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다시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칼날 끝이 온라인게임 쪽으로 치닫고 있다. 그 때와 좀 다른 점은 청룡도의 칼을 쥐고 있는 주체가 사정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이란 점이며, 그 편에는 대부분의 부처가 망라돼 있다는 점이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그 부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총리실과 교과부 여가부 그리고 경찰청이 서로 머리를 맞대며 안을 짜내면서도 정작 같이 고민하고 안을 다듬어야 할 문화부는 따돌렸다.

 

그 때문인지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대책에는 황당한 게임규제안들이 대거 포함됐다.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한 것인지, 아니면 전시적 행정을 그대로 반복해 보겠다는 뜻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대책이란 걸 들여다보면 과연 관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해 만든 안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설사 그 대책안이 만병통치약처럼 먹힌다 하더라도 틀로 짜맞춘 질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지울 수 없다.

 

이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학교 폭력사태가 얼마나 심각하길래 이처럼 역사의 추를 되돌려가면서까지 굴레를 만들고 질서를 새롭게 하겠다고 야단이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특히 교육당국과 사정당국은 그동안 강 건너 불 보듯 해 왔다는 게 아닌가. 아니면 타이밍을 잡지 못해 때를 보며 기다려 왔다는 뜻인가.

겨우 그 빌미를 게임에서 찾고 이를 근거로 한 건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학교폭력과 게임의 인과 관계를 확실히 증명하거나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따위의 배경 설명엔 어느 한 곳 게임이란 단어가 없다. 슬그머니 집어 넣은 게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게임을 묶어둘 필요가 있다는 게 고작이다. 그러면서 게임규제책은 마구 내뱉었다.

 

솔직히 이 정도에서 멈출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어찌보면 이제 시작에 불과할한 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이야기는 머리로 시작해 놓고 결론은 발끝으로 매듭 짓는 것과 같이 황당할 뿐이다.

 

백번 천번 양보를 해도 학교폭력 근절책은 법이나 제도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안 그랬는데 오늘날의 아이들은 그렇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정 그렇다면 가정의 문제 , 교육 제도의 허실 등을 먼저 들여다 볼 일이며, 더 나가서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을 살펴보는 게 순서다.

 

특히 법과 제도로 사회를 구휼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한창 빗나간 사고다. 선진사회는 법과 제도가 잘 갖춰진 곳이 아니라 상식과 자율이 통하는 곳이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폐기되는 법이 없다. 아메바처럼 암수 구별 없이 마구 세포 분열을 일으키는 것처럼 나중에는 불어난 법령에 짓눌려 살게 된다. 따라서 불필요한 신호등이라면 원활한 소통을 위해 설치하지 않거나 철거하는 게 옳다.

 

정부의 칼끝이 게임계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는 데는 주변을 살피지 않은 채 오로지 내 창고의 곡식만 헤아린 끝에 얻어진, 자업자득의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팬들의 열화 같은 성원이라 할지라도 팬들 상당수가 청소년들이었다면 야밤 공연을 자제했어야 했다. 팬들이 끊임없이 요구를 해 와도 매일같이 무대를 올리지 말아야 했고 자신들의 무대가 아니면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요금 횡포도 부리지 말았어야 했다.

 

어느 순간 기운이 떨어지자 출석도장을 찍지 않으면 표를 못 사도록 가로막지 말아야 했고 팬들의 반응에 취해 흥청망청 거들먹대지도 말아야 했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다. 더 모으려고 몸부림쳤고 더 불러 오려고 아귀다툼을 벌였다. 팬들의 사랑에 취했고 그 취기로 호사도 부렸으며, 그 취함에 주변을 살펴보지 않은 채 오직 제 잘난 맛에 살았다. 순간 외톨이가 됐음을 뒤늦게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한 두 사람의 난폭한 운전 때문에 도로에 안전턱을 양산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 신호를 안 지키는 불과 몇몇 사람 때문에 교통경찰을 도로에 간격 없이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래저래 복잡하니까 길거리에 다니는 모든 차들을 정지시키거나 폐기할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예컨대 복잡한 사안일수록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규제 문제는 학교폭력 대책이란 본안과는 아주 무관한 일이다. 또 파생된 현상에 의한 문제점이라면 굳이 내각이 기를 쓰고 나설 일이 아니며 문화부를 따돌릴 이유조차 없다. 그 까닭은 좀 시간은 걸리겠지만 여과되고 가라앉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화를 법과 제도로 잡거나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넌센스다. 그 것은 잡으려고 들면 빠져 나가고, 보일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규제는 오로지 또 다른 규제만 낳을 뿐 결코 처방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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