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가 잇단 정치권의 공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당의 모 의원은 아예 게임을 사업제한 업종으로 지정하겠다는 태세이고, 정부에서는 내각의 총리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서 게임계를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도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없느냐고 일본의 닌텐도 게임을 치켜세우며 국내 게임계의 분발을 촉구했던 대통령의 태도가 이처럼 180도 달라진 것은 대통령이 변했다기 보다는 그만큼 사회적 정서가 바뀌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처럼 분위기를 변하도록 만들었을까. 분명한 사실은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고, 그 것도 아니면 확실히 뭔가를 잘못했다는 증거다. 또 이도저도 아니라면 괘씸죄에 걸려든 것인데, 사회정서가 괘씸하다 하여 업종 자체를 싸잡아 깔아 뭉긴 적은 없다는 점에서 그 것은 아닌 게 확실하다.

 

  앞서 언급한데로 확실히 뭔가를 잘못한 때문인 건 분명한데, 그 것을 인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변명만 늘어놓다가 사회정서만 더 악화시킨 꼴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반게임 정서가 심각하다. 앞뒤 좌우를 살펴봐도 우군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다.


 그 중심엔 청소년들을 생육해야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교과부가 학교 폭력사태의 처방전으로 그  근본 원인의 맥을 짚지 않은 채, 게임을 희생양으로 들고 나선 것도 모두 이들의 정서를 고려한 때문이다. 따라서 교과부와 여가부의 게임에 대한 잇단 규제책은 매우 정략적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일부 시민단체까지 나서 게임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냐며  게임계를 거들었겠는가.


 특히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쿨링오프제의 경우 온라인게임을 사실상 말살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탁상 행정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할 것이다.


 또 다른 중심축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게임계다. 결국 자초한 것이긴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게 결정적이다.


 잠재적 실업률은 증가하고,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들은 길거리에 나 앉을 만큼 고단한 삶에 빠져 있다. 집에 들어가면 자녀들은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에만 빠져 있고, 끄떡하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얻어맞고 들어온다. 게임아이템을 내놓으라고 협박당하고 아바타를 키워 가져 오라는 힘센 친구의 요구에 매일같이 게임에만 매달려 있다.


 이 정도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수준이 아니라 적개심을 품게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모 게임업체 회장이 일본에 기업을 상장해 수조원대에 달하는 갑부가 됐다는 기사가 화제가 됐는데, 그 회사의 게임이 자신의 자녀들이 즐기는 게임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래서 그 회사의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 보았더니, 그 이득의 낙수 효과란 것이 전혀 없고 오로지 그들,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꼴이더라는 것이다.


  결국 반게임 정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짙게 깔려있는 집단적 박탈감과 경기침체로 인한 소득 소외감, 그리고 이에 편승한 정부의 정략적 포석이 맞아 떨어진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문제는 실타래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치보다는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는 점이다.


 정부의 게임 정책기조가 예전처럼 햇볕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 게임계가 손을 놓고 있을게 아니라 자구 차원의 노력과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란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게임계가 마음만 먹으면 정부보다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움직임 또한 가일층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전선에서 유리하다. 즉, 단기적 대책과 중기적 대책을 세우는 한편, 필요하다면 칵테일식 전략도 세우라는 것이다.


 단기적 대책으로는 대 사회를 향해 크게 쓰는 기부 전략이 필요하고, 중기적으로는 업계의 자율적인 규제안을 별도로 마련하는 식이다. 칵테일식 전략은 반게임 정서를 확실히 드러내는 집단 또는 모임에 맞서 거기에 적절한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여론을 이끌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검토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길을 알면서 가지 않는다면 싸워 보지도 않고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다.


 작금의 게임계 시련은 성장통이다. 역설적으로 시장 규모가 거의 10조에 육박하는 업종이 정치권이나 사회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면 이것 역시 블랙 코미디다.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반 게임 정서는 게임계 하기에 따라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그동안의 그 지독한 구두쇠 노릇은 그만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거듭나기는 그 무엇보다 필요하고 절실하다. 낙수효과가 없었던 게 반게임 정서 흐름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야 게임계가 비참해 지지 않고 떳떳해 질 수 있으며 게임을 지킬  수 있다.  그 때문일까. 구두쇠(Miser)와 비참함(Miserableness) 의 어원이 같다는 것이 새삼 눈길에 들어왔다.


 반게임 정서를 바꾸기 위한 해답은 자신을 낮추고 버리는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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