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 없는 요금제에 도덕성 '논란'… '넥슨은 일본기업' 안티 분위기 확산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배경으로 ‘메이플스토리’가 지목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넥슨코리아가 이번에는 PC방들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PC방에서는 넥슨코리아가 일본에 상장된 넥슨의 자회사로 일본 기업이라며 불매운동에 나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넥슨측을 당혹케 하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까지 나서서 게임을 청소년들을 폭력화 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하는 등 사회적으로 게임에 대한 여론이 극히 나빠지고 있다.
PC방 업주들은 이같은 분위기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손님이 더 줄어들고 있다며 넥슨으로 인해 이같은 상황을 만들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PC방 업주들은 지난해 넥슨코리아가 ‘서든어택’을 서비스하면서 요금제를 변경해 과거보다 두세배 많은 요금을 걷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넥슨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넥슨코리아는 NXC의 계열사일 뿐 일본 넥슨의 자회사가 아니다”며 “PC방 요금제도 ‘서든어택’을 제외하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넥슨코리아 본사는 일본 업체?


 최근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한 PC방의 모든 좌석 모니터 바탕화면에는 이색적인 공지 문구가 게시됐다.
 ‘넥슨은 대한민국에서 시작한 게임회사였다. 여러분들의 힘으로 크게 성장해 지금은 업계 1위를 했지만 일본으로 회사를 옮긴 일본회사가 됐다. PC방은 해당 게임사에 가맹비로 시간당 250~300원 가량을 지불하고 있다’
 이 PC방은 최근 넥슨 게임을 이용하는 정액제 요금 손님에 한해 시간당 300원의 과금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넥슨 측에 게임 사용료로 지불하는 비용이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이 PC방은 업주인 정 모씨는 “넥슨에 지불하는 사용료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약 3배 정도 인상됐다”며 “넥슨 게임에 대한 과금을 전체 이용자로 확대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PC방 사업을 하면서 넥슨에 대한 이미지가 그전과는 완전히 뒤바뀌었다”며 “PC방 손님들도 ‘넥슨 때문에 요금이 올랐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등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PC방 업계에서는 넥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넥슨의 과도한 이용료 정책이 최근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PC방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PC방 업계에서는 정 씨의 경우처럼 넥슨게임에 대한 과금을 실시하거나 이를 고려 중인 사례가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넥슨의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말 넥슨 일본 상장 문제와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던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업계에서는 단순한 요금제에 대한 불만을 넘어서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PC방을 비롯한 게임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하락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넥슨의 일본상장으로 기존 넥슨재팬을 본사로 한 것에 대해 ‘국부유출’이라고 지적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처음에는 요금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던 상황이 점차 기업의 도덕성 문제제기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PC방 업주 커뮤니티인 ‘아이닉스 피사모(PC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는 넥슨과 관련한 게시물들이 늘고 있다. 회원수 약 6만명인 이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넥슨에 대한 업주들의 비판 분위기가 고조되자 지난해 말부터 ‘넥슨 정보공유 게시판’을 별도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요금제에 대한 불만의 의견을 게시하던 것이 최근에는 넥슨 관련 기업 이슈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한 PC방 업주는 “‘사이퍼즈’는 예고 없이 유료화 됐고 ‘카오스온라인’은 문자메시지로 통보했지만 넥슨이 우리나라 토종 게임사라는 생각에 아무 말 없이 유료 패치를 해왔다”며 “아무리 나라가 제재를 가한다 해서 ‘신토불이’를 외쳤던 넥슨이 하필이면 일본에다 둥지를 트나?”라는 의견을 냈다. 이어 이 업주는 ‘이달 이후 넥슨 가맹점을 해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주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요인이 넥슨 게임인데도 언론에서는 그저 게임, PC방 타령만 할 뿐”이라며 “PC방 업계가 통일된 행동을 보일 수 있다면 넥슨만이라도 개별과금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아이닉스피사모를 운영 중인 PC방 업체 현주씨앤아이 관계자는 “넥슨의 일방적인 요금제와 고압적인 분위기가 기업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커뮤니티 내 넥슨 관련 게시물의 조회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일본상장 이슈가 더해지면서 넥슨게임 과금 적용 등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요금제 부담 두세배 ‘급상승’


 이처럼 PC방 업계에서 넥슨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용 요금에 대한 부담이 급상승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PC방 업계는 폐업하는 사업장 수가 급증하는 등 전반적인 위기에 몰려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PC방 수는 1만9014개로 가장 많았던 2001년 2만3548개와 비교하면 20% 가량 감소했다. 업계의 과도한 요금 경쟁과 스마트폰의 등장, 불경기 등의 여파로 이같은 감소세는 더욱 높아져 올해는 1만개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PC 50대 기준으로 대당 평균 8시간을 사용했을 때 약 15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이용자 감소가 심화되면서 대당 8시간을 넘기는 업소는 일부에 불과하다. 여기에 PC방 전면금연을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의 통과는 이같은 상황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PC방은 임대료, 전기료, 전용선비용, 게임콘텐츠 사용료, 인건비, 기타 잡비 등의 운영비용을 제외하면 수익을 남기가 어려운 구조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게임콘텐츠 사용료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월 3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PC방 업계에서는 이같은 구조가 형성되는 데에는 넥슨의 사용료가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에서는 넥슨이 ‘서든어택’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요금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정량제로 전환되면서 요금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 요금제와 관련해 넥슨 측은 ‘타 업체와 비교해 높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인문협 역시 넥슨 요금제에 대해 ‘서든어택’만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PC방 업계가 체감하는 넥슨 요금제는 이와는 크게 다르다. 정량제를 위주로 하는 넥슨 게임은 정액제 중심의 여타 게임과 비교해 부담이 높다는 것. 여기에 ‘사이퍼즈’와 같은 신작의 인기몰이와 ‘서든어택’으로 대표되는 넥슨의 인수합병은 정량제 게임의 증가를 불러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PC방 업주들은 이처럼 넥슨의 정량제 라인업의 증가로 지난해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두세배 가량의 요금이 상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PC방 업주 정 씨는 “상반기에는 넥슨측에 한 달에 30만원만 결제해도 충분했으나 최근에는 80만원이 소요된다”며 “인수합병으로 이른바 ‘잘나가는’ 게임 수를 늘려 과도하게 요금을 책정하면서 안 좋은 이미지가 본격화 됐다”고 말했다.

 

#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


 넥슨에 대한 PC방 업주들의 반발은 과거에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 바 있다. 넥슨이 지난 2005년 ‘카트라이더’에 대해 정량제로 전환하자 업계의 반발이 고조됐었다. 그러나 업계는 당시 과도한 경쟁으로 이같은 반발 움직임이 사그러들었다. 또 이후에도 각종 이슈가 불거졌으나 PC방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넥슨 게임을 놓칠 수 없다는 현실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기존과는 다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넥슨 게임에 대한 과금 부과는 이같은 대응의 한 방법으로 제기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의 경우 지난 2005년과는 다를 것이라는 분위기다. 당시에는 단순히 요금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끝났지만 최근에는 PC방 업주들이 넥슨에 대한 기업 이미지와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PC방 업계는 최근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것을 꼽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청소년 게임의 과몰입을 부추기고 성장지상주의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넥슨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넥슨이 일본상장과 본사이전으로 ‘외국기업이 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넥슨은 이같은 움직임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넥슨 한 관계자는 “넥슨코리아는 NXC의 자회사이지 일본 넥슨의 자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넥슨의 해명에도 불구, PC방 업계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주씨앤아이 관계자는 “많은 PC방 업주들이 넥슨의 일본 상장과 본사이전에 대한 반발이 크다”며 “이같은 문제제기는 넥슨의 기업행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