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촉발시켜 놓고 ‘나 몰라라’


불똥 튄 업체들 속으로 ‘부글부글’…천문학적 시스템 도입 비용 ‘억울’

 

셧다운제가 전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게임계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셧다운제의 빌미를 제공한 업체와 셧다운제와는 크게 상관 없지만 같은 게임업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같이 부담을 떠안게 된 업체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넥슨은 셧다운제의 직접적인 타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나 NHN 등 대다수 메이저 업체들은 청소년 보다는 20-30대 청장년층이 주고 고객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셧다운제가 도입되면서 모든 업체들이 밤 12시 이후 청소년들의 접속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경제적 손실보다 더 큰 손실은 셧다운제가 도입됨으로 인해 ‘게임=청소년 유해매체’라는 공식을 인정한 셈이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게임업계가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또다시 주홍글씨를 새기게 됐다는 점에서 이미지 실추와 사기 저하 등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 자구 노력 등한시


 현재 업계에서는 정부가 셧다운제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한 배경으로 넥슨 게임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넥슨이 서비스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주로 저연령, 청소년 층이 즐기는 게임으로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넥슨은 셧다운제의 빌미를 제공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 의지나 게임문화 개선에 대한 노력이 미미해 비난을 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4월 ‘게임 과몰입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문화부는 당시 안전한 게임이용 환경구축 등 총 5개의 주요 대책과 관련 세부 정책들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에는 안전한 게임이용 환경 구축을 위해 ‘피로도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심야시간 청소년 셧다운제를 일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밝힌 셧다운제에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바람의 나라’ 등 넥슨 게임을 겨냥한 것이었다. 사실상 셧다운제 실시 단초를 넥슨 게임이 제공한 셈이다.


 실제로 여타 국내 게임업체들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미성년 유저 층의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네오위즈게임즈의 ‘피파온라인’, NHN의 ‘테라’와 같이 메이저 업체들의 간판작들은 20~30대가 주요 유저층인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중견ㆍ중소업체들의 대표 작품들도 대부분 20~30대층을 타깃 유저층으로 겨냥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성인층이 미성년층에 비해 구매력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 타 업체는 덤으로 엮여


 넥슨 게임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로 시작해 ‘던전앤파이터’나 ‘서든어택’ 등 인수합병으로 얻어진 작품까지 미성년층 시장을 석권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타 업체들은 이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은 드물다. 이미 오래전부터 넥슨이 미성년 층을 장악해 이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셧다운제와 관련해 두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셧다운제가 사실상 넥슨 게임에 해당된다는 점과 또 하나는 다른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셧다운제의 영향이 적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은 셧다운제 실시가 자사 수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성인층이 주요 유저층으로 구성된 게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는 셧다운제 관련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일부에 불과한 미성년 유저 층의 심야시간 유입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여타 업체들이 셧다운제 시스템 도입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비용을 써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상당수 업체들은 셧다운제로 인해 넥슨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일부 유저 층 때문에 시스템 도입에 대한 ‘쓸데없는’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


 엔씨소프트, NHN 등은 강제 셧다운제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 17일 자정부터 먼저 적용키로 했다. 또 CJ E&M과 네오위즈 등은 셧다운제가 시행되는 20일 자정부터 시스템을 가동했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일부에 불과한 미성년 유저들 때문에 셧다운제 관련 시스템을 구비하느라 비용과 인력이 낭비된 셈”이라며 “하지만 넥슨은 셧다운제에 대한 빌미를 제공해놓고도 이에 대한 대책은커녕 게임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하는 것이 없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 학무모 단체서도 경계


 한편 자녀들의 게임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넥슨 게임은 경계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지스타가 열린 벡스코에서는 부대행사의 하나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게임문화교육이 실시됐다. 부산 지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열린 이날 교육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넥슨 게임과 관련해 정보를 교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교육에 참가한 한 학부모는 “그전에는 게임에 대해 잘 몰랐지만 최근 정보를 수집하면서 적어도 게임 이름과 플레이 방법 정도는 알게됐다”며 “아들이 ‘메이플스토리’를 하고 있는데 많은 신경이 쓰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민단체와 학부모 사회에서도 최근 셧다운제를 기점으로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녀들이 즐기는 게임에 대한 정보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넥슨게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아이들이 주로하는 게임은 ‘메이플스토리’와 ‘서든어택’이 대표적”이라며 “이 가운데 ‘메이플스토리’는 중독성에서, ‘서든어택’은 폭력성과 관련해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넥슨 사회공헌도 한다고?>


대부분 형식적 행사…‘효과 미미’

네티켓 수업서 게임은 들러리…직접적ㆍ체계적 활동 실종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즐기고 있는 게임은 대부분 넥슨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에는 소극적이어서 이미지 쇄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넥슨 게임들이 셧다운제 도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대국민 캠페인이나 자성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 업계의 눈총을 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넥슨이 현재 실시하는 사회공헌, 교육활동은 셧다운제와 무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 셧다운제와 관련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빈번해지고 있음에도 넥슨은 이와 거리가 있다.

 

넥슨의 대표적 교육활동인 ‘기분 좋은 네티켓 수업’은 매년 전국 20여개 초·중학교에서 실시되는 사업이다. 지난 2007년부터 실시한 이 사업은 인터넷 예절과 언어 사용법, 올바른 게임 활용법,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결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교육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넥슨의 경우 무리한 이벤트 등 매출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게임업계 전체를 위한 일에는 매우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넥슨이 최근 2011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사회공헌우수기업상을 받았다”며 “주최측이 어떤 기준으로 이 상을 수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넥슨이 이를 계기로 청소년과 학부모 뿐만 아니라 게임계를 위해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 위에>

전문경영인 부재로 문제 생기면 ‘우왕좌왕’

 

김정주 회장 수직적 지배구조…경영전략보단 수익이 우선 

 

 넥슨이 셧다운제 도입에 단초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타 산업의 경우에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업계 전체가 나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유독 게임계는 이러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넥슨에서 정작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넥슨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타 업체들이 나서기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넥슨이 이같은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오너십이 부족한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오너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고용 사장이 오너의 눈치를 보다 보니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업분위기에는 최대 주주인 김정주 회장의 경영스타일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 회장의 경우 세세한 사안까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CEO들이 눈치를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 매출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여러 작품에서 경쟁적으로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고객 서비스 보다는 매출확대를 우선시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진단이다.

 비근한 예로 올 들어 ‘서든어택’ 재계약 사태, ‘마비노기영웅전’ 표절 논란, 장시간 서버점검 등 각종 문제들이 불거졌지만 무대응 또는 입장번복 등으로 대처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위기관리에 유연하지 못한 이유로 수직적인 경영 시스템과 전문경영인의 부재를 꼽고 있다. 넥슨의 지배구조를 보면 김정주 회장과 부인 유정현 이사가 넥슨의 지주사 NXC의 지분 69.65%를 보유하고 있다. 또 NXC는 넥슨재팬의 지분 78.77%를 보유하고 있으며 넥슨재팬은 넥슨코리아, 넥슨아메리카를 지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지주사 체제의 ‘줄세우기’ 시스템으로 사실상 김정주 회장 일가의 독점지배구조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서민 대표 체제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개발자 출신인 서 대표가 다양한 경영전략을 구사하기 보다는 이미 검증된 부분유료화 등 수익강화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넥슨은 지난 1999년 게임업계 최초로 온라인게임의 부분유료화 과금 방식을 개발해냈지만 1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주수익원은 이같은 유료 아이템 판매에 매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넥슨은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는 행위를 일컫는 이른바 ‘현질’ 게임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출 1조원에 다가선 넥슨이 위기관리 문제와 셧다운제와 같은 내우외환을 매끄럽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른바 ‘코묻은 돈을 버는’ 넥슨의 이미지는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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