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모기업인 넥슨재팬이 일본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는 뉴스는 오랜만에 듣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일본 상장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계의 위상을 새롭게 했다는데 게임계 전체가 자긍심을 느낄만 하다. 당초 기대했던 공모가 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상장 이후 반등할 가능성 또한  높다는 점에서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넥슨의 경사이자 게임계엔 토픽감이다.


 이러한 가운데 넥슨을 향한 게임계의 두가지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컬 하다.


 그 한가지는  어수선한 국내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이 시점에 굳이 기업 공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과 그래도 밀고 가는 게 맞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서로 맞서고 있다. 한쪽은 누가 뭐라해도 게임계의 큰 경사인데, 절차를 생략해 버렸다는 아쉬움과 회한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마치 신부가 웨딩드레스를 평생 딱 한번 입는 것 처럼 성대하게 행사를 꾸미지는 못할 망정 뭔가 쫒기듯 일을 추진해 버렸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 있는 쪽은 개인정보 유출 등 해킹 사태가 발생했는데 좌우를 살필 겨를이 있냐는 것이다. 따라서 머뭇거릴 게 아니라 예정대로 일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넥슨 고위층의 결정은 옳았다는 입장이다.


 어찌보면 '좋은 일은 서두르는 게 좋다'는 일본 속담처럼 서두른 것은 아니었겠지만 상장 계획 일정대로  넥슨은 밀고 나간 셈이 됐다,  앞으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은,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최근 넥슨에 대한 또다른 두가지의 시선은 당근론과 채찍론이다. 한쪽에서는 넥슨의 해킹사태와 셧다운제를 불러들인 책임론에 대해 그래도 게임계의 거두인데 덮어 두거나 업계가 안고 가야지 매만 들면 되겠느냐는 지적과 함께 이 기회에 책임소재를 명백히하고  필요하다면 매를 쳐야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그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게임계에  문제가 드러나면 쉬쉬하며 덮어두려 했지 책임소재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가려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아슬아슬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느냐는 지적이다. 


 끝내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게 된 게 결국 셧다운제의 도입이 아니냐는 주장인 것이다.


 솔직히 게임계 내부엔 넥슨에 대한 질시와 연민, 그리고 안타까움의 감정이 얽히고 설켜 있는  건 분명하다. 또 산업계 여론 또한 그렇게 갈리고 있는 듯 하다. 특히 비판적인 여론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매를 들고 야단법석을 떨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 견해의 목소리도 없지않다.


 어린 시절, 성냥갑을 가지고 놀며 성냥개비의 뭉치와 인을 마찰시켜 불장난을 하며 놀던 시절을 지금도 잊지못한다.


불장난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그 불장난으로 말미암아 매를 들지 않으시던 어머니가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에 피가 맺히도록 매질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 이후 불장난의 재미는  사실상 끝이 났다.  친구들이 한겨울 동네 한가운데서 불놀이를 하자며 불러도 나가지 않았다. 매를 맞았다는 서러움보다 불놀이로 인한 화재의 경각심을 알려주려 하셨던 어머니의 말씀이 더 컸음엔 두말할 나위없고, 그 기억 또한 새록 새록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일은 또 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는 옛속담을 귀가 닳도록 들려주신 경우다. 그리하여  탐욕을 부리거나 남의 것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못하게 했다. 이런 속담의 교훈은 우리집 뿐 아니라 이웃 집에서도 , 건너 친한 친구네 집에서도 늘 들어 왔던 얘기다.


  여론을 질머쥐고 있는 신문 · 방송 등 매체의 특성은 태생적으로 비판적이다. 잘하는 곳에도 눈을 돌리지만, 구부러진 것, 막힌 데에 더 관심을 두고 그 것을 바로 세우거나 뚫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안타깝게도 가까운 친구들과도 등을 질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들도 그러려니 한다. 그 것이 당신의 책무이고 직무라는 것이다. 소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썩을 수 밖에 없고 목탁이 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그 것은 장식품이거나 그저 나무일 뿐이다.


 넥슨에 대한 두 가지의 시선은 그냥 모두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넥슨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여론의 두 가지 갈래의 목소리도 넥슨이 받아들여야 큰 그릇이 될 수 있는 유약과 같은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런 경우 이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싶다. 왜 넥슨이고, 하필 이렇게 긴요한 때 매질이냐고 말이다. 그 답은 이렇다. 국내 최대 게임기업이  다름 아닌 넥슨이고, 그런 기업에선 결코 빚어져선 안되는 일이 터져 나왔기에 그렇다고 한다면 우답일까. 일벌백계의 교훈은 매를 맞는 사람보다 매를 든 사람의 아픔과 고통으로 교정하겠다는 사랑이 근본이 됐다. 


 비판의 목소리를 약으로 쓰면 묘약이 되겠지만 독으로 쓰면 비상이 된다.
 불놀이를 더 이상 못하게 한 어머니의 교훈은 그래서 지금 이날까지 잊혀지지 않고 가슴속에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건전한 비판은 약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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