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회적으로 통합 혹은 연합 등의 단어가 방송매체나 신문지상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세상이 하도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다 보니 혼자서 내는 목소리들을 모으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 되고 있다.


지금의 e스포츠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단체들은 있으나 모든 영역으로 놓고 보면 어느 한 두 곳이 부족하여 매력이 반감되어 가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e스포츠 산업 전체로 보면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모두가 조금씩 소유하고 있으니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티도 안 나고 경쟁력도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 되겠다. 더욱이 최근처럼 신규 자금 유입이 정체되어 있거나 둔화된 상황에서는 더욱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도처에 있다.


이제 서로가 서로를 빈손으로 위로해 주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위기 극복의 시간이 얼마 없다. 각자 가지고 있는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함께 무엇을 만들 수 있을 지를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번에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를 관람하면서 느꼈지만 게임 산업이 나날이 발전하여 e스포츠로 활용 가능한 게임의 종류나 소재가 더욱 다양해지고 수준 높아 지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물론 온라인 게임위주의 전시였기 때문에 게임시장 전체를 일반화 하는데 다소 무리가 있다고도 생각 되지만 아무튼 게임시장의 발전에 힘입어 e스포츠시장의 소재는 전보다 훨씬 풍성해 졌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e스포츠 주관자나 줄 수 있었던 대전의 즐거움을 이제는 종목사도 큰 어려움 없이 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e스포츠 주체들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게임 종목사가 줄 수 있는 것 이외에 특별한 무엇을 더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진정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별도의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어야 그나마 차별화 될 수 있지 않을까.


개개의 협단체가 조율을 시도할 때 이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통합된 주체가 통합 후에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는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통합의 의미는 별로 없다. 다시 말해 통합 이후에 제공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무엇이 될지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통상적인 통합의 실패는 그 행태가 시장의 수요나 요구를 무시한 일방적 통합이나, 통합 주체의 편의 주의적 단순 물리적 통합에 기인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따라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통합 후의 모습을 상상하며, 통합 이후 그 통합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체적 능력에 대해 보다 철저한 사전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통합과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정부라고 생각된다. 업체 각자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건설적 협상이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정부가 보다 솔직한 입장을 내놓을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할 수 있고 또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족하는 e스포츠 상생협의체에 거는 기대가 있다.


e스포츠업계가 안고 있는 미해결된 여러 가지 과제들을 한번은 정리 하고 넘어 가야 갈 단계라고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의 발전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노력이 요구 되는 부분이다.


국제e스포츠연맹 입장에서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e스포츠 관련 여러 실험들이 회원국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고, 그들 중에는 우리 연맹의 활동에 해당국 정부가 직접적인 관심을 표방하기 시작한 회원국들도 셍겨나고 있는 바, 이 시점에 주변국들의 이런 분위기를 잘 활용하면서 국내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만 있다면, 지금의 위기는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되며, 대한민국이 종주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 존재하는 e스포츠 관련단체 모든 곳에서 비슷한 생각을 할 수만 있다면 앞서 언급한 대 연합이나 통합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오원석 국제e스포츠연맹 사무총장 wsoh@ie-s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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