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해킹에 의한 개인 정보 유출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내부 소행인지 아니면 해커에 의한 짓인지의 여부는 경찰이 수사 중임으로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국내 최대의 게임기업인 넥슨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해커들에 의한 정보 유출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며 이번에 때 아니게 뚫린  넥슨만의 일 또한 아니다. 


 그동안 게임계엔  아무개 기업이 한 밤중에 당했다는 등 '카더라' 식의 해킹 설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그러나 넥슨은 유독 그런 루머에서 벗어나 있었다. 넥슨의 보안 시스템이 경쟁사에 비해 완벽한 데다 인력 풀 또한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넥슨의 유저는 대부분 청소년층이라는 점에서 해커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됐다. 결국엔 해커들에 의해 허를 찔리고 만 셈인데,  모기업의 일본 상장을 앞두고 있는 넥슨 입장에서 보면 호사다마라 아니할 수 없겠다.


 게임계에서 넥슨 만큼 쾌속 질주해 온 기업은 없다. 5천억원 매출에 이어 1조원 매출을 달성한 최초의 기업에다 기업인수합병(M&A)에서도 한번도 패한 적이 없다.

 

중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허민의 네오플을 인수한데 이어 스타급 개발자 김태곤 이사가 도사리고 있는 엔도어즈를 넥슨 패밀리로 끌어 들였다. 또 지난해에는 1인칭 슈팅게임(FPS)시장에서 쌍두마차 역할을 해 온 게임하이를 어렵사리 끌어 안았다.  지난 96년 온라인게임 시장에 첫 작품으로 내놓은 ‘바람의 나라’  발표 이후 넥슨은 한번도 패하지 않고 승승장구해 온 셈이다.


 불협화음의 소리도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대부분 기업들이 쾌속 행진을 거듭하게 되면 브레이크도 밟고, 분란도 일어나기 마련인데, 넥슨에는 그런 조짐과  그런 움직임조차 없었다.


 어느 순간 말들이 돌기 시작한 것은 서민 대표체제가 갖춰지면서부터다. 권준모 대표가 물러난 이후 대표를 맡은 서민 사장은 사실 업계에선 베일에 가려져 온 개발자 출신이다.

 

성품도 점잖고 말 수도 많지 않은 미소년 같은 사람이다. 그런데 삐꺽대는 소리가 났다. 대내외적으로 나름 위상을 보여온 넥슨이 바깥 활동보다는 집안 일에만 매달린다는 혹평을 듣기 시작한 게 이 때 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급성장 했다. 아니 정확한 표현을 빌면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넥슨 내부에서 조차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니냐는 자성의 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온 것은 지난해 하반기 때부터다. 일의 강도가 세졌다는 말들이 잇따랐고 ,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치고는 이벤트가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 때문인지 보따리를 싸는 사람도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선으로 물러났거나 넥슨을 떠난 이들의 친정을 향한 목소리는 예상외로 아주 거칠게 메아리쳐 돌아 왔다.


이쯤되면 원래 그 같은  색이었는데 감춰서 몰랐거나, 세월이 흐르다 보니 색깔이 바뀌었구나 하고 미뤄 판단할 수 있는데,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운 게 최근의 넥슨 기업 색깔이다.


 넥슨의  실체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슴푸레  짐작한 것은 개인정보 유출로 빚어진 사태와, 이를 처리하는 넥슨의 프로세싱 과정을 바라 보면서 부터다.


 솔직한 심정은 해킹사건 만큼 충격적이었다. 감춰져 온 게 의외로 많았고, 비상식적인 일이 그동안 일상화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가 없었다. 수평적 리더십의 한계였던 것인지, 아니면 겉으로만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경직과 유연함의 불일치가 극에 달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더욱이 비판의  목소리를 마치 독이나 비상처럼 여기는 여론 수렴 태도는 독재자의 그 모습 처럼 끔찍했다.


 어쩌다 넥슨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성장 일변도의 정책으로 파생된 어둠의 그늘이 너무 짙게 깔린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다가 왔다. 그렇게 흘러가면 그 끝의 종말은 두 눈을 감고 봐도 뻔하다. 그래도 대마 불패라고 했던가. 하지만 그렇지 않다. 눈 깜짝할 새 천지가 개벽하는 세상이 요즘이다.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 넥슨은 누가 뭐라 해도 국내 최대 게임 기업이고, 청소년들에게는 여전히 우상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다. 환골탈태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덕을 쌓아 올리고 적을 양산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우려를 귀담아 듣지 않으니까 평지풍파가 일어나고 일이 꼬이는 게 아닌가.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귀가 열린다. 그 높은 곳에 있는 한 주변의 충고의 말도, 측근의 간곡한 진언도 다 잔소리로 들려 올 뿐이다.  


 예전의 소박했던 넥슨 시절로 돌아갔으면 한다. 오히려 그 때가 더 소중했고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넥슨이 아니었던가 싶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