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시절 X세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경제적인 풍요와 홍콩 느와르, 서태지, 슬램덩크로 대표되는 X세대는 70년대에 출생하고 수학능력시험 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됐지만 기성세대와는 다른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가져 ‘이해할 수 없는 세대’라는 뜻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X세대는 기존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보다 ‘나’라는 개인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존의 가치관에 반대해 기성세대로부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대’, ‘발칙한 세대’, ‘버릇 없는 세대’로 찍힌 세대였다. 이런 그들만의 사고방식은 기성세대와 끊임없는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이성이 지배하던 한국 사회에 감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최근 게임 과몰입에 관한 뉴스가 종종 기사로 소개되곤 한다. 자녀를 둔 입장에서 자식이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걱정이 될 것이고 부모로서 이런 우려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그 원인과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다. 찢어진 청바지와 미니스커트가 말해주듯 이와 같은 문제는 강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접근성이 세계 최고를 달리는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에서 게임을 근본적으로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게임을 절제해 나가려고 하는 노력과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다.


 얘기를 다시 X세대 얘기로 돌아와보자. 당시 X세대라며 기성세대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사람들의 지금의 모습은 어떨까? 당시 찢어진 청바지와 노란 머리로 대변되는 X세대는 한국 의 문화와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놓았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제조업이 주력이었던 한국 사회는 빠르게 서비스업으로 발전했고 단순 조립수준이었던 한국의 가전제품들은 X세대의 건방짐을 무기로 세계를 휩쓸고 있다. 온라인으로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는 발칙한 상상력은 세계 온라인 게임 1위를 만들어 냈으며, 말썽꾸러기들의 진두지휘 아래 한국의 K팝이 전세계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렇듯 문화는 보이지 않는 재산이 될 수도 있으며 기존 세대는 새로운 세대의 문화를 존중해야만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만약, X세대의 그런 발칙한 행동과 생활방식을 그저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온라인 게임도, 스마트폰도, 한류도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강신희 그라비티 게임서비스 그룹장 memberx@gravi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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