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란  게임은 AOS(Aeon of Strife)란 특이한 장르의 외산 작품이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다중 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과 다르고 단순 RPG 게임과는 또 다른 맛을 준다는 평이다.
 이 게임이 오픈 첫날 가입자 수 30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주요 포털에선 이 작품으로 인해 북새통이 벌어졌다고 하니  기록적이고 놀라운 일이라며 호들갑을 떤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은 사실인 것 같다.


 작품 줄거리를 들여다 보면 그렇게 새로운 내용이랄 수도 없다. 영웅이 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여 나간다는 게 전부다. 그런데도 유저들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다. 한국에서 직접 서비스하기 이전, 미국 서버를 통해 이 작품을 즐긴 유저 수가 무려 2만에 달했다고 한다. 성수철인데 수요가 없는 요즘과 같으면 대박 정도가 아니라 블록버스터급 히트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30만을 끌어 모았다.


이 게임을 개발한 라이엇 게임즈의 CEO 브랜던 백(Brandon Beck)과 마크 메릴(Mark Merrill)사장은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소재 USC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두사람은 게임을 공부만큼  좋아했다. 그래서 때가 되면 같이 게임회사를 차려 게임 만큼은 지겹게 해보자고 다짐했다.

 

대학 졸업 후 두사람은 약속대로  게임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한 작품을 완성했다. 바로 ‘리그오브레전드’란 게임이다. 이 작품은 론칭하자 마자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바람은 북미 지역에 머물지 않고 유럽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됐고  끝내는 흥행사의 정점인 블리자드의 ‘WOW’로 향하기 시작했다.


현재 ‘리그오브…’의 유저수는 전세계적으로 약 3200만, 한달 방문 유저는 약 11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OW’의 3000만 유저를 이미 추월했다는 것이다. 불과 3년여만의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두 사람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블리자드측에 IP 공유 제안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결국 우군이 될 수 있는 인연이 적이 되고마는 악연(?)이 됐다.


 어찌됐든 시장에서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으니 상당한 부와 명예를 취했을 게 분명했다. ‘WOW’를 제치고 랭킹 톱에 오르고 유저수가 3000만에 달한다고 한다면 당연했다. 하지만 두사람은 부를 제쳐두고 명예를 택했고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키는데 주력했다. 결과는 뻔했다.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WOW’ 매출의 30%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라이엇게임즈의 캐치프레이즈는 ‘게이머 중심의 회사’ 다. 즉, 아이템 개발에 매달리지 않고 환전에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경영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지만 전제는 게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수익이란 원칙을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수익이 예상보다 더 발생하면 그만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고 올  여름에는 e스포츠산업 육성을 위해 500만달러를 출연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두 사람은 내한해 이같은 사회환원 원칙을 재천명하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듣고 두 사람에게 낯이 뜨거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한국 게임계의 현주소를 바라보면서 부끄럽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 


순간 게임이 좀 된다 싶으면 업그레이드를 통해 아이템을 걸어두고 장치를 만들어 힘을 확장시키는 등  매출에만 혈안이 돼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계의 게임이 과연 진정한 게임이던가 하는 물음표가 따라 왔다.


얼마나 어린 청소년들을 데리고 몸부림쳤기에 셧다운제란 황당한 제도까지 만들었을까란  생각은 눈꼽만큼 조차 하지않는 일부 게임업체들에겐 가당치도 않은 일인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하다 대한민국 게임계가 물질주의 성장주의에 빠져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하는 때 아닌 자책과 자괴감이 들었다.


 이 두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나마 어렵사리 고개를 든 것은 그래도 대한민국 게임계에 의로운 몇몇 게임업체들이 있어서이다.


 경영이 힘들고 자금난에 시달려도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며 게임계의 자존심을 지키며 몸부림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고, 아이들 호주머니를 결코 후리지 않아도 된다며 의연하게 게임을 만들고 산업을 일구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죽어도 결코 풀은 뜯지 않겠다며 게임의 품위를 지키려는 이들이 또한 바로 그들이며, 이웃이 어렵다고 하면 같이 고통을 나누려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래서 브랜던 백과 마크 메릴이 있는 미국 게임계가 부럽지 않았고, 라이엇게임즈란 회사가 있는 LA,  미국이 부럽지 않았다.


대한민국 게임계에 의로운 그들이 있기에, 그리고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며 오늘도 어둔 등불 밑에서 게임 만들기에 몸부림치는 그들이 대한민국 하늘아래 있기에 말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었으면 좋겠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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