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연 리더와 그렇지 않은 리더의 결과물은 확연히 다르다. 상황적 논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그 때, 그시기에 어떤 결단이 옳았느냐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귀를 닫은 리더보다는 그렇지 않은 리더가 성공한 경우가 많다.

 1950년대 중반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프랑스군이 잇달아 패퇴함에 따라 그 지역에 대한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 미 군부는 즉각적인 전쟁 개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여론과 민심은 그렇지 않았다. 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젠 하워 대통령은 고민했다. 그리고 군사력 대신 외교력을 동원해 이 문제를 풀었다. 결국 베트남을 남북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매듭졌는데, 훗날 아이젠하워는 그 때 여론을 수용하지 않고 군부의 결정을 따랐으면 곧바로 전쟁을 치러야 했을 것이라고 회고 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첫 패배란 치욕을 남긴 미국이 기나긴 전쟁의 늪에 빠져든 것은 여론을 거스른 린든 존슨 대통령의 독단 때문이었다. 국민과 여론은 베트남 전에서 하루속히 발을 빼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여론을 수용해야 한다는 휴거트 험프리 부통령을 질책하며 경멸했다.


'우이독경’이란 말이 새삼 다가오는 것은 귀를 닫고 있는 데, 굳이 입을 열고 0계속 떠들어야 하느냐는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게임계 메이저의 얘기다. 아무리 지적하며 주문을 해도 ‘내 맘이지’ 하는 식으로 버티는 것이다.


최근 주정규 국민대교수의 논문에서도 지적했듯, 게임계 메이저라고 불리는 이들의  ‘내맘이지’식의 경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우려의 반응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즉, 이로인해 안으로는 게임계의 질서가 붕괴되고, 밖으로는 게임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게임계가 유저도, 논객도, 논평도 없는, 말 그대로 풀뿌리 하나 없는 삭막한 사막으로 변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부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넥슨은 ‘내 맘이지’식 경영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유저와 여론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그걸 시정하거나 바꿀 생각은 않고 , 그럴 수 있는게 아니냐는 식이다. 결국 아무리 떠들어 봤자 공염불이 되고마는 셈인데, 그런 배짱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진정성을 의심하거나 아니면 넥슨이란 기업 조직이 상당히 경직돼 있다는 것인데, 그같은 강박증으로 인해 게임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불구, 그들은 눈하나 끔쩍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넥슨이란 기업 뿐 아니라 , 넥슨이란 기업으로 인해 게임계가 안팎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그 허무맹랑한 넥슨의 강단에 국회와 정부사람들이 기가 막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겠는가. 


정부의 셧다운제 시행과 쿨링오프제의 도입검토 등 이른바 게임계에 주홍글씨가 새겨지도록 한 장본인은 두말할 나위없이 넥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맘이지’식으로 요지부동이라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막가파인가 아니면 소신주의인가. 


가끔 넥슨만 왜 그렇게 호된 비판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것은 넥슨이 단순히 게임계의 선두기업이기 때문이란 점외에도 넥슨이란 기업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외면할 수 없는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부지 처럼 오로지 자기 자신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까닭의 배경을 살펴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깔려 있거나, 아니면 여전히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없다는 것 일텐데, 넥슨의 그 속 내를 알 길이 없다.


한빛소프트 김유라 부사장을 연초 모처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와는 첫 대면이었는데, 아주 솔직하고 담백한 여성이었다. 회사일도 소상히 알려줬다. 그러면서 회사 사정으로 인한 여러 가지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게임으로 돈버는 방법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 지켜야 할 도리와 게임계를 위해서라고 했다.

 

게임계가 자존감을 가졌으면 한다. 자존감은 자신을 지키려는 명예와 긍지에서 비롯된다. 그런 사람에게선 여론을 무시한 ‘내 맘이지’식의 행태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양주라는 사람이 노나라를 여행하다가 맹자의 집을 머물게 됐다. 평소 양주의 욕심을 잘알고 있던 맹자가 물었다. “그만하면 부자라고 할 수 있는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군요” 그러자 양주는 “귀해지기 위해서 입니다”라고 답한다. 맹자가 또 묻는다. “이미 귀한 몸이 되지 않았습니까.그런데 왜 포기를 않습니까 ”하고 묻자 양주가 “죽음 때문입니다”라고 답한다. 그러자 맹자가 “죽은 뒤에는 또 무엇을 위해서 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자손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양주의 끝없는 욕심에 맹자는 이내 입을 닫아 버리고 만다.
 

귀를 닫고 있는 게 욕심과 집착 때문은 아닌가 묻고 싶다. 그렇다면 그 병은 치유될 수 없고 끝내는 평화를 깨고 만다.


 게임계, 특히 넥슨이 그렇다면 더욱 더 큰 일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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