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쯤 모 라디오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게임산업 전망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나름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자원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정말 국민적 관심을 가져야 할 산업이라고 역설하기 위해 준비하고 준비했다. 전화연결이 되고 프로그램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이 들려 왔다. 긴장이 고조 되었다. 앵커의 게임 산업을 진단해 보겠다는 멘트와 함께 현장에 나갔다는 여기자의 내레이션이 들려왔다.


“여기는 모 동네 지하 오락실입니다. 담배연기가 가득한 이곳에서 유치원, 초등학생들이 코 묻은 동전을 계속 집어넣고 있습니다. 불이 나면 피할 곳도 없습니다.”


순간 생방송이라는 것도 잊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낸 것 같다.

“지금 세계 게임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고 이미 게임만으로 상장한 회사도 수두룩하다. 우린 게임만으로 얼마나 많은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지 아느냐. 빨리 국민적 관심사로 집중 육성해야 할 중요 산업이다.”

그리고 끊어 버렸다. 모든 산업에는 선기능과 악기능이 있음을 같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니라면 술, 담배는 왜 그렇게 큰 사회적 비용을 들이면서도 없어지지 않을까? 적절한 비유일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필요한 기능이 있어서라고 생각된다.


그 이후로 운 좋게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들이 큰 성과를 이루어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이 세계수준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어 지금은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들이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오픈 마켓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게임 역시 좋은 성과들을 내고 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점은 오픈 마켓으로만 방향이 정해지다보니 우리나라 게임들이 해외로 나가기 좋은 점은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중소 개발사들이 가지던 우선권이 없어지고 국내 시장마저 외국 대형 게임사들과 장벽 없이 경쟁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미 글로벌 대응을 하고 있는 소수의 대형 모바일 게임사들은 오히려 좋은 기회일지 몰라도 창작욕을 불태우는 중소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에게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정부나 학계 등 관련 산업 입안자분들께서는 이러한 가려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온라인 게임에 이어 모바일 게임 한류시대가 곧 펼쳐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성필 픽토소프트 모바일게임사업부장  sungpil@picto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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