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영원한 ‘시스템 디자이너’ 이고 싶다”

 

“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현역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싶습니다. 특히 게임 시스템 디자인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게임 시스템 디자이너’라고 불리는게 더 좋아요.”


남택원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대표는 지난 97년 회사를 창업한 이후 16년 동안 게임업계에 몸담아온 1세대 개발자이자 CEO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는 게임산업 초창기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으로 게임업계의 든든한 허리를 역할을 하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남 대표는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게임 시나리오를 쓰고 기획도 하고 있다. 회사에서 진행 중인 대부부의 게임은 그가 직접 시나리오 원안과 중요한 기획을 담당한다. 현역 개발자로써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문학을 전공하지 않아 시나리오 작가들만큼 교육을 받지는 않았지만 읽은 책만 해도 수 천권에 달한다. 하지만 남 대표는 가장 애착이 가는 게임 분야로 시스템 디자인을 꼽았다.

 

# 예쁘고 뛰어난 시스템


“저는 게임 시스템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스스로도 시스템 디자이너로 불리고 싶습니다. 누가 저에게 게임 분야에서 제일 잘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게임 시스템 디자인이라고 말 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남대표가 시스템 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시스템 디자인과 관련된 얘기를 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엘엔케이의 작품들은 디자인이 예쁘고 게임시스템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남 대표가 다음으로 신경 쓰고 있는 분야는 시나리오라고 한다. 그는 원론적인 얘기지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좋은 책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서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언젠가는 제가 맡고 있는 업무를 다 후배들에게 넘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현역 시스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그게 저에게 큰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욕심이 많은 남 대표는 아직도 자신이 만족할만한 게임이 나오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게임업계를 떠나는 날까지 게임을 만들어도 ‘만족’이라는 단어를 쉽게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요즘은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데 3년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을 하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지만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 “너무 획일화 되는게 싫다”


“대기업 위주로 산업이 커지다 보니 시장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회사도 있고 저런 회사도 있어야 하는데 너무 획일화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이런 형태로 흘러간다면 궁극적으로 게임업계가 성장하는데 좋지 않은 현상이 아닐까 우려됩니다. 다양성이 없기 때문이지요.”
 남 대표는 “지난 16년 동안 게임 산업이 많이 발전했다”며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전부 다 소기업이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게임업체의 직원수가 30여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몇 천명을 넘기는 기업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는 게 놀랍다”며 “그만큼 게임업계가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3~4명이 고생하며 게임 산업을 키워온 중견기업들의 수장들은 하나둘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합병되며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저와 함께 했던 중견기업들이 없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많이 쓸쓸했습니다. 이제는 힘든 시절부터 교류했던 대표가 두 세명 정도밖에 없습니다. 가끔씩 만나서 세상사는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게임을 만드는 어려움도 나눴던 동료들이 없어지니 많이 외롭습니다.”


게임업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허리가 없다’는 질문에 그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남 대표는 “게임회사는 주식회사 형태고 주식회사는 주식수에 따라서 소유주가 결정되기 때문에 왈가왈부할일은 아니다”며 “인수와 합병은 시장 논리에 따라서 이뤄지는 일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산업계에 허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최근 남대표는 권주모 4시33분 대표, 권이형 엠게임 대표 전민희 작가와 가끔 만난다고 했다. 또 박철능 드래곤 플라이 대표와도 친분이 있다고 했다.

 

# 신나는 일터 만들기


게임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즐거움’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저는 직원들에게 즐겁게 일하자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 자신이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개발 회사를 설립했는데 직원들도 즐겁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일하자’ ‘나는 회사를 다니는 게 즐겁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직원들도 재미있게 게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요새는 성과나 실적에 대한 평가로 인해 즐기지 못하면서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도 많은데 저희 회사의 직원들은 그런 부분에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웃음)”그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과의 관계도 무척 중요하다고 덧 붙였다.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이뤄 놓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하지만 가정을 이루고 가장으로서 삶을 의미 있게 사는 것도 큰 행복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국내 게임 업계에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항상 어렵고 대한민국에서 게임을 개발 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게임 시장이 성숙한 것에 비해 시장의 규모도 작고 우리나라 유저들은 게임의 완성도에 요구하는 수준이 높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엘엔케이의 노력은 계속될것입니다.”

 

[더게임스 최승호 기자 midas@thegames.co.kr]
[사진 = 김은진 기자 dreames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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