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장르서 보기 드문 대 히트 [데드스페이스]

 

배트맨 명성에 걸맞은 명작 탄생…헤일로는 국내서 의외로 참담한 실패

 

 국내 콘솔게임시장은 연간 수십개의 타이틀이 쏟아져 나온다. 이 중에는 개발에만 수백억이 투입된 대작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화려한 개발진과 막대한 개발비다 투입됐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콘솔 시장에서도 의외의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가 성공을 예상했던 작품이 변변한 힘도 못 써보고 사라져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콘솔 유저들의 취향은 기존 작품을 똑같이 답습한 것보다 참신한 개성을 추구한 작품을 선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외의 성공작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거액의 개발비를 투자했거나 유명한 작품의 후속작들이 기대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까다로운 유저들의 취향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 기대도 안 했는데 넘 재밌네


 지금은 큰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이 많다. EA코리아(대표 한수정)가 선보인 ‘데드스페이스’는 ‘미운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신생 개발사 비서럴게임즈가 처음으로 개발한 ‘데드스페이스’는 출시 전 국내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신생업체의 처녀작이라는 것과 서양 느낌이 물씬 나는 전체적인 게임 배경으로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통사들은 해외 작품을 국내에 선보일 때 한국인의 정서에 어울리는가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데드스페이스’는 한국인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특히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어둡고 무거운 호러 분위기는 한국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또 FPS(1인칭 슈팅) 진행에 익숙한 국내 유저들이 조작이 생소한 TPS(3인칭 슈팅) 방식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EA코리아는 이런 우려 속에 지난 2008년 ‘데드스페이스’를 국내에 선보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출시 전 암울한 예측과 달리 국내 유저들에게 호러 TPS 명작으로 칭송을 받으며 대박 행진을 이어 나갔다. ‘데드스페이스’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탄탄한 스토리와 출시 전 불안 요소였던 호러 분위기, 불편한 조작감 등이 오히려 독특한 강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은 1편의 대 성공으로 후속작을 꾸준히 선보이며 현재도 인기작의 반열에 올라있다.


 콘솔장르에서 영웅을 주제로 한 성공작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이 작품들이 애니메이션 인기와 다르게 외면 받았던 이유는 원작 마니아들을 의식해 비주얼 중심으로 게임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은 언제나 작품성이 아쉬워 유저들의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출시된 ‘배트맨:아캄어사일럼(이하 배트맨:아캄)’은 이런 편견을 날려버린 작품이다. ‘배트맨:아캄’은 DC코믹스의 대표 만화 캐릭터인 배트맨을 소재로 제작됐다. 이 작품은 배트맨을 배경으로 나왔던 전작들이 졸작이라는 오명을 받은 탓에 출시를 앞두고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그렇지만 막상 ‘배트맨:아캄’이 세상에 나오자 작품성, 스토리, 비주얼 등을 모두 갖춘 히어로 게임의 표본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수려한 그래픽과 타격감 등으로 유저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배트맨:아캄’은 초반 미지근한 반응을 비웃듯 그 해 각 매체별로 수여하는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상)를 13개나 차지했으며 ‘최고로 호평을 받은 슈퍼히어로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 됐다. 이 작품은 지난해 선보였던 후속작 ‘배트맨:아캄시티’도 큰 반응을 얻으며 영웅 게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 특이해서 튄 작품


 유저들은 작품을 선정할 때 보편화된 게임보다 독특하면서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게임을 찾게 된다. 이로 인해 작품의 명성을 듣고 사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독창적인 게임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캐서린’ ‘유어쉐이프:피트니스이볼브드(이하 유어쉐이프)’ 등은 의외에 장르로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캐서린’은 국내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퍼즐 장르로 지난해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론칭 당시 흥행돌풍이 이어지자 소니아시아본부에서도 놀랐다고 할 정도로 기대를  하지 않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스토리를 강점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대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남자친구가 현재 연인을 놔두고 바람을 피면서 발생하는 상황을 그린 스토리는 국내에서 쉽게 즐길 수 없어 더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밖에도 긴장감 넘치는 각 스테이지 구성은 극의 몰입감을 증폭시켜 유저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런 유저들의 사랑으로 ‘캐서린’은 지난해 선보였던 SCEK(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게임 중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유어쉐이프’는 동작인식이라는 한정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이 작품은 X박스 키넥트 게임으로 오락성이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운동효과 만으로 유저들의 호평을 받아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유어쉐이프’ 발매 이전에는 오락성을 가미한 키넥트 게임들이 종종 좋은 성적을 내곤 했다. 그렇지만 오락기능이 적은 대신 운동기능을 강조한 키넥트 타이틀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유어쉐이프’가 원조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작품은 팔, 다리, 복부, 허벅지 등의 원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강좌 프로그램은 댄스 클래스, 세계일주, 요가 등 다양하게 제공해 집에서도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설마’ 했다가 낭패


 성공을 거둔 작품이 있다면 반대로 실패를 맛본 작품들도 있는 법. 하지만 ‘설마 이 작품이 망하겠어?’라는 생각이들 정도로 국내에서 쓴맛을 본 대작들도 많이 있다. 특히 전작의 명성을 이어 받아 출시한 후속작들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콜오브듀티:모던워페어3(이하 모던워페어3)’는 전작의 큰 성공으로 인해 빛이 바랜 명작으로 불린다. 전작 ‘콜오브듀티:모던워페어2’가 전 세계적으로 2000천 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 각종 상을 휩쓸면서 후속작의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커졌다. 이런 수많은 기대 속에 선보인 ‘모던워페어3’는 전작보다 뛰어난 그래픽과 현실적인 전투신으로 극찬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전작의 인기를 뛰어 넘긴 역부족이었다.


국내 실패 요인으로는 한글화 부재를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이 작품은 대부분 전트로 진행되지만 대화가 모두 영어이기 때문에 한글화가 안 된 것에 국내 유저들의 질타를 받았다. 또 발매후 P2P 사이트로 빠르게 불법복제가 이뤄지면서 큰 손해를 봤다. ‘모던워페어3’의 실패는 야심차게 국내 발매를 준비했던 SCEK와 한국MS(대표 김제임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긴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해외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국내에서 이유 없이 외면당한 작품도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X박스 대표 타이틀 ‘헤일로:리치’다. ‘헤일로’는 ‘X박스의 성공은 헤일로부터 시작됐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큰 작품이다. 이에 국내 유통사는 전작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영화관을 대여해 유저 초정회를 개최하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지만 돌아온 건 초라한 성적표였다. ‘헤일로:리치’는 국내 시장 실패로 인해 완벽한 명성에 오점을 남긴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밖에도 ‘레이지’는 개발자의 명성을 믿고 국내에 선을 보였다가 쓴맛을 보고 사라졌다. 이 작품은 천재 프로그래머로 명성을 떨친 존 카멕의 신작으로 발매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존카멕은 ‘울펜슈타인’ ‘둠’ ‘퀘이크’ 등의 리드 프로그래머로 FPS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레이지’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세기말적인 분위기에 황폐한 지구를 배경으로 독특한 디자인의 캐릭터들로 발매 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출시 후 각종 버그, 최적화 실패, 스토리의 막장 전개로 몸살을 앓으며 유저들로부터 혹독한 악평을 들었다.

 

[더게임스 김초롱 기자 kcr86@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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