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해 보여도 쉽지 않은 작업”


장면·감정 따라 짧은 대사에 혼신…열악한 더빙 환경 개선 절실

 

최근 개발 막바지에 다다른 MMORPG ‘세븐코어’ 더빙 현장에서 목소리 연기 달인인 세명의 성우를 만났다. 강수진씨, 안장혁씨, 조현정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톱클래스 성우들이다.
이들은 게임 더빙이 애니메이션 더빙 작업에 비해 단순해 보이지만 쉽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장면별로 혹은 감정별로 순서대로 모아서 짧은 대사와 짧은 호흡 속에 모든 연기력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게임 완성단계가 아닌 개발 단계에서 더빙하기 때문에 게임과 캐릭터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충분치 않은 상태로 더빙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 때문에 제작자나 디렉터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지요.”
강수진씨는 제작자가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캐릭터를 잡아주지 못하면 베테랑 성우들이라도 헤멜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성우가 게임 관련 자료를 최대한 챙겨볼 수 있다면 그나마 더빙 작업이 순조롭다는 것이다.
그는 “‘그라나도에스파다’ 더빙 당시 게임사에서 이메일로 캐릭터 시놉시스와 각종 자료를 줘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고 작업 후에 흡족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현정 씨는 “한 번에 더빙을 끝내는 것이 좋지만 한 대사를 서너개 버전으로 더빙해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라고 덧붙였다.
안장혁 씨는 “감정별로 더빙할 때 전투신의 경우 기합만 반복해서 더빙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녹음현장에서 만난 이들 세명의 성우는 얼굴모습은 처음 봤지만 그 목소리만 들으면 꽤 친근하게 느껴진다. 스마트한 목소리를 가진 강수진씨는 ‘세븐코어’에서 시온 남자역과 시놉시스 설명을 맡았다. 강 씨는 ‘명탐정 코난’ 남도일, ‘원피스’ 몽키D 등 유명 애니메이션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했으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 ‘스타크래프트’, ‘그랜드체이스’, ‘창세기전’ 등에 참여했다.


브루터스 남자 역의 안장혁씨는 ‘쿵푸팬더’의 타이렁, ‘개구리왕눈이’ 심술이 등 굵고 울림이 강한 역할을 주로 맡았다. 안 씨는 ‘헤일로2’ 해병,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와우’에 참여했다. 고운 목소리를 가진 브루터스 여자 역의 조현정씨는 ‘너에게 닿기를’ 요시다 치즈루, ‘피치피치핏치’ 히뽀 등에서 열연했다.


 최근 선보이는 게임을 보면 탄탄한 스토리와 컷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스토리와 컷신은 게임 초반에 유저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작자는 게임 더빙 작업에 참여하는 성우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안씨는 “최근에는 게임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제작자들이 성우에게 좀 더 디테일한 감정표현을 원하고 있다”며 “대사량까지 많아져 신경써야 할 부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게임 시장이 커지고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성우들의 게임 더빙 참여율도 높아졌다.


강 씨는 “국내 게임 더빙 시장에서 성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더빙에 참여하는 성우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씨는 “국내 게임 제작이 많아지고 해외 게임의 경우 한글화 작업이 늘어나면서 성우들의 게임 더빙 참여 기회 역시 예전보다 증가했다”며 “이제는 게임 더빙을 전문으로 하는 성우까지 생겼을 정도로 성우들도 게임 더빙 작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 씨는 “현재 게임 개발 과정에서 성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양적인 성장에 비해 녹음 환경 등 질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더빙 작업은 후반 작업에 속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 비주얼 작업에서 많은 비용이 들면 더빙 작업이 부실해진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사진=김은진 기자 dreams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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