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존립기반 마저 훼손


정국 돌파할 논리도 못갖춰… 화 불러온 당사자는 현실외면 ‘논란’

 

여성가족부에 이어 교육과학기술부까지 청소년 게임물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게임계가 이처럼 사면초가에 놓이게 된 것에  게임산업협회와 일부 업체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협회의 경우 정부와 정치인들의 공세에 맞설만한 대응논리가 부족하고 정치력에 한계를 드러내는 등 유일한 대표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또 가장 많은 청소년 게임물을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의 경우도 매출지상주의에 빠져 사회 공헌이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에는 소홀이 해 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과 같은 위기국면을 업계 스스로 불러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협회와 회원사들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규제책에 대해 일대일로 대응하기 보다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 계속될 경우 심각한 국면이 도래할 수 있음을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 심각한 ‘위기국면’ 공감대가 우선


전문가들은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업계 전체가 ‘위기의식’을 공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가부와 교과부는 평소 ‘게임 과몰입’이 아닌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아주 부정적이라는 것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다.


양 부처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실제로 게임에 빠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숨진 일, FPS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람을 찔러 죽인 사건 등 성인들도 심심찮게 게임중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는 이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게임 중독으로 상담을 받은 청소년의 수가 11만명(한국청소년상담원 실태조사)에 이를 만큼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9세부터 39세까지 인구의 인터넷 중독률은 8.0%(174만3000명)에 달했고, 이 중 청소년 중독률(12.4%)은 성인 중독률(5.8%)보다 2배 넘게 높았다.


청소년 중에서도 고등학생보다 중학생, 중학생보다 초등학생의 인터넷 중독률이 더 높았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게 된 원인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학업과 달리 게임은 하면 할수록 레벨이 성장하고 캐릭터가 강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특히 외소하거나 약한 친구들이 가상세계에서 강자로 군림하고픈 욕구로 게임에 더 몰입하기 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자아가 성장하지 못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만큼 게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 부정적 인식 급속 확산


이같은 사실들이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계가 이같은 위기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다.


게임산업협회의 경우 적극적으로 업계의 의견을 주장하거나 정책을 주도하기보다는 정부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셧다운제가 도입될 때만 협회의 주장에 동의하는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오히려 국회에서 게임계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문화부가 나서서 이를 무마해야 할 정도로 우군이 없는 상황이다.


또 ‘메이플스토리’를 서비스하는 넥슨의 경우 이 게임이 청소년들의 과몰입과 폭력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TV 황금시간대에 광고방송을 내보내는 등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모 국회의원은 “넥슨이 자살한 학생 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사과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맹비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넥슨 왜 이러나


교과부까지 게임업계를 공격하고 나서자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에 대한 넥슨의 책임이 큰데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넥슨은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사이퍼즈’ 등 대다수가 청소년 게임이며 과도한 이벤트로 과몰입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측은 지난 ‘메이플스토리’ 해킹 사태 이후에도 계속해서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실시하며 기존 게임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과 왕따 학생 문제에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도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다는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내 게임업체 중에 소위 말하는 5대 메이저에서 청소년 이용자가 가장 많은 회사는 넥슨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메이플스토리로 초등학생을 보내고 서든어택과 던전앤파이터로 중, 고등학생을 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위 게임은 모두 PC방 순위 10위권 안에 포함돼 있으며 이 외에도 ‘카트라이더’ ‘마비노기영웅전’ ‘사이퍼즈’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문제는 넥슨이 청소년들이 과도하게 게임에 집착하리만큼 업데이트를 실시하며 ‘레어아이템’으로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저가 이런 이벤트에서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에 게임을 해야 하며 심할 경우, 반나절 이상 게임에 머물러야 한다. 희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가해자들이 왕따 학생을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하게 했던 지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그 일례다.


특히 넥슨은 한달에 평균 6~7회의 이벤트를 진행하며 학생들을 게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게임을 하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할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게임 과몰입으로 이어지게 되며 이에 따른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이런 폐해를 막고자 ‘청소년 게임 이용 제한’을 들고 나선 것이다.

 

[더게임스 최승호 기자 midas@thegames.co.kr]

 

<각계 반응은>

 

‘일방적 규제에 존립기반 위태’ 불만 고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치 지적도…법조계도 ‘논리 빈약하다’ 주장

 

교육과학기술부가 청소년 게임물의 이용시잔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업계, 학계, 법조계 등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게임계는 일단 특정 회사의 문제를 게임업계 전체의 문제로 몰고 가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위기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나 CJE&M 등은 청소년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게임업계는 이 제도가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할 거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넥슨에서 ‘메이플스토리’를 2시간 하고, 네오위즈에서 ‘피파온라인2’를 2시간 하면 어떻게 막을 것이냐”고 했다. 또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내 전 게임사의 통합ID가 필요하다”며 “개인정보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는 말인데 이는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자칫 엄청난 유저의 정보를 잃어버릴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개인정보가 폐지되는 방향에서 유독 게임업계만 연이은 규제로 옥죄로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분위기다. 또 교과부와 여성부의 게임에 대한 기본 인식이 ‘유해매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유감을 표했다.
몇몇 관계자들은 정부가 계속 이런 방식으로 게임업체를 탄압할 경우, 회사를 해외로 이전해 외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게임업체를 대표하는 게임산업협회도 교과부의 정책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곤 사무국장은 “이미 여성부와 문화부에서 셧다운제도와 선택적 셧다운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굳이 교과부의 정책까지 포함할 필요가 있냐”며 “전세계에서 하나의 산업을 삼중규제까지 하는 전례는 본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청소년들의 왕따문제와 폭력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제도를 바꾸기 보다는 게임과 웹툰 등 지엽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고 했다. 또 교과부가 법으로 제도화함에 따라 게임업계가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았으며 정부의 압박이 계속될 경우, 게임산업 생태계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교과부의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대웅 한국게임학회장은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에 이어 행복추구권, 자율권 등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비합리적인 조치”라며 “교과부가 게임의 긍정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부정적인 것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18세 이하는 자유의지도 없는 것이냐”며 “기능성 게임, 교육용 게임등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게임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대항해시대’는 경영학의 교재로 쓸만큼 게임이 단순 오락거리의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규 서울호서전문학교 교수도 “연령별로 게임시간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셧다운제처럼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등 실제 효용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교수는 핸드폰으로 개인정보를 불시에 점검하는 등 보완책도 음지에서 게임을 이용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병찬 법무법인정진 변호사는 이 제도의 근본적인 시발점이 어긋났음을 지적했다. 그는 “교과부의 정책이 게임이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별다른 시험이나 검증 없이 급조해서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에 몇 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중독이라는 기준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체육부,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3개 부처에서 지나치게 규제를 남발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우선 게임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난 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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