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에 봄 날이 오는 것인가.
이쪽  저쪽에서 민간 이양이란 말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민간이관 문제는 지난 국회에서 이미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기에다 국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도  민간에 넘긴다는 게 정부측의 방침이다. 하루아침에 동토에서 벗어나 봄날의 주인이 된 듯 한 데, 마음 한 구석에 왠지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에 선뜻 그 자리를 꿰찰 생각을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고 답답했다.


 군사정부 시절도 아닌데 민간이양이란 단어가 낯설고 , 그렇다면 그동안 게임계가 그토록  길들여져 살아 왔느냐는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좋게 해석하면 성상이 짧은 데다 연조가 부족하여 도움을 받았으나 이제는 당당히 설 수 있고, 기지개를 켤 때가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뭔가  후련히 내려가지 않고 명치에 걸린 듯한 거북함이 느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국민과 업계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렇다. 당초 그런 걸 원한 적도 없었고,  애절한 희망 사항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 약속이란 것도 별다른 감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데 인심쓰듯 덜꺽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게임위의 민간이양은 가야할 길이다. 각국마다 사회의 안전망을 갖추고 있으나 나라가 나서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식으로 문화 상품을 제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문제는 시기다. 그동안 그토록 잡고 있던 줄을 약속이란 이름아래 넘겨주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계가 위기 상황이다. 앞뒤 좌우를 살펴봐도 아군은 없다시피 한다. 특히 일부 유력 매체에서는 마녀사냥식으로 게임산업을 지목하며 후려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합집산격이며 모래알과 같은 상황이다. 아무리 꿰려해도 매듭지어지지 않는 구슬과 같다. 빈부의 격차로, 퍼블리셔와 개발사간의 갈등으로 서로 등을 지고 있는 형국이다.


 솔직히 그 공을 넘겨받을 곳은 있느냐는 점은 더 큰 고민거리다. 다행스럽게 게임위의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생긴다면 몰라도  관련협회로는 어림없다 할 것이다. 협회의 허상 등 문제점은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아니므로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민간이양이 아니라 거의 떼미는 수준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국제게임전시회가 비로소 자리매김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게임계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사업에 주력한 것은 오프라인을 통한 유저와의 만남도 그 것이지만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으로써, 이를 대내외에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부스비를 부담하고 득보다는 실이 많았지만 자긍심 하나로 대회를 꾸려 왔다. 전시회를 연다 했지만 받아주는 곳도 변변치 않았다. 컨벤션시장의 본산인 서울을 떠나 개최지를 부산으로 옮긴 것도  부산이 적격한 곳이라기 보다는 서울에서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지 못했고, 또 받아주지도 않은 까닭이 더 컸다. ‘동가식서가숙’의 전시회가 그나마 자리 잡은  것은 게임계와 부산시의 뜨거운 열정 덕분이다.


  이런 즈음, 민간이양이란 이름아래  슬그머니 정부가 손을 떼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아닌 길은 아니다. 정부가 붐 업 이후, 그 산업에 굳이 머물 필요는 없다. 신규 아이템, 신생산업을 끊임없이 수종해야 하는 정부측의 고민과 입장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민간 전시회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데 대해 국회가 그동안 끊임없이 제동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처지를  모른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전시회 민간이양 역시 시기가 문제다.  게임은 현재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옴짝달싹 못할 지경이다. 그런데 정부가 손을 떼게되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맨 격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마땅히 맡길 곳은 있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정부가 손을 떼면 참가 부스비는 더 오를 게 분명하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으로 허덕이는 게임계는 완전히 양분될 게 확실하다. 세계 3대 게임 전시회로 발돋움하겠다는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게임계는 지금 봄날을 맞이할 시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동장군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겨울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럼에도 약속이란 이름아래 봄 옷을 꺼내 입으라고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며 무책임한 처사다.


언필칭, 가야할 길은 가야 한다. 고난의 연속일 지라도 빛을 밝히고 나가야 한다. 하지만 등불도 없고 청지기가 없는 땅에서 무조건 때가 됐으니 나가라 한다면, 그건 죽음의 길로 떼미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일은 순서가 있다고 한다. 실타래처럼 얽키고 섥??게임계의 현안을 하나 둘씩 풀어 나가면서 해도 늦지 않다. 지금 게임계에 당면한 과제는  민간 이관이란 자율 문제가 아니라 생사여탈권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게임계의 봄날을 말할 것인가.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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