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메이플’ 등 넥슨 작품이 도화선


반복되는 업데이트ㆍ이벤트에 ‘동심’ 무너져…일각 자성론 불구 나몰라라 ‘매출’ 혈안

 

 20일부터 ‘셧다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그동안 이 제도의 도입을 막아보려던 게임업계의 노력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셧다운제가 왜 도입됐으며 이 제도를 폐기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책임론’과 ‘자성론’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셧다운제 도입을 주도해온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이 게임으로 인해 폭력적이 되는가 하면 지나치게 몰입해 공부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강제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폈고 결국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통해 이를 관철시켰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셧다운제가 지나치다고 반대했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힘에 밀려 결국 여가부와 셧다운제 도입에 합의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게임계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여론에 질질 끌려 다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셧다운제 도입을 반대할 만한 논리를 갖지 못하는 등 명분쌓기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렇게 된 것은 청소년 과몰입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으며 이를 자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했는가에 대한 게임계 컨센서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근본 원인부터 밝혀야


 셧다운제가 시행됨에 따라 업계와 일부 문화단체에서는 이 제도가 청소년들의 자유를 침해하며 학부모들의 역할까지 제한시킨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셧다운제에 대해 사후약방문격의 조치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셧다운제 도입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게임업체에 대한 책임론을 분명히 하는 것은  향후 벌어질 또다른 일들에 대한 사전 경고와 자성 차원에서 반드시 책임자를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부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여가부가 셧다운제도를 밀어붙인 이유는 초, 중 생의 게임 과몰입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게임과몰입현상을 나타내는 초등학생이 전국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초, 중생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놀거리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게임은 청소년들이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오락거리다.

 

또 게임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시간을 투자한 만큼 레벨이 성장하고 실력이 늘기 때문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아직 자제력이 부족한 일부 청소년들이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가부의 셧다운제 도입 조치는 그동안 게임계가 과도하게 게임에 몰입하는 유저들을 관리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다 중독성을 띄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더 많다. 그러나 초, 중등학생용 대상 게임이 비교적 많은 넥슨의 경우 과몰입 유저가 타 회사에 비해 많은 편이다. 

 

# 넥슨 게임이 대부분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온라인 게임은 ‘리니지’ ‘아이온’과 같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서든어택’과 같은 슈팅게임(FPS), ‘카트라이더’로 대표되는 캐주얼 게임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중 다중접속(MMORPG, MORPG)과 총싸움류(FPS)가 게임중독 상담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장르라고 지적한다.


이중 넥슨의 대표 게임들인 ‘서든어택’은 FPS,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는 MMORPG와 MORPG에 해당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초등학생 때 ‘메이플스토리’와 ‘카트라이더’를 하고 중, 고등학생 때 ‘던파’와 ‘서든어택’을 한다”는 말들이 돌 정도다 .


이처럼 넥슨 게임은 장르를 불문하고 청소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던파는 단일게임으로는 최초로 페스티벌을 개최할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하며 희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반나절 이상을 게임에 몰두하는 유저도 적지 않다.


게임순위를 봐도 이같은 현상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최근 인기순위를 보면 ‘서든어택’이 2위, ‘메이플스토리’가 4위, ‘던전앤파이터’가 5위 등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 책임지지 않는 풍토가 문제


최근 자녀들의 게임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넥슨 게임은 최우선 경계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와 학부모 사회에서도 최근 셧다운제를 기점으로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녀들이 즐기는 게임에 대한 정보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넥슨게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아이들이 주로 하는 게임은 ‘메이플스토리’와 ‘서든어택’이 대표적”이라며 “이 가운데 ‘메이플스토리’는 중독성에서, ‘서든어택’은 폭력성과 관련해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넥슨 게임들이 학부모 사이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넥슨 측은 청소년들의 과몰입을 막기 보다는 지속적인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오히려 과몰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용 게임이 많지 않은 타 업체들 마저도 셧다운제로 인한 매출 손실을 입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게임계는  넥슨측이 앞장 서서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지만 넥슨은 오히려 자제는커녕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끊임없는 이벤트로 청소년들을 끌어 모으는데 안간힘을 썼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셧다운제가 도입된 것은 과몰입이 강한 몇몇 작품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일본 파칭코업체들은 매출이 지나치게 높게나오면 이용 대상이 성인임에도 불구 스스로 매출 목표를 낮춰 잡거나 영업일시를 줄이고 있는 데, 국내업계 특히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게임을 갖고 있는 넥슨은 이를 무시했다 ”고 말했다.


  이를테면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자제해야 할 업체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전후좌우를 살피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길만 내다보고 달렸다는 것이다.  결국 셧다운제 시행을 불러온 책임은 게임계에 있지만 그 책임의 중심에는 넥슨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셧다운제를 불러온 산업적ㆍ역사적 책임론에서 넥슨이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민단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사회적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그런 분위기를 무시하고 매출에 혈안이 된 일부 게임업체들이 있었다”면서 “이런 게임업체들이 있는 한 내일의 게임산업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최승호 기자 midas@thegames.co.kr]
<관련기사 4면, 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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