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서울 영등포구 영신로 통합 민주당사 앞에서 벌어진 PC방 업계의 1인 시위 현장의 모습을 접하면서 안타까움과 착잡한 심정이 동시에 밀려 왔다.

 

많은 사람들이 익명의 그와 함께 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더라면 그런 마음까지 들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달랑 한사람이었다.


 마치 나 홀로 외롭게 투쟁한다는 모습으로 보여지게 해 주변 사람들의 동정심과 관심을 이끈 것이라면 시위를 기획한 단체나 개인으로 보면 의도한 메시지 전달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한갓 이벤트나 기획 프로젝트로 깎아 내려 평가한다면 그 것은 정말 한가한 사람의 험담일게 틀림없다. 오죽하면 도로로, 길거리로 나왔을까 생각하면 안타깝다 못해 목이 메어온다.


 그들이 누구이던가. 게임업계와 함께 해온 동지들이 아닌가. 수요자이면서 공급자이며, 서류상 갑, 을의 관계이면서 사업상 동지적 관계를 맺어 왔다.

 

끝내는 동지적 관계는 청산되고 서류상 갑, 을의 관계만 남게 됐지만, 과거의 옛 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진국과 같은 오랜 친구이다.
 

솔직히 PC방업계가 이렇게 딱한 사정에 빠진 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내부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지만 외부적 요인이 더 컸다. 트렌드가 더 이상 이들의 풍요를 용납치 않는 것이다. 


여기에는 독특한 PC방 문화마저 수용치 않겠다는 사회적 기류 또한 한몫을 했다.

 

그 가운데 PC방에 대한 금연 조치는 치명적이다. 내수 침체의 장기화가 PC방 사양길의 조짐이었다면 정부의 PC방 흡연 철퇴 방침은 결정타가 됐다. 그러나 이도 받아들일 태세다. 또 그래야 한다고 이들은 믿고 있다.

이같은 틈바구니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게임업계의 보이지 않는 지원과 격려 덕분이었다.

 

앙숙과 같이 다툼도 벌여 왔으나,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내 흡수되고, 서로를 받아들였고, 순간 티격태격, 우격다짐을 벌이기도 했지만, 죽기 살기로 상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PC방을 버리고 도로에 나선 것이다. 그 안타까운 사연의 정점에는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 넥슨이 도사리고 있다. PC방업계는 넥슨 때문에 못살겠다는 것이고, 넥슨측에서는 뭘 그렇게 PC방업계에 못했느냐는 것이다.
 

먼저 PC방 업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오과금 문제는 넥슨측에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보상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과금에 대한 상호 원칙은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단이 생기기 마련이다. 은행권에서 단 1원의 시비 문제로 시스템 개발업체를 바꾸는 것은 그 때문이다.


PC방 업계에 따르면 오과금 신고건 수가 무려 수십건에 이른다는 지적은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라면 변명과 보상만을 운운할 게 아니라 먼저 그들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사죄를 하고 부끄러워 해야 할 사안이다.

 

필요하다면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고, 마땅한 보상책이 없다면 PC방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부 과금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통합정량제의 시행도 넥슨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이지만, PC방업계의 시선으로 보면 끼워팔기이며 결국엔 가격 인상을 도모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넥슨은 이를두고 개별정량제도 함께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끼워팔기나 가격인상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것은 넥슨측의 관점에서 일 뿐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놓고 정부에 제소하겠다는 PC방업계의 입장도 수용할 수 없다. 서로 티격태격은 있을 수 있으나,  법적공방을 벌이며,  사생 결단식으로 밀어 붙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대화 채널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한 열린 대화는 불가능하다. 그 우월적 위치에 있는 쪽이 넥슨측인지, 아니면 PC방업계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경험학적으로 보면 공급업자들이 그 위치를 점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넥슨측에서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막말로, PC방업계를 저버리고 갈 수도 있는 일이다. 예전처럼 시장 점유율도 높지 않고, 유저들에게 안기는 임팩트 또한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오랜 친구를 그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는 법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당당히 설 때 당당히 갈라서는 게 어떨까 한다.
 

또 이 기회에 PC방업계의 역할이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PC방 업주들도 한번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명한 사람은 역사의 궤도 위에 누워 미래의 열차가 자신을 치고 지나가기를 결코 기다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 미국 34대 대통령)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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