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잔치를 끝낸  마당은 마치 겨울 바다처럼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언제 그렇게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는지를 되물어 봐야 할 정도로 적막하다. 그래도 신명이 났던 잔치의 여운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머리에 갈무리되고 가슴에 맺혀,  그래서 또 한해의 밑거름이 되고 자양분이 된다 하지 않던가.


 게임계의 가장 큰 이벤트로 꼽혀 온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와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이 최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큰 잔치인 때문인지 아니면 더 높게 비상하려는 움직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독 말들이 많았던 해가 아닌가 싶다. 


  그런 말들을 종합해 보면 이랬다.  먼저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대한 소회가 컸다는 점이다. 이 상의 제정 필요성을 주창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당사자이기에 이에대한 평을 내놓기가  좀 조심스럽지만 여론을 종합해 보면 이젠 명실공한 정부 행사로 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특정 매체와 공동 주최로 돼 있어 공공성과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영화계의 대종상처럼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절차와 형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얘기는 아니다. 그동안의 공적을 다 잊어버리고 내팽개치라는 얘기일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다가는 언론계의 고질병인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일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담아내는 그릇을 더 키우는 등 보다 외연을 넓혀 보면 어떨까 싶다. 그게 정 어렵다면 예전처럼 별도의 일정을 따로 잡아 행사를 갖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올해만큼 지스타를 둘러싼 잡음이 무성한 때는 없었다고 할 만큼  말들이 많았다. 벌써 7회째를 맞이 했는 데도 도무지 행사를 이끌어 가는 힘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주류다. 뒤집어 보면 매끈하게 전시회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인 셈인데, 왜 그런 소리가  해마다 나오고 있으며, 그런 불만의 소리가 더 크게 이어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나왔지만  그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지적은 경륜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반복해선 곤란하다. 그럼에도 똑같은 실수를 되새김하듯 반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진흥원 내부의 잦은 보직 변경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으나 그 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꼬집는 이가 더 많다. 예컨대  업종별로 나눠진 조직이 아니라 업태별로 구분돼 있어 세세한 업종 업무의 경우  놓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업태별로 조직이 파워를 내려면 타부서와 유기적인 관계가 전제돼야 하고 신속한 움직임이 뒤따라야 한다. 또 직급보다는 직책에 의해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하고,  특히 해당 분야에 관한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외형적으로 보면 아주 심플하고 그림으로 보면 매우 예쁜 그림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직 형태는 민간 기업에서 조차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공기업· 단체들은 대부분  업종 중심의 수직적 조직을 선호한다. 약점인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데다 유기적인 업무체계 대신 일사분란한 행정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진흥원의 현 조직은 예쁜 그림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스타에 대한 잡음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만큼 훌쩍 커버렸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를 테면 그동안은 대충 봤는데 지금은 관계자들이 엄격한 잣대를 갖다 대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세계 3대 게임 전시회로 발돋움 하기위한 성장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결정적인 실수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로 불려온 E3가 규모를 축소하고 비지니스 중심의 이벤트로 전시회의 성격을 바꾼 것은 오프라인 행사의 퇴조 기미를 반영한 때문이 아니라 전시회 운영을 둘러싼 클라이언트들과의 마찰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큰 잔치 뒤엔 꼭 다툼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호미로 막을 일을 방치하거나 키워서 가래로 막을 이유는 더 더욱 없다. 잠시 무대 밑으로 내려와 관객의 입장에서 무대를 바라보려는 노력은 나쁘지 않다. 더욱이 문제점을 까마득히 몰랐다면 몰라도 들여다보듯 알았으니 고치면 될 일이다. 


  병가지상사라고 하면 사안의 긴요성을 무시하고 너무 희화화한 것일까.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는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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