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북부 미시간주에서 남동부쪽으로 가다 보면 이 지역 최대도시인 디트로이트의 위성 도시로 잘 알려진 디어본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곳은 루지 강을 끼고 있고,  동부쪽에 위치하고  있어 프랑스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주해 살았다.

 

또 주변엔 거대한 이리호가 뻗어 있는 등 물이 풍요로워 농업이 발전했으나, 미군 병참기지가 들어서면서 군사도시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도시는 헨리포드의 고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포드자동차 본사가 여기에 있고, 주물, 제작 공장 등 자동차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자동차 도시로도 불리기도 한다.

 

 이 곳에 위치한 그린필드빌리지란 마을은 그 때문인지 더욱 돋보인다.

 

이 곳을 가 보면 미국의 산 교육자로 잘 알려진 노어 웹스터의 집과 토머스 에디슨의 실험실, 에브라햄  링컨이 변호사로 활동한 일리노이주 법원 등이 한 눈에 들어오고, 라이트 형제의 자전거 가게와 집들을 구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17세기 건물양식의 집과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주변 풍경은 놀랍도록 아름답다.

 

 그린필드 빌리지는 자동차왕 헨리포드가 완성한 마을이다. 그는 황량한 도시에 역사를 기록하고 싶었고, 이를 후세들에게 남겨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선현들의 집들을 고스란히 이곳에 옮겨다 지었다. 자동차 박물관도 만들었다. 포드사를 일약 자동차 왕국으로 만든 ‘T 모델’을 여기서 만나 볼 수 있다.

 

그린필드 빌리지는 지금 디어본의 가장 큰 명소로 불리고 있다.
 

미국 펜실버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멜론대학은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대학에 버금가는 사립 명문이다. 최초로 연극 대학원을 만들었고, 컴퓨터 관련 대학부는 세계 최고의 수준급이란 평을 듣고 있다. 당초 카네기 공대로 출범했지만 멜론대학교와 합병하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대학의 설립자는 앤드루 카네기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많이 배우질 못했다. 그러나 사업수완은 뛰어났다. 철도 관련 사업과 석유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다.

 

나중엔 철도 수요를 내다보고 철강업에 뛰어들어 미국 최대의 철강 회사로 키워냈다. 그는 부를 축적했지만 쥐려하지 않았고, 부는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게 아니라 사회로부터 얻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전 재산을 털어 설립한 카네기재단은 학교 뿐 아니라 도서관 보급에도 나섰다. 카네기재단이 전 세계 빈민국을 대상으로 기증한 도서관은 수천개에 이른다. 또 그가 세운 교육 문화 재단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는 거의 박애주의자에 가까웠다.

 

게임업계에 대한 사회적 역할론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크게 들려온다. 규모에 비해 엄청난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소문과 또 그 만큼의 병리현상을 사회에 안겼으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보상 심리가 상승작용 하면서 게임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이 나니까 벌써 상 차리라는 격이라며 너무 앞서가는 요구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그러나 그 것은 마음의 문제이지, 물질의 있고 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없으면 있어도 못한다는 것이다.

 

메이저로 불리는 A, B사, 그리고 최근 기업을 매각하고 게임계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또다른 A, B사의 대표들은 정부의 공적 자금으로 시작했거나 이 자금을 젖줄로 해 버텨냈다. 

 

아마도 이 자금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이들 기업은 존재하지도, 생존하지도 못했을 것이란 게 업계 원로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눈을 꼭 감은 채 사회의 요구를 뿌리치고 있다. 지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또다른 A사는 사회를 향한 특별 메시지조차 없다. 현재의 상황으로 미뤄 짐작하면 그냥 짐만 챙겨 나갈 것 같다.

 

며칠전 게임계 원로와 때아니게 ‘먹튀’들의 행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기업을 일구고, 기업을 일군 자체가 사회 기여이니까 100~200억원 정도 챙겨 나가는 것이야 구성원들도 용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이 원로는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규모라고 손사래를 쳤다. 예컨대 아주 많은 금액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럼 얼마가 적당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원로는 흉하지 않게 살 정도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원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게임 존립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과몰입, 사행성이란 태생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임계의 사회공헌은 생색내기 또는 나눔 수준이 아니라 운명론적으로 해야 하고, 그 수준은 아주 돌려주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누가 그렇게 할까 싶었다. 그리고 난 얼마후 머리에 떠오른 곳이 그린필드 빌리지와 카네기멜론 대학이었다. 어떻게 명소가 됐고, 명문사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누가 할까 했는데, 했고 하더란 것이다.

 

“잉여의 부는 그 소유자가 평생 동안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잘 운영해야 하는 신성한 의탁이다.”

 

카네기의 말이 문뜩 생각났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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