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가 10조원에 달한다는 게임계에 진정한 유저들은 얼마나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마치 우문과도 같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군 가운데 10조원에 달하는 업종이 게임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팬들이 산재해 있느냐는 것이다. 경쟁업종에서는 이를 두고 부럽다고 하겠지만 실은 그렇지가 못한 게 게임계의 현실이자 또 다른 고민이다.


 열혈 팬들만 확보하고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팬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시크한 팬이 있다면, 안티 팬도 존재하는 것이다, 저울대에 올려놓고 균형이 잡히면 고마운 일이고, 한쪽으로 쏠리면 진정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다른 반대편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안타깝고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안티 팬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사회에 비춰지는 그 업종의 모습은 더 안 좋게 투영되거나 그려지기 때문이다.


 게임계가 10여년의 역사를 키워오면서 물불을 안 가리고 팬 확보에 나선 것은 분명하다. 생사가 걸려 있기도 했고 존재의 의미를 각인시켜야 했으며, 일터를 저버리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도 있다.


 그러다 보니 마구잡이식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 그렇게 수용한 것까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구분이라도 제대로 해 놓고 놀이방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주먹구구식이었고 눈가리고 아웅식이었다.


 거품은 이미 치솟아 그릇 밖으로 넘치고 있는데 이를 간과했다. 순간 들여다 본 물은 원하던 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물이 그릇을 좌지우지하며 뒤흔들고 있었다. 이를 알아 차렸을 땐 이미 그릇 밖으로 넘친 물로 인해 세상이 온통 난리가 났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새 그릇을 마련하거나 새 물을 담아야 한다. 그럼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쥐락펴락하고  있다. 
 당당하지 못한 사업을 영위한 까닭에 자신의 이름을 내 걸기 싫어 나서지 않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얼굴을 내밀기 싫다며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CEO라면, 진짜 숙맥이거나 현재 하는 일이 아주 부끄러운 것이다. 또 전면에 나서는 게  싫고, 이쪽저쪽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먹이는 게 싫다며 집안 깊은 곳에 숨어 그곳에 자리하고 있다면 뭔가 한참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벼슬을 줘도 서로 안하겠다고 아우성이고, 나랏님이 불러도 나몰라라 한다면, 이는 겸양의 도를 넘어선 교만이며, 죄를 져도 몰래 지은 죄가 너무 큰 까닭인 게 분명하다.


 다름 아닌 게임계 인물들의 모습이다. 진정, 그렇지 않다면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내 보이며,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렇다면 물장사를 잘못했다는 걸 스스로 자인하는 것인가.


 정부가 힘겨울 때 늘 도와준 건 게임계였다. 달러를 벌어 들였고 고용 창출에 이바지했으며 지식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과몰입과 사행성에 대한 우려인데, 드러나지 않으니 눈을 감아주기도 했다.


  그랬더니 슬그머니 머리위로 올라가 버렸다. 머리 큰 녀석들은 통제불능 상태이고 그 밑 동생들은 형들의 등살에 몸부림치고 있다. 이웃한 집에서는 큰 녀석들 말썽 때문에 같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감싸고 있다. 오로지 큰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를 들지 못한 채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의치가 않다. 좀 더 버텨보려고 하고 있으나 자칫 잘못했다가는 집을 완전히 비워줘야 할 판이다.


 게임계가 총체적 위기다. 유저뿐 아니라, 업계 그리고 정부의 정책기조 등이 서로 엇박자를 보이며 그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낯뜨거워 부인하고 싶겠지만 시장을 이끌어 온 유저들은 다름 아닌 초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층이다. 그러나 지금 이들이 사단을 일으키고 있다. 민심은 더 이상 이들을 통해 부를 취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게임계에는 지각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민심이 그런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정도가 아닌 방식으로 돈을 벌어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름이 거명되는 걸 싫어하는 이들이 많다. 이 뿐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업계의 감투조차 꺼려한다. 이런 엇박자가 빚어 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돈을 벌어선 곤란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은 돈에 대한 중독과 무책임한 인터넷 비즈니스사업 특성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소명의식이 없고 역사의식도 없으며 산업에 대한 애착조차 없음은 두 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게임계에 신세졌다며 할 말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면 책임을 간과하는 것이다. 유저들의 게임 수용 환경도 변해야 하고 산업계의 의식 또한 바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거듭나야 한다는 점이다. 당근과 채찍을 언급하기 앞서 이번 기회에 정책기조를 확실히 바꿔야 한다.


 예컨대 이제 더 이상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을 볼모로 산업이 성장하도록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유저들의 연령층을 높여 나가도록 산업을 고도화야 한다. 즉 성인층의 장르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 경제원리를 강조해선 성공할 수 없다. 유럽에서 처럼 강제적 조치가 불가피하다.


 매출 총량제 도입 및 업데이트 횟수 제한 등 돈을 벌 수 없도록 하는 방법과 구조가 있다면 다 동원해야 한다. 행정제재 조치등도 강구해야 한다. 인터넷과 통신망에 의한 제재 조치가 아닌 잘못된 게임 영업행위에 대한 징벌을 추진해야 한다. 이같은 초법적인 대책만이 초딩을 비롯한 청소년층과 게임계를 살리는 길이다.


 그래야만 유저들이 생명력을 되찾고, 게임계의 인사들이 스스로 자신이 게임업체 CEO라며  자신있게 명함을 내밀게 될 것이다. 정부는 어떻겠는가. 내각에서도 게임이 지식산업의 총아라며 힘있게 어깨를 펴지 않겠는가.
이번 기회를 통해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게임에 대한 정책기조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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