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한 잇단 규제책이 먹혀들지 않는 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게임을 전혀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거나, 주먹구구식으로 들은 풍월로 대충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셧다운제는 예상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곧 시행에 들어가는 선택적 셧다운제 역시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책을 계속 쏟아 내겠다는 것은 환자의 증세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무턱대고 처방전만 남발하고 있는 것과 똑같고, 환자마다 체질이 다르고 증세가 다른데 그냥 감기 같다고 하니까 약성분 등은 챙겨보지 않고 그 환자가 이 약을 먹고 나았더라는 식으로 같은 약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공을 초월할 만큼 빠른 정보 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넌센스다. 정부 정책이 후속적이고 사후 처리방식의 성격이 짙다고는 하지만 국민의식을 좆지 못한 채, 한참을 생각해 봐야 비로소 알 정도의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한다면 믿음은 커녕 비아냥만 살게 뻔하다.


  게임 규제책이 그 모양이다. 더군다나 규제책  대상이 청소년, 아동이다. 이들은 학부모 , 교사들보다 더 뛰어난 컴퓨터 실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비행 청소년이라고 하면 더 할 나위 없고, 그 경계선에 있는 학생이라도 그 어떤 틀어막음도 깨부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를 이른바 법이라는 테두리 아래서 일거에 없애버릴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이다. 경험학적으로도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말 그대로 상상일 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 이를 법으로 묶는, 기상천외한 일을 현실에 옮겼다.
 사단이 벌어지고 현상이 나타나는데 뒷짐만 쥐고 있을 순 없다. 그 또한 정부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중요한 것은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급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는 정치인의 일부 개입과 부처의 한건주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게임은 즐거운 것이다. 즐겁다는 것은 마음에 흔적이 없거나 기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학적으로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면 이 같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게임을 즐겨한다.


 솔직히 일련의 히트 게임들은 게임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게임이란 나무에 아이템과 사행성만 가지처럼 가득 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청소년과 아이들이 과몰입에 빠지고, 결국에는 성격마저 어긋나는 이유가 게임이 아니라, 게임에 매달린 나무 가지들 때문이란 이유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정부의 게임규제책이 과녁을 잘못 설정하고 겉돌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게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여론에 휩쓸려 마치 무 자르듯 단 칼에 재단하고 잘라버린 까닭이다.
  시대를 거스르는 정책이 더 이상 만들어져선 곤란하다. 좀더 세밀하고 밀도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예컨대 게임이 문제가 된다고 게임의 문을 닫으려 하지 말고, 어떤 게임이 어떻게 문제가 되고 있는지, 그 게임의 핵심이 되는 과몰입의 요소가 무엇인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답을 찾는 게 순서이다. 그같은 의문의 답을 찾아내고 해결하면 아무리 게임을 하라고 강요해도 2~3시간이면 질려서 더 이상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게 분명하다. 특히 청소년 이용가 게임에 대해서는 이같은 세밀한 규제책이 더욱 더 절실하고 필요하다.


 최근 모처에서 만난 김용환 전 안다미로 사장은 게임계, 이 가운데 온라인 게임계의 위기를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들의 과몰입과 사행성 문제를 잡지 못하게 되면 게임계가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일부 메이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큰 걱정을 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은 제쳐두고 엉뚱하게 게임만 잡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해결책을 이렇게 말했다. 아이템과 사행성의 가지만 쳐 내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이 보다 기술적이고 세련돼야 함은 물론, 일부 굵직굵직한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필칭, 게임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즐거움의 보고이며, 영원불멸의 엔터테인먼트의 장르이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정책입안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사회적 현상도 중요하지만 먼저 게임부터 공부했으면 싶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