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에  ‘바다 이야기’ 사태에 이은 또하나의 치욕스런 일이 생겼다.  하나는 아케이드 게임업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또 다른 하나는 온라인 게임업계가 불러들인 셧다운제라는 괴물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셧다운제가 시행된 2011년의 11월 20일을 국치일과 같은 업계 수모의 날로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다이야기 사태를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삼았어야 했는데,  어느날 슬그머니 그 같은 일을 까마득히 잊어 버리거나 슬그머니 닮아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든다”고 했다.


  ‘바다이야기’ 사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게임이 문제가 됐다기 보다는 상품권이 도화선이 된  ‘돈 사태’ 였다. 또 운영 미숙에서 빚어진 정책 실수가 더해져 사태로 번진 것이다. 아케이드 게임 바다이야기는 아주 단순한 놀이다. 어린이들도 쉽게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그저 그런 게임이다. 확률형 게임이란 점 때문에 성인용으로 분류됐지만 게임자체로는 별로 문제될 게 없는 평범한 게임이다.


  문제는 상품권에 있었고 거기서 사단이 생겼다. 상품권 사업자들이 난무했고 이를 통해 마진을 챙긴 사람들이 너도나도 매장을 개설했다. 도로 길가 한복판에 오락실이 아닌 게임장이 당당히 들어섰지만 거기에는 성인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게 아니라 도박하는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시장이 성장하는 듯 했지만 그건 핍박과 사양길에 들어설 산업이란 걸 미리 알려 주는 서곡과 같았다.
  끝내는 현실로 다가왔다. 베팅 금액을 엄격히 제한하고 업계 스스로 자율에 의해 매장 시간을 단속했더라면 그 같은 화가 벌어지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안타깝게 이를 간과하고 말았다.


  정부도 입이 열개라 하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성인용 게임장이라고 하지만 베팅이 이루어지는 업소를 한 길 가에 영업 허가를 내주고,  엄청난 돈을 들인 네온싸인 간판이 버젓이 걸리도록 그대로 방치했다. 또 허용해 주지 말아야 할 광고 영업 행위도 할 수 있게 했다. 결국 온 나라가 도박 공화국이 됐다는 비아냥을 사고 말았다.


 불과 5~6년이 흐른 지금, 그 수치스러운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어린 청소년들에게 날라왔다. 이번엔 온라인 게임이었는데,  눈치 빠른 정부가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왔다. 16세 이하 어린이들에겐 심야시간대에 게임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만큼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돈벌이에 혈안이 된 극소수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바다이야기 사태의 그때 처럼 타 오르면 죽는다는 교훈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들은 ‘바다이야기’ 와  같이 내용상 전혀 걸릴 게 없었다. 일부 게임은 아예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조차 없다. 그럼에도 끝내는 시대에도 걸맞지 않는 해괴망측한 제도를 불러 왔다. 한마디로 성인용 게임업자들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성인용 게임 업자들이 대로 한복판에 매장을 개설한 것처럼 연일 게임 문을 열어 놨고, 불야성을 이루도록 한 간판 대신 매일같이 이벤트를 쏟아 부었다. 그 도 모자라면 그들이 광고지를 뿌리듯 서슴치 않고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의 소식을 뿌려대며 청소년들을 끌어 모았다. 


 언필칭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에 업계가 자발적으로 억지력을 발휘했어야 옳았다. 정부의 셧다운제 시행이 과연 바람직한지의 여부를 떠나 업계가 자율의 힘으로 사회 분위기를 맞춰 가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맞았다.  그럼에도  불과 몇년 전 벌어진, 그 끔찍하고 충격적인 교훈의 끈을 놔 버렸다.  결과적으로 또다시 수모를 겪고 말았는데,  그 것도 성인용 게임이 아니라 청소년 게임에  발목이 잡혔다는 사실이다.


 닮은 것은 또 있다. 돈 사태다.  극소수였지만 청소년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인 ‘현질’ 요구는  충격적이었다. A사의 경우 밤낮없이 아이템을 가지고 청소년들을 볶아댔다고 한다. 어린 청소년들이 컴퓨터를 떠나지 못하고 옴짝달싹 못했음은 눈을 감고 봐도 훤하다.


 그런 그들이 헌법재판소에 셧다운제에 대한 위헌 여부를 묻겠다는 것인데,  그 또한 낯뜨거운 짓이다. 그 것을 가리더라도 책임 소재 여부를 먼저 알아본 이후가 맞고,  그 헌재 소송의 주체도 당사자가 아닌 진정 게임을 사랑하는, 뜻 있고 의로운 게임업체들이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게임계에 커다란 주홍글씨의 못을 박은 일부 게임업체들은 이 기회에 자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고, 그에 합당한 행동과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3, 제4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온통 어항을 뒤집어 놓았다는 업계의 탄식은 바다이야기 사태의 그 모습과 교묘히 오버 랩되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과 산업에 대한 역사의식이 없는 주체들의 종말과 그 허망함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사단은 늘 돈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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