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말 행정안전부의 한 산하기관으로부터 외국 책에 대한 서평 부탁을 받았다. 가끔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블로그에 올리던 차라 크게 고려해보지도 않고 흔쾌히 수락을 했다. 게다가 그 책은 마침 지난 달에 사서 읽고 있던 책이라서 그야말로 행운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욱이 저자는 필자와 같이 게임을 학문으로 하고 있는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이란 사람으로 2010년 TED에서의 명강연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람이기도 하다. 이미 그 동영상은 게임업계 사람들에게 유명해지기도 했다.


TED는 테크놀로지,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약자로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강연회이다. 그들은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로 빌 클링턴, 앨 고어 등 유명 인사들도 참여한다. 이 강연회의 모토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더 빨리 널리 퍼뜨려야 한다”(Ideas Worth Spreading)이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긍정 심리학, 인지과학 그리고 사회학 이론을 기반으로 게임 디자이너가 가상 세계의 놀라울만한 효과를 활용하여 우리를 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게임이 공부의 적이며, 학생 일탈의 주범이라고 인식되고, 심지어는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며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이 게임을 압박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맥고니걸은 논리적인 설명과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 게임을 예찬하기까지 한다. 게임은 현실 세계에서는 줄 수 없는 짜릿한 보상, 도전에 대한 자극, 웅대한 승리를 제공한다. 따라서 게이머들은 정기적으로 어려운 가상의 과제를 협력하여 극복해왔기 때문에 그들은 협력과 문제해결 분야의 전문가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보아왔던 게이머들에 대한 인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제시한다. 왜 그녀는 이렇게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일까? 필자도 게임의 재미이론으로 세상을 밝고 건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강연을 해오고 있지만, 이렇게 체계적인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게임을 예찬하는 사례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도 게임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도한 게임 규제책과 과학적이지 않은 정부의 주장 덕분에 최근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다양한 반론과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심리학자는 폭력적인 게임이 학교 폭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은 ‘학습된 사회적 행동’인데, 실제 폭력적인 비디오 시청이 폭력 행위로 연결된다는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증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게임문화재단에서 개최한 ‘나는 게임이다’라는 심포지엄에서 한 학부모가 “게임 아이템을 마련해 오라고 협박하는 식으로 가혹행위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학교 폭력과 게임이 연관관계를 갖고 있는데, 왜 그런 문제는 지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발표자가 매우 적절한 비유를 써서 풍자했다. “저는 빵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최근 학교에서 일진 학생이 왕따 학생에게 빵을 사오라고 시켰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혹시 정부가 전국의 빵집을 규제하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더 이상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없게 될까 봐요.” 왜 우리는 이런 풍자를 보고 쾌감을 느껴야 하나? 그건 아마도 비합리적인 주장에 대한 재미있고 논리적적 반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미와 유머는 인간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부터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가칭, ‘게임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기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한다고 한다. 그들은 현재의 게임에 대한 비판들이 학술적으로 논거가 부족하며 그와 상반되는 연구결과 또한 많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한다. 조금 늦은 감이 들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이 모여서 게임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과 효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윤형섭 게임학 박사 quesera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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