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게임규제 방안이 백화점식으로 쏟아지면서 게임계는 물론 시민단체에서까지 우려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른 곳으로 이끌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말살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게임을 누르는 강도 측면에서 보면 가히 군사정권시절, 민주인사들을 때려잡던 때와 체감 온도가 비슷할 정도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게 해도 시대의 흐름은 바꿀 수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이미 게임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게 청소년들이고 젊은이들이다. 학교 폭력사태는 종합적인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학교문제, 가정문제,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눈을 돌린 게 게임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게임을 잡겠다고 나선다면 아마도 지나가던 사람들조차  웃을 일이다.

       
또 한가지는 콘텐츠의 핵심이자 청소년들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게임의 고부가가치를 외면한다면 지식산업을 육성하고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적극 발굴해 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과연 믿을 수 있겠느냐의 여부다.


 게임은 이미 젊은층의 언어이자 생활의 공간이 됐다. 이같은 현상은 단지 우리나라뿐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일본 중국 등 가까운 이웃나라의 경우도 비슷하다. 플랫폼의 변화만 조금 안겨주고 있을 뿐 게임이란 장르와 산업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매우 유망한 산업이다.


안타깝게 동전의 양면처럼 또 다른 면에 커다란 악화가 그려져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던져 버릴 수 없는 동전의 생리처럼, 우리 주변에서 결코 떠나지 않을 몇 안 되는 생활양식 가운데 하나가 게임이랄 수 있다.

  
 한마디로 싫어도 함께 고민하고, 같이 안고가야 할 과제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같은 백화점식 채찍질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방식은 매우 고전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 컨센서스를 구하기조차 어렵다. 이는 묶는다 하니까 다 묶고, 푼다 하니까 다 푸는 식의, 말 그대로 시대를 역행하는 후진형 발상이자 뒤떨어진 정책이다.


 실제로 게임계의 정서를 들여다보면 이같은 분위기는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말썽은 한 두 곳에서 일으켰는데 책임은 공동 책임을 지라는 것인데, 그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다수의 게임업체들은 선의의 피해자라고 할 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게임업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개발자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일부 게임업체, 그 회사의 마케팅이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는 제쳐두고 오로지 게임만 잡겠다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게임 개발자로서 자긍심은 커녕 얼굴조차 못 들고 다닌다고 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백화점식 규제책은 결국 앞뒤 가리지 않고 휘두른 게임 말살책이며, 이같은 방식으론 국민과 업계를 설득시킬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런 형편이라면 좀 더 다른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백화점식 규제보다는 차라리 개별기업에 대한 매출 총량 규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전체 이용가 게임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제한하는 방식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전체이용가 게임에 대해서는 유저층이 법적 보호 대상인 어린이, 청소년층이라는 점에서 규제를 강화해도 업계의 반발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징벌규정을 강화해 전체이용가 게임에 대해서는 초법적인 행정제재조치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의하나, 단 한번이라도 규정을 어기게 되면 바로 영업중단 등 강력한 행정제재 조치를 취하는 식이다.

 

문화부가 주체가 되고 문화부에 의해 방안이 수립되고 문화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각 부처별로 쏟아낸 백화점식 게임 규제책은 역설적으로 문화부가 그동안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한 때문이다. 주무부처라고 하니까 육성책만 주무르고 지원책 수립만 고민해 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 나오는 게임을 지경부나 방통위에서 맡았다면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은 뼈에 사무친다.


적어도 이참에 게임을 말살시키겠다고 나선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각종 게임규제책은 한 개 창구로 일원화돼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본다. 그 흔한 말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하지 않던가.

협박과 강제로 다뤄질 수 없는 게 문화라면 말살책 보다는 육성책으로 악화를 지워버리는 노력을 기울이는, 두 마리 토끼 사냥법이 훨 나은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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