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5일 정식 발효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칠레와 멕시코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넓은 FTA영토를 갖게 됐고, 미국과는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FTA를 성사시킨 국가가 됐다.


 글로벌 통상의 가늠자가 되고 있는 FTA는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절대적으로 필요한 통상툴이다. 특히 한ㆍ미 FTA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갖게 되는 계륵과 같은 존재임엔 틀림없다. 수입도 그 것이지만 수출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외면할 수 없는 수출시장이다.


 수출주력시장에서 중국에 자리를 물려 줬지만 미국은 여전히 대한민국 수출시장에 핵이 되고 있다고 할 만큼 중요하다. 우선 물량과 수치를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수출 실적을 보면 약 562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협정 발효에 따라 연간 대미 무역 흑자는 1억4000만달러, 장기 국내 총생산(GDP)규모는 무려 322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더욱이 우리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수출은 연평균 8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등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는 더 크다. 정보기술분야의 기술표준은 거의 미국의 표준이 세계표준이 되다시피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수출 실적은 바로 제품 표준을 얻는 셈이 된다. 별도의 기술 표준서를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시행 등 경제적 효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득을 얻게 된다.


  반면 FTA 체결로 잃는 것도 적지 않다. 농어업 종사자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축산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식품 과일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단계적 관세 철폐를 검토중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블루오션 품목을 찾지 못하면 내수 산업을 담보할 수 없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분야는 의약 시장이다. 복제약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해 지고 신약 가격 책정 문제로 의약품 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건강보험료의 인상 등 후폭풍이 예상되는 등 서민 민생 경제가 적잖이 요동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 때부터 줄기차게 한ㆍ미 FTA를 추진한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경제적 가치와 대한민국의 산업적 구조 때문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나라를 말아 먹을  일을 한다며 거세게 반발, 국회 비준이 미뤄졌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자 이번엔 민주통합당 등 야당측이 미국측에 재재 협상을 요구하겠다며 한ㆍ미 FTA에 반기를 들고 있다. 말 그대로 정쟁이다.
 여기서 한ㆍ미 FTA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첫 번째로는 한ㆍ미 FTA의 뛰어난 경제적 가치에도 불구, 국민적 저항이 가라않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MB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 강도가 더 높아지고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산업적 이득에 의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 그 간극이 너무나 크고 깊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 정보기술 분야외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야당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미국과의 재재협상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그렇지 않으면 파기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야당측의 있을 수 없는 국가간 조약 파기 약속이 받아들여 지고 산업적, 국민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대기업 등 수혜자들이 제대로 산업적,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한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테면 수혜자들이 자동차, IT업계라면 그 수혜를 함께 누려야 하는데 낙수효과는 전혀 없고, 비수혜자들은 허리띠를 더욱 조여매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 .
 문제는 이같은 비수혜자들의 ‘케세라 세라’식의 저항과 방어적 민족주의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호의 항로가 불투명해 지고 있다는 증거이며, 우려스러운 일이다.


 게임계의 메이저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 산업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엄청난 수혜를 입으면서도 베풀지 않고 자신들에게만 관대한 대한민국 재계와 꼭 닮아 있다.


 길을 내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게된다. 돌아가거나 먼길로 우회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오는 날이면 뒤집어 놓은 공사장으로 인해 흙땅길을 걸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돈을 번 기업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땀만으로 기업을 세운 것이라고 한다면 한마디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딱한 기업이라고 밖에 평할 수 없다. 이런 기업이 많아질 수록 사회는 각박해 지고 암담해 지며, 이런 몰염치한 기업이 판을 치면 칠수록 그 산업은 망가지게 돼 있다.


 게임계에도 넥슨, 네오위즈 등 수혜자들이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면 그 것은 자신들이 뭔가 한참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혹 자신의 노력과 땀만으로 기업을 일궜다고 믿는다면 땅에서 발을 떼야 한다. 그 것이 맞다.


  최근 한ㆍ미 FTA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이 늘고 있다면 다름 아닌 이들 수혜자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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