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운명의 주기가 5년마다 바뀌는 것 같다는 업계의 한 관계자의 얘기에 귀를 바짝 세운 까닭은 최근 게임계의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마치 폭풍전야의 분위기이고, 뭔가 숨겨 놓았던 일이 일거에 폭로될 듯 초조하고 불안하기만 한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게임계에는 5년마다 큰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95~96년 ‘바람의 나라’에 이어 ‘리니지’가 시장에 선보이면서 산업을 일구기 시작한 게임계는 2000~2001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는데, 벤처붐을 업고 너도 나도 게임계에 입문하는, 벤처 열풍의 근원지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게임계의 성장세는 후끈했다. 엔씨소프트 한빛소프트 위자드소프트 소프트맥스 등이 잇달아 상장되는 등 크고 넓게 비상했다.


그러나 2006년 게임계는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려 버린다.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가 불거져 나오면서 게임계는 사실상 초토화됐다.  ‘바다이야기’란 게임기는 온라인게임과는 거리가 먼 아케이드 플랫폼의 오락기였다. 하지만 초록은 동색이라는 여론에 밀려 뭇매를 맞고 말았다.


하지만 게임계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중국 등 해외시장을 기반으로 수출을 주도했고  때마침 세계경기 위축으로 한국경제가 휘청거릴 즈음, 달러 벌이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기지개를 폈고 오랜만에 햇볕을 쬈다. 수출의 탑을 수상하게 됐고, 이곳저곳에서 지식산업의 꽃, 아이돌 문화의 아이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경쟁적으로 대학의 게임학과가 개설된 것도 이때쯤의 일이다.
 2011년 겨울, 섣달을 불과 며칠 앞두고 국내 최대 게임기업인 넥슨이 해킹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메이플스토리’의 1300만 유저의 정보가 고제라니 노출됐다, 게임계에선 최초로 터져나온 불미스런 사태였다. 이를 시작으로 넥슨의 부도덕한 상술이 하나둘씩 벗겨졌고, 이 과정에서 한 중학생이 목숨을 끊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터져 나왔다. 사건의 핵심은 학교 폭력 사건으로 비롯된 것이었으나, 피해자 주변엔 넥슨의 인기게임 ‘메이플스토리’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 게임은 전체이용가란 게임과 달리 과몰입의 온상이었다. 하루라도 출석 도장을 찍지 않으면 신분 또는 아이템을 얻지 못했다. 그 틈바구니엔 매출 지상주의란 천민자본주의가 끔틀대며 숨쉬고 있었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 사건과 유저 정보유출 사태를 불러 온 해킹 사건은 지금도 미결인 상태로 진행 중이다. 


이런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마치 봇물 터지듯 게임 과몰입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 버렸다.
일부 매체에서는 게임을 마약에 비유하며 비판하고 나섰고, 경쟁매체에서는 게임 유해론을 들먹이며 강한 논조로 게임계를 질타했다. 마치 바다이야기 사태의 그 모습과 같이 강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바다이야기 사태 때와 다른 점은 게임으로 인한 피해자가 한쪽은 성인인 반면, 다른 한쪽은 초중등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이런 차이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책임소재를 따지는 무게의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말 그대로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등 상당히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바다이야기 사태 때도 정권의 누가 봐줘 그렇게 됐다며 설이 난무하더니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게임계가 또다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에는 청소년들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인지  내각에서 조차 입체적으로 압박을 가해오고 있고, 우호적인 시민단체들까지도 표정을 바꿔 좌시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사태의 흐름을 정확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청소년들의 비행과 학교폭력 사태가 게임으로 비롯됐느냐는 것이다. 연관성이 없다 할 수 없지만 원인이 게임이라는 데 대해서는 승복할 수 없다. 더욱이 일부 극소수 게임업체들의 얄팎한 상술을 전체 게임계로 몰아붙이는 것은 인격침해이며, 게임계를 무시한 무책임한 발언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게임계도 브레이크 없이 마구 달려 온 점은 자성해야 함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유저들이, 수요 인프라가 대부분 청소년인 점을 감안했다면 호흡 조절을 하는 것이 맞았지만, 이를 간과해 왔다. 일본의 파칭코 업체들처럼 불이 붙는다 싶으면 자율적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자제토록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게임계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게임 문화를 그냥 저버릴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 해답은 한마디로 아니다란 것이다.


5년 주기로 찾아오는 게임계의 길흉사라면 2012년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라도 다시 새롭게 시작하자. 그렇다면 먼저 초중등학생 중심의 수요층부터 바꿔보면 어떨까 싶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