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일본 휴대폰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가 올해 첫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의 말을 인용한 일본경제 신문들의 잇단 보도가 연일 화젯 거리가 됐다.

 
  휴대용 게임기 업체인 닌텐도가 이처럼 첫 적자란 단어로 토픽이 되고 뉴스의 초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뒤집어서 보면 결코 적자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기업이 예기치 못하게 흑자를 내지 못한 채 고꾸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닌텐도에 대한 재계와 국민들의 신뢰가 어느 만큼인지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닌텐도란 기업, 일본의 대표적인 오뚝이 기업 중 하나다.  화투로 사업을 시작한 닌텐도의 기업 소사를 들여다 보면 오로지 게임에만 매달려 온 게임 전문기업이다.


 80년대 초 가정용 게임기기를 들고 나오기 전까지 닌텐도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메이저 그룹인 소니와의 소프트웨어 전쟁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이 거금을 들여 휴대용 게임기를 구매하기에는 상품성이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업 특유의 폐쇄성도 한몫했다. 소니와의 소프트웨어 전쟁에서 독점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끝내 밀려난 것은  오로지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쌓고 하늘을 찌를 듯한 오만의 바벨탑을 거두지 않은 탓이 컸다.


 한 길을 파고 매달리다 보면 해법이 나오는 것인가. 소니에 밀려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닌텐도에 기회를 안겨준 것은 DS시리즈와 닌텐도 위(Wii) 등 이른바 혁신적인 제품을 잇달아 개발해 선보인 때부터다.  기회를 잡은 닌텐도는 황금 듀오 라고 불리는 명작 타이틀 슈퍼 마리오와 포켓 몬스터 시리즈를 신제품에 얹혀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매년 2∼7조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는 초 우량기업으로 떠올랐고, 일본 젊은이들의 입사순위 1위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어린이 천국 미국에서만 무려 1억대 이상의 휴대용 게임기를 내다 판 유일무이한 기업이 닌텐도였다.


 올해 닌텐도의 영업 적자 폭은 전년대비 약 8천억원, 매출은 약 3조원 가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한때 ‘혼자만 잘 나간다’ 하여 ‘히토리 카치’라고 불리운 닌텐도가 이처럼 추락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엔화 강세로 인한 환차손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엔 적자 폭이 너무나 크다. 그렇다고 단순 매출 감소도 아니다. 휴대용 게임기에 대한 실증이 난 것도 아니다.


 권불십년이라고,  세 반전을 꾀한 2004년 이후 닌텐도는 그러나 질기고 질긴 그 폐쇄성을 던져 버리지 못했다. 철저히 감춰진, 그리고 퀘퀘한 냄새가 날 정도로 닫혀진 닌텐도의 문은 혁신이란 이름아래 그로테스크한 옷을 벗어 던지는 듯 했지만 끝내 그 옷을 버리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예고된 불행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 게임 플랫폼이 진화하고 젊은이,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가 대 혁명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와타 닌텐도 사장은 최근 투자실적 보고회 자리에서 투자자들에게 휴대용 게임기는 꼭 필요한 기기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입증해 보이겠다고 재기를 다짐했다. 연말 신규 타이틀이 동시에 쏟아지면 재무구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와타 사장의  발언에 대해 여전히 안이한 사고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의미를 깎아내리고 있다.


  닌텐도의 기업 폐쇄성은 스마트폰을 선보인 애플과 많이 닮아 있다.
 애플의 폐쇄성은 정보 통신업계에서는 다 알아줄 만큼 유명하다. 재밌는 사실은 애플도 이런 기업 성향으로 인해 한 때 기업 운명을 내 걸어야 했을 만큼 절체절명의 경영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란 오로지 창의성만을 무기로 삼는 CTO 겸 CEO가 있었다. 그는  그 결정적인 순간 마다 신제품을 들고 나왔다. 완벽한 개방형의 옷을 입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폐쇄형의 옷으로는 결코 컨버전스(융합)의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 옷을 벗어 던지려고 애쓴  인물이 그였다.


 그런 그가  새 옷을  챙겨 입고 승부수로 내 놓은 것이 다름 아닌 스마트 폰이었다.


 기업은 진화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옛 것은 다 던져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여편네만 놔두고 바꿀 수 있다면 다 바꿔야 한다는 발언의 진의는 기업이 폐쇄적이어서는 결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원 플러스 원’ 개념의 개량형 상품으로는 안주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애플이 기기의 대 혁명라고 평가되는 스마트 폰 개발에 매달리지 않고 아이팟의  개량형 정도에 역량을 집중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와타 사장의 발언대로 닌텐도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폐쇄 성향의 기업 풍토를 바꾸지 않는 한 닌텐도의 부활은 상당히 더뎌지거나 그 풀에 지쳐 쓰러질 가능성이 크다.
 닫혀진 기업 풍토,  일본 휴대폰 게임기업체인 닌텐도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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