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육효과 ‘만점’…제도 안착 절실”


 5년전에 비해 500% 급성장…국내외 전시 참가 등 대외 활동 강화


보드게임업계는 최근 신바람이 났다. 온라인게임이 사행성과 과몰입 등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로 보드게임은 건전성과 학습효과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드게임업계는 과거 ‘보드게임카페’로 성황을 이뤘던 때 이후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어려운 시기를 지내오며 보드게임보급에 앞장서온 오준원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장은 요즘 정신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 들어 그를 찾는 기관과 단체들이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국내외 전시회 참가하는 등 대외활동도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외 보드게임 관련 박람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참가할 생각입니다. 또 거기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보드게임 업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참가 공간을 계속 늘릴 계획입니다.”
 오준원 회장은 보드게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선 활발한 대외활동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으로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보드게임 마니아층이 탄탄하게 형성돼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보드게임산업은 지난해부터 교육사업과 보드게임을 접목시킨 새로운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오 협회장은 보드게임이 성공하는 첫 번째 방법은 우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교육사업을 접목시킨 새로운 수업 방식이 학부모와 선생님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으며 오래간 만에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며 “산업을 일으킬 좋은 기회가 다시 찾아온 만큼 이번에는 차근차근 준비해 꼭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 시장규모 1500억원에 달해


 오 협회장은 올해 산업발전과 이미지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의미 있는 한해를 보내고 있다. 이는 보드게임이 그동안 저학년용 어린이들이 즐기는 게임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이뤄낸 성과다.
 그는 “올해 산업 규모는 약 1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5년 전 산업 규모가 300억 원이었으니 그때와 비교해 본다면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오 협회장은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으로 보드게임의 유익함이 알려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보드게임이 재미와 함께 교육적인 효과를 준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게임에 대한 반대급부로 조명 받으면서 인식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온라인게임은 청소년들이 깊이 빠져드는 과몰입의 경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드게임은 건전하고 유익하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특히 올해에는 정부에서도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어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 협회장은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며 보드게임을 찾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간다고 했다. 그의 이런 노력으로 협회를 한번 초청했던 단체에서는 다음 해에도 다시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행사장에서 가족이 함께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에 보드게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오 협회장은 국내에서 열리는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30여개의 대규모 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

 

# 긍정효과 알려지면서 ‘인기’

  그는 “과거 협회가 소규모일 때는 외부 행사에 참가하고 싶어서 제의를 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협회가 커지고 열심히 뛰어 다닌 결과 많은 곳에서 우리를 찾아 준다”고 말했다. 보드게임산업은 한때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보드게임 카페’가 대학가 등에서 수백개에 달하는 등 크게 유행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기는 보드게임카페 프렌차이즈 본사들이 과열경쟁을 벌이면서 바닥을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오 협회장은 “보드게임 카페가 망한 이유는 간단하게 말하면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많이 들도록 돼 있어 수익을 내재 못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업계에서는 산업을 지켜줄 협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2007년 사단법인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협회는 이후 ‘코리안보드게임콘’ ‘보드게임지도사과정’ 등을 실시하면서 보드게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한번 위기가 찾아왔던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모든 회원사들이 일치단결해 같이 살아갈 길을 모색했던 것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보드게임지도자과정은 협회가 해왔던 사업 중 가장 의미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보드게임이 학교에서 부교재를 인기를 끌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게 된 것이다 협회는 이 사업으로 지난해까지 약 300여명의 지도자를 배출했다. 이 과정을 수료한 지도자들은 보드게임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며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오 협회장은 “보드게임 지도자과정이 필요하다고 원하는 사람들이 최근 많이 늘고 있다”며 “그 이유는 교사들이 남들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수업 콘텐츠를 확보하고 싶어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각보다 수업 콘텐츠로서의 활용 폭이 넓어 방과 후 프로그램 경쟁률과 아이들 이탈율도 낮아 입소문을 타고 수강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협회장은 보드게임 자체가 갖고 있는 영향력으로 인해 국내 시장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한 작품이 잘되면 그 작품 하나에 빠져들게 되지만 보드게임의 경우는 한 작품에 흥미를 느끼데 되면 또 다른 작품으로 관심이 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드게임은 한 작품이 잘 되면 여러 작품이 함께 잘 되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드게임은 라이벌 관계라기보다 파트너 관계라고 생각 하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를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누가 더 많이 팔았다고 배 아프거나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오 협회장은 앞으로 해외 보드게임 박람회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박람회의 경우 개발사 위주로 참석하고 있는데 국내 개발력은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아마추어 공모전과 전국보드게임대회 등은 더 큰 규모로 진행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협회에서는 보드게임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게임산업진흥법 안에 보드게임에 관련된 조항을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방침이다. 그동안 보드게임은 법의 보호와 지원을 받기 못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법이 없어서 소외당하고 완구 제품으로 취급 받고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는 것이다.

 

# 완구업계가 아니다?


  오 협회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국회의원들에게 보드게임산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법적인 지원을 받아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대 국회에서 보드게임 관렵 내용을 게임법안에 넣기는 했지만 끝내 통과되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며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꾸준히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 협회장은 한국에서 보드게임 문화가 선진국 못지않게 주류문화로 성장하는 그 날까지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경쟁 일변도인 우리나라 놀이문화에서 보드게임이 정착한다면 함께 돕고 즐기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게임스 김초롱 기자 kcr86@thegames.co.kr]


사진=김은진 기자 dreams99@nate.com

 

<프로필>
게임아카데미 기획팀 교수
젬블로 대표이사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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