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진흥 두 마리 토끼 잡을 것”

 

취임 100일 맞아 ‘배움’ 의지 불태워…새 시대에 걸맞은 위상 정립이 과제

 

 

“규제와 진흥, 이 두가지를 어떻게 조화시켜야할지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백화종 게임물등급위원장은 게임이 산업적인 역할이라는 순기능과 사회적 부작용이라는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매체인 만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시각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1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백화종 위원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고 있는 등급심의와 향후 풀어야할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게임업계와 인연이 처음인 백 위원장의 요즘 키워드는 ‘공부’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게임을 배워나가고 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위원장 직책을 맡기 전까지는 사실상 게임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9년 동안 신문사의 정치부 기자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이로 인해 백 위원장은 요즘 간단한 웹보드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게임산업의 각종 자료들을 살펴보는데 여념이 없다. 여기에 게임위로 접수되는 각종 심의업무를 보다보면 더 정신없는 일과를 보내게 된다. 특히 위원들 사이에서도 시각이 엇갈리는 게임들은 심의업무에 있어서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그는 “요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며 “오랜 세월을 보냈던 기자생활보다도 더 바쁘게 지내는 것 같다”고 웃었다.

 

# 사행성에 가장 민감

 

백 위원장은 심의업무를 보는데 있어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아케이드의 경우 간혹 사행성 여부에 논란이 되는 작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판정이 난 아케이드 게임들이 개·변조 돼 사행성 게임기로 둔갑하는 경우가 있다. 등급 거부를 할 수 없지만 행여나 ‘바다이야기’ 사태가 다시 발생할까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게임물 심의에서 잣대로 삼는 것은 사회적인 의식구조와 사행성 및 도박성 여부에 있다고 봤다. 사행성이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는 백 위원장은 해외의 경우 대부분 게임에 대한 유해 판정이 폭력성이나 선정성에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반면 외국과는 달리 사행성의 경우는 민감한 작품이 많다는 설명이다.

 

백 위원장은 “장기를 두거나 축구 시합을 하더라도 내기를 걸고 하는데 이같은 정서가 게임 분야에도 반영된다고 보면 된다”며 “사행성의 경우 바다이야기 사태처럼 그 파장이 커 가장 중요한 심의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위가 산업적인 면과 문화적인 면을 고려해 등급분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임위 위원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것은 게임산업이 콘텐츠 산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피부로 실감하게 됐다는 점이다. 국내의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으며 산업규모와 수출비중에 있어서도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 그러나 심의기관의 대표로서 게임에 대한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이로 인해 게임에 대한 규제와 진흥은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건이 된다.

 

백 위원장은 과몰입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게임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자녀들한테 게임을 배웠는데 직접 플레이 해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됐다”며 “근본적인 문제라면 ‘게임이 재밌다’는 것이며 이를 아는 자식과 모르는 부모 간에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게 됐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없다고 봤다. 다만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정부에서 게임에 대한 각종 규제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성은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게임업계가 자발적으로 건전한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며 수익이 난 만큼 과몰입에 대한 치료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모가 게임을 이해하고 적당한 통제를 하는 등의 지도교육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위원장은 “게임을 이해하는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는데 수월하다고 들었다”며 “무엇보다 부모가 게임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순리대로 풀어나갈 것

 

백 위원장은 게임위가 가장 이슈가 됐을 때 취임했다고 볼 수 있다. 민간이양 문제를 비롯해 이에 따른 제반사항, 그러고 내년으로 예정된 부산 이전 문제 등은 그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나 다름없다.

그는 “게임위에서 업무를 파악해보니 어려운 난제들이 산적해 있었다”며 “크게 등급분류 업무에 대한 민간 이양과 구조조정 문제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이양은 시대적 추세’라며 다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연착륙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위는 오는 7월부터 청소년이용불가와 아케이드 게임에 대해서만 등급분류를 하게 된다. 이는 심의 업무 중 가장 어려운 사안으로 심의 토론을 하면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하고 결론이 안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업무는 게임위가 그대로 가져가되 자율심의 기구에서 경험이 없을 테니 이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전수 범위는 전산시스템까지 염두하고 있는 상태다. 향후 민간이양이 진행되면 등급분류 업무는 줄어드는 반면 사후 관리를 중점적으로 진행된다. 백 위원장은 이에 대한 인력 확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위 직원들의 고용승계 역시 민간이양 이슈에서 중요한 사항이다. 백 위원장은 전문성 가진 인력들이 민간기구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고용승계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게임위 구조조정 문제는 구성원들의 생존권과 관계가 있는 만큼 순조롭게 진행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부산 이전 계획도 현재 잘 진행되고 있어 최근 부산에 근무할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입주 신청을 받았다.

 

백 위원장은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이렇게 많이 산적했지만 순리대로 풀어나가자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이같은 난제를 해소하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쌓아온 정치권 인사들과 정부 관계자들의 인맥을 적절히 활용해 이런 난제들을 해쳐나가는데 역점을 두겠다는 목표다.

백 위원장은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등급분류를 하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게임위원장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심의를 할때도 게임업계 종사자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등급분류를 내리겠다는 것. 예를 들어 심의가 지연될 경우 게임업체로서는 답답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업무에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심의 업무에 있어서는 시대적 기준과 상식에 알맞은 기준으로 다가서겠다는 각오다. 시대 흐름에 따라 심의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게임위가 만들어왔던 등급 분류 판단 기준과 현재의 기준이 달라질 경우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각론은 시대에 맞는 심의 기준에 의거한다는 목적의식이 있어도 구체적으로 심의에 들어가면 예전의 기준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 소명의식 갖고 접근

 

백 위원장은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 70년대에 정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장발 단속을 했던 것이 우습게 보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현재 게임위가 만든 등급분류 기준이 시간이 지나면 자칫 우스운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 하면서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의에 있어서 규제 강화보다는 완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규제 기반의 인식에서 벗어나 되도록 형평성과 일관성을 맞추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 사행성과의 연결 관계가 깊은 승부위주나 도박으로 악용될 수 있는 작품에 대해 주의 깊게 심의하되 제1의 콘텐츠 산업인 게임 발전에 저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백 위원장은 “민간이양 문제도 그렇고 게임위 업무에서 중요한 것은 시대적 추세와 발맞춰 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하나씩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사진= 김은진 기자 dream99@nate.com

 

국민대 행정학과

연합통신 정치부 차장

국민일보 편집국장,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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