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어렵다… 상생의 정신 ‘절실’


정부의 규제 정책 갈수록 강화할 듯… 메이저 등 주류들의 ‘환골탈태 없인’ 자멸

 

게임업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은 듯 위태로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하는가 하면 ‘쿨링오프제’라는 극약처방전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안으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산업의 허리를 바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는가 하면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달해 성장동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해외 수출도 중국과 유럽 등 경쟁국들의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등 겉으로는 휘파람을 불고 있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곪고 터진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새 판을 짜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이 더욱 팽배해 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4년 ‘단군의 땅’과 ‘쥬라기공원’으로 시작된 온라인게임 산업은 20여년이 흐르면서 양과 질적인 면에서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현재 시장규모 10조원, 산업 종사자 10만명에 육박할 만큼 규모면에서 국내 문화산업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게임계는 안팎의 시련을 겪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청소년 문제를 게임에서 비롯된 것이라 지목하고 셧다운제와 쿨링오프제와 같은 강력한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은 그동안 좋지 않았던 게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더 악화시키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중견업체가 사라지고 있으며 메이저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초창기와 같은 활기를 볼 수 없다. 여기에 최근에는 내수시장 고착화 현상으로 신작들의 시장 입성이 어려워지면서 투자 위축 현상까지 초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게임산업 지도가 서서히 변화되고 있어 성장통을 겪고 있는 현상이며 새로운 시장질서에 맞는 업계 문화를 잉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지금은 ‘사면초가’ 상황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산업이 태동한 이래 최대의 규제 홍수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는 자생적인 태동기를 거쳐 산업을 형성해 현재와 같이 규모를 키워오는 동안 과도한 규제를 받아온 경험이 별로 없었다.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 시점에서 잇따라 추진되는 규제는 업계 입장에서 놓고 보면 최대의 시련기에 직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게임관련 규제는 정부의 문화콘텐츠 정책의 큰 흐름과 역행하는 현상을 보인다. 최근 정부는 가요, 드라마 등의 문화콘텐츠 전반에 대해 한류산업 육성이라는 시각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독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게임에 대해서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현재 정부의 규제는 청소년 게임 이용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가부 셧다운제와 교과부 쿨링오프제는 청소년들의 게임 사용시간 단속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는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게임을 ‘사회악’적인 개념으로 설정해 접근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는 지난 2009년 12월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김상은 교수팀이 온라인 게임에 과다하게 몰입할 경우 마약 중독자와 유사한 뇌신경학적 메커니즘으로 발전하는 ‘의학적 질환’ 될 수 있다고 발표한 자료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현재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에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다중 규제를 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40대 이상 연령층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게임에 대한 시각과 맥을 같이 한다. 게임은 도박 마약과 같은 백해무익한 매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입시를 앞둔 청소년에 대해 게임과 같은 여가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부모세대의 시각과 일치한다.

 

# 위기 부른 건 내부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치적 계산에 근거한 정부 규제에 게임산업이 희생양이 됐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이 여타의 문화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해왔지만 그에 걸맞은 산업질서나 문화육성에는 소홀히 해왔다는 것. 결국 지금과 같은 위기를 부른 것은 업계 내부에 그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정부 규제는 그동안 게임산업이 사회문제나 경제효과 등에 안일하게 대처해 왔기 때문에 문제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콘텐츠 산업은 여타에 비해 사회적 영향이 큰 산업으로 분석된다. 생산되는 상품이 소비자의 가치관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관심사, 여가활용 등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필요유무에 의해 구입하고 쓰고 버려지는 일반적인 소비재 상품과는 달리 문화콘텐츠는 ‘기억에 남는 게임’ 등의 식으로 경험적 토양에 영향을 주고 소비자의 가치관 형성에도 일정부분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내 게임산업은 이처럼 문화콘텐츠가 가진 영향력에 대해 심도 있는 접근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게임의 여파와 영향과 같은 외향적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고 작품의 흥행과 수익, 이를 통한 사세확장과 인력확보 등과 같은 내향적 측면에만 집중해왔다. 산업 규모가 커지고 업체들이 대형화 되는 과정 속에서 게임에 대한 외부의 관심과 시각에 대한 연구는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
 이재홍 서강대 교수는 “산업 측면에서 게임이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돈 벌기에만 급급해서 국가에 기여를 못한 부분도 있다”며 “게임은 역기능과 순기능적인 문제가 동시에 파생되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칠 경우 중독성이나 사행성의 문제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의 덩치키우기 여파는 업계 내부에서도 그동안의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최근 2~3년간 메이저 업체를 중심으로 인수합병 열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산업 출범 20여년이 되가면서 매출극대화에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거대업체가 수익성 있는 작품이나 개발력을 확보한 업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산업의 허리로 불리는 중견업체들이 하나둘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양극화 현상이 도래했다. 업체 규모에 상관없이 작품성만 있다면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던 기존과는 달리 업체의 영향력이나 장악력에 의해 성공이 좌우되는 시대로 변화된 것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산업 초창기부터 일했지만 요즘 업계는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며 “기업의 대형화는 조직의 경직화로 이어졌고 작품성보다는 유통력이나 마케팅의 규모에 매달리는 형태로 변화됐다”고 설명했다.

 

# 더 늦기 전에 확 바꿔야


상당수 전문가들은 현재 업계가 겪고 있는 제도적 위기와 산업적 변화를 바로잡지 못할 경우 게임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몰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탄탄대로를 달려왔던 닌텐도가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우습게 보다가 20여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빠진 것이 좋은 본보기라는 것이다. PC패키지 게임이 하루아침에 몰락했듯이 지금의 PC온라인 게임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업계 질서를 만들고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하고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게임의 역기능을 순기능으로 바꾸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본다”며 “이런 행동이 기업의 사회적인 가치가 커지고 게임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토대로 상생과 나눔에 대한 인식을 형성,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타 업계가 기업이미지 강화와 브랜드 마케팅, 사회공헌 등의 활동을 통해 기업과 산업에 자산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게임업계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업행위는 대중들에게 기업 선호도를 높여져 지속적인 소비를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수익성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다. 특히 대중들의 인식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 게임산업에 있어서는 이같은 기업행위는 필수요소로 꼽힌다.
 위 교수는 “그동안 업계는 기능성 게임도 만들고 재단도 만들었지만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며 “게임을 통해 교육에 관심을 갖는다든지 하는 행위를 통해 방파제로 쌓을만한 재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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