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으로서 큰 자부심 갖고 있다”


 엔씨 계열사로 전열 정비 … “사회에 좋은 반향 일으키는 작품 만들고 싶다”


 올해 초 엔씨소프트에 피인수된 엔트리브소프트는 이제 엔씨와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 됐다. 개발사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게임업계에서 이력을 쌓아온 양사의 결합은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준영 엔트리브소프트 대표를 만나 엔씨로의 인수는 물론 엔트리브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좋은 게임은 좋은 팀워크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생산적인 소통을 통해 이뤄진 팀워크는 선순환을 이끌게 되지요. 이런 생각 때문에 ‘창의적인 협력’이라는 문구를 명함에 새겨 넣었습니다”


 김준영 대표의 명함에는 ‘Creative Collaboration(창의적인 협력)’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협력과 팀워크의 과정을 중심으로 한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의 중요성을 가슴깊이 새기기 위해서다.
 협업 중심을 강조하는 엔트리브는 최근 커다란 환경적 변화를 맞이했다. 모회사가 기존 SK텔레콤에서 지난 2월 엔씨소프트로 변경된 것. 엔씨는 SKT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 63.7%와 기타지분 12.3% 등 총 76%의 지분, 1085억원 규모로 엔트리브를 인수했다. 그동안 엔터테인먼트사, 이동통신사 등 타 업계 대형업체들을 모회사로 뒀던 엔트리브는 엔씨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협력과 시너지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 개성 간직한 시너지 기대


 김 대표는 엔씨와의 인수협상 과정에 대해 “양사 모두 거짓 없는 진정성을 기반으로 접근했다”며 “그것이 좋은 소통과 신뢰로 이어지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게임업계는 대형 인수 이슈를 접하면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 바로 엔씨소프트가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한다는 소식이었다. MMORPG의 대명사 엔씨가 캐주얼 장르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해왔던 엔트리브를 인수한다는 소식은 향후 국내 게임시장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지 약 7개월이 지난 후인 지난 2월 엔씨가 엔트리브의 인수를 공식 발표하자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경영권과 조직체계 등의 향후 변화에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엔씨는 기존에 인수했던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경영과 조직에 대한 독자성을 보장했다. 구조조정 등 회사 구성원들의 환경 변화는 없었으며 김 대표 역시 지난 2004년부터 이어왔던 2대 주주의 위치를 유지하며 엔트리브를 꾸려가고 있다.


 대신 양사가 집중한 것은 시너지다. 그동안 서로 다른 영역에서 구축해온 게임에 대한 노하우 등을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나눠가는 방식이다. 빠른 속도로 모양새가 변해가는 게임업계에서 양사는 그동안 개발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사업을 지속해온 공통점이 있다. 이에 MMORPG를 중심으로한 운영 서비스 등 굵직한 기술력을 확보한 엔씨와 스포츠, 캐주얼 장르를 중심으로 독자성을 구축해온 엔트리브 영역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이로 인해 김 대표는 인수 직후 양사가 개발, 홍보 등의 업무영역별 교류와 의사소통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엔씨는 MMORPG를 통해 국내 1등 기업으로 올라선 만큼 오랜 노하우 축적돼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대로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와 서로 게임이라는 큰 틀 아래 자연스럽게 영역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이라는 인연을 맺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지금 모델이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라며 “운영, 플랫폼 노하우 등에서 시너지 일으킬 것이며 엔트리브 입장에서는 사실상 제2의 창업”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산업 초창기인 지난 93년부터 업계에 몸담은 김 대표의 시작은 개발자였다. 아케이드게임 전자회로기판 개발 업체 윈디얼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던 그는 이듬해인 94년 손노리와 인연을 맺었다. 98년 법인으로 출범한 손노리에서 김 대표는 2000년 손노리 부사장을 맡으며 개발에서 경영 영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당시에 대해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매력을 느끼면서 경영 업무를 시작했다”며 “개발자와 경영자 사이의 시각은 큰 차이가 있지만 양쪽 모두 유저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은 것인가라는 목적의식은 같다”고 말했다.

 

# 진정성 공유에 최선


 손노리에서 엔트리브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는 로커스홀딩스, iHQ, SK텔레콤 등 엔터테인먼트와 이동통신 업계의 굵직한 업체들을 모회사로 인연을 맺었다. 또 자본금 11억원의 엔트리브는 어느덧 연매출 547억원의 게임업계 중견업체로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 손노리팀에서부터 이어온 탄탄한 개발력이라는 기반 위에 작품 포지셔닝을 비롯한 퍼블리싱, 수출 등 다양한 경영분야에 김 대표가 저력을 쌓아가면서 함께 성장한 것이다.


 그는 엔트리브의 성장은 물론 그동안 굵직한 인수 이슈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진정성을 중시한 경영 마인드를 많은 회사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내 협업은 물론 관계사들과의 파트너십에 있어서 진실되고 거짓 없는 자세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것.
 김 대표는 “진정성은 생산적인 소통과 신뢰로 이어진다”며 “구성원 간에 지향하는 철학이나 방향이 내부적으로 맞아야 하며 이것이 지속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 작품, 게임 등 어느 콘텐츠이던 간에 소비자들이 이를 재조명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경기를 위해 특정 기술에 집중해 연마하듯 게임 서비스나 기술에도 특정적인 포인트가 존재한다고 봤다. 이같은 시각을 중심으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체계와 소통이 결합돼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개발의 경우 아이디어의 가치를 실제 게임에 구현할 때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팡야’의 경우 당시 골프는 그저 어른들의 게임으로 유저들이 룰조차도 몰랐다”며 “그러나 쉬운 게임성, 독특한 소재,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간접경험 등에 집중해 골프 시뮬레이션과 캐주얼로 방향성을 잡아가니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게임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출범 후 ‘팡야’ ‘트릭스터’ ‘프로야구매니저’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 등 개발 역량을 중심으로 해왔던 엔트리브는 최근 퍼블리싱 역량 강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히어로즈오브뉴어스(HON, 혼)’와 ‘파워레인저’ 등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AOS와 액션RPG 장르에 도전한다.
 김 대표는 AOS 장르가 게임시장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보고 있다. RTS에서 분파된 이 장르가 그동안 깨지지 않던 MMORPG 중심의 트렌드와 흐름 바꿔놨다는 것. 그는 특히 ‘혼’이 그동안 ‘리그오브레전드(LOL)’와 ‘카오스’ ‘도타’ 등을 즐겼던 유저에게 새로운 작품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혼’은 그래픽이나 연출에서 기존 작품들과 차별화돼 AOS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포지셔닝 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 ‘LOL’에 이어 AOS 장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혼’은 전략성이 강조된 작품이어서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합작 게임 ‘파워레인저’는  대원미디어와 아이언노스, 일본의 토에이컴퍼니가 공동 참여, 그동한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흔치 않았던 다기업 프로젝트다. 참여 업체들은 저작권, 마케팅, 퍼블리싱, 개발 등의 각각 영역을 분담하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명 원작을 기반으로 저변이 넓게 형성된 만큼 다양한 유저층을 노릴 수 있는 작품이다.

 

# 혼은 전략성 뛰어난 작품


 김 대표는 “‘파워레인저’가 저변이 넓은 작품이지만 생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유저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앨리샤’가 일본 서비스 등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 일본 파트너 게임팟과 신뢰를 기반으로 영속적인 관계를 형성한데다 ‘앨리샤’의 작품성이 일본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에 잘 맞아 기대감이 높다.


 국내 게임산업 1세대로 분류되는 김 대표는 향후 우리 사회에 게임회사가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모회사 엔씨가 야구구단을 만드는 모습보고 존경심 생겼다는 그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게임기업인 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같은 포부는 오랜 시간 게임산업에 몸담은 그가 오르고자하는 최종 목적지다.


 “3~4년전 일본 교토에서 닌텐도 전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에게 게임선배로 조언을 해달라 요청하니 ‘게임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라’는 말을 하더군요. 자부심을 갖기 위해선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가슴에 새기고 산업 종사자로서 부끄럽지 않는 게임인이 되고 싶습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사진= 김은진 기자 dreams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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