 등 게임 시장에 있어 글로벌 경쟁이 휠씬 치열해 지고 있다”며 넥슨과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넥슨의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가 곧바로 주목한 것은 김 대표가 주식 처분으로 얻게된 8045억원의 향방이다. 넥슨재팬은 김 대표의 개인 주식인 14.7%의 물량을 매입하면서 김 대표에게 이를 현금으로 값을 치렀다는 것.
 이같은 소식은 게임업계에 많은 루머를 양산해 냈다. 양사가 연계를 선언하며 넥슨의 지분 확보는 있으나 엔씨가 넥슨으로부터 ‘무엇’을 얻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슈가 김 대표, 김정주 회장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진행된 상황으로 봤을 때 상반된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거래가 따로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업체간 연계가 이뤄질 때는 흔히 ‘주식 스와핑’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사가 서로 주식을 교환해 상호 투자 및 지분확보가 이뤄지는 것. 그러나 이번 거래에서는 넥슨이 엔씨 주식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모습까지만 알려졌다. 이로 인해 두 사람간에 어떤 합의점이 도출됐는지, 향후 8000여억은 어디에 쓰일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 8천억의 향방은 어디로?


  그러나 양사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은 특히 소문이 횡횡하기로 유명한 게임업계에서 다양한 루머를 양산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넥슨의 인수합병 사례를 봤을 때 게임하이나 JCE처럼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또 한편으로는 김택진 대표가 향후 모바일 분야 진출 또는 양사가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여기에 김 대표의 정계진출 설은 물론 심지어 ‘먹튀설’과 같은 억측도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그동안 게임과 엔씨를 분신처럼 여기는 김 대표의 행적을 봤을 때 신빙성이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분 매입을 당한 엔씨 내부에서는 동요의 움직임도 일었다. 최근 엔씨가 구조조정을 한다는 소식도 들려온 데다 무엇보다 정체성이 상반된 넥슨에 지분을 빼앗겼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상당수 엔씨 직원들은 탄탄한 개발력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자사 방향성에 상당한 자긍심을 갖고 있었던 터여서 밝혀진 상황만을 놓고 봤을 때 넥슨에 인수당했다는 동요가 일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김 대표는 사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엔씨는 엔씨의 색깔이 있고 넥슨은 넥슨의 색깔이 있다”며 “이제 서로의 장점이 어우러져 두 회사가 협력해 글로벌 파고를 넘어가는 모험을 떠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넥슨 역시 이번 연계가 기존에 진행됐던 인수합병과는 다르다며 확실한 선긋기에 나섰다. 김 회장은 넥슨 내부 통신망을 통해 “엔씨소프트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라”며 “‘엔씨에 넥슨 사람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양사가 결국 상호 투자의 방식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넥슨이 엔씨 지분을 먼저 확보한 후 향후 넥슨에 대한 엔씨의 지분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

 가장 유력한 전망은 엔씨가 넥슨재팬의 또는 넥슨 모기업인 NXC의 지분 인수다. 현재 김대표가 지분매각을 통해 조성한 8045억원의 향방은 지분 매각 대금 중 일부를 넥슨쪽에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것. 이에 증권가에서는 김 대표가 비상장 지주사인 NXC에 재투자, 넥슨 지분을 확보하고 김 회장이 현 보유 지분은 유지한 채 넥슨의 일본 상장에 따른 현금화를 이뤄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유력시 되는 것을 놓고 봤을 때 주요 사안은 왜 넥슨의 엔씨 지분 매입과 엔씨의 넥슨 재투자 간에 시차가 발생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연계가 상호협력과 투자라는 그림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이라면 굳이 양사가 시차를 두고 진행해야만 하는가가 의문으로 남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는 넥슨의 일본상장 및 주가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다. 넥슨의 엔씨 지분 확보가 일본에 상장된 넥슨 주가 하락의 방어재 역할을 한다는 것.


 이는 넥슨의 대규모 주권 매매 제한(락업)과 관계가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증시에 상장한 넥슨 물량에 대한 락업이 지난 10일 처음 풀리면서 현재까지 발행완료된 총 주식 4억4450만주의 약 73% 수준인 3억2403만9000주의 매매 제한이 해제됐다는 것. 이처럼 주식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하락을 동반할 수 있으나 엔씨 주식 매입과 같은 호재를 통해 이를 방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넥슨 주가는 실제로 일본증시에서 유통물량이 약 3배로 대량 늘어났음에도 엔씨 지분확보 호재에 힘입어 상승효과를 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를 통해 넥슨 주식의 약점으로 꼽히던 낮은 개발력 문제도 해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상호 투자 통한 윈윈?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시각을 바탕으로 김 대표가 넥슨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이같은 넥슨 주식의 호재는 결국 김 대표와 김 회장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란 것.
 한편 이번 양사의 연계로 여타의 게임업체들은 향후 행보에 대해 관심과 우려심을 동시에 갖고 있다. 양대산맥의 빅딜로 게임업계에 심화되고 있는 쏠림 현상과 자본 집중현상이 가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
 이에 대해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진 엔씨와 넥슨이 연대한다는 것 자체가 업계에는 혼란거리”라며 “올해는 각종 규제 이슈부터 시작해 빅딜 등 한치 앞을 못내다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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