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나” 지침 없어 '발만 동동'


시스템 구축 위한 시한도 촉박… 미성년 유저에 불이익 불가피할 듯


셧다운제 시행 10여일을 남겨둔 현재, 게임업계는 관련 시스템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시행이 코앞으로 닥쳤는데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생각지도 못한 시스템 추가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시행을 앞두고 게임업계 준비현황과 분위기를 살펴봤다.

 

 셧다운제 시행을 눈앞에 두고 게임업계는 최근 이를 위한 기술적 시스템 마련 등에 대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왕좌왕하는 인상이 역력하다.


셧다운제 시행에 대한 실질적인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데다 일부 게임은 기술적으로 시스템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셧다운제 준비가 사실상 ‘맨땅에 헤딩’이라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 방법 모르고 가이드 라인도 없다?


 셧다운제에 대한 시스템 마련은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게임업계는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구축 등으로 약 314억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오는 20일 셧다운제 시행으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회원 가입 시 '친권자 동의' 등을 위해 개인정보를 의무적으로 수집하게 돼 업계가 개인정보DB 시스템 구축비용으로 314억원을 추가로 들여야 할 것이라고 봤다. 한국입법학회의 경우 셧다운제때문에 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시스템 구축에 55억원, 개인정보보호 시스템 구축에 25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의견에 대체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셧다운제 준비과정에서 시스템 개편으로 인한 각종 장비구입, 인건비 등을 산정해보니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

 

새로운 개인정보 DB구축은 기존 게임포털에 친권자 동의와 같은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요소가 추가되면서 이에 대한 작업이 만만치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이로 인해 문제의 소지가 되는 것은 중소업체의 게임. 자금력이 앞선 대형업체들의 경우 셧다운제에 대한 비용 마련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버 하나 더 갖추는 것조차 상당한 부담이 되는 중소업체에게는 막막한 현실이다.

 여기에 게임 내부에 적용하는 시스템 역시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밤 12시에 임박해 게임 상에서 경고 또는 알림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12시 이후 미성년 유저에 대한 강제 종료 등은 방법이나 기준을 놓고 개발진 내부에서도 이견이 엇갈린다. 특히 서비스한지 오래된 게임의 경우 요즘 작품에 비해 ‘셧다운’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물리적 변화를 가하기가 까다롭다는 반응이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12시가 되기 전 카운트다운을 하고 유저가 종료하지 않을 경우 강제퇴장시키는 등 적용 방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반발을 사지 않는 대책을 마련하기란 힘들다”라며 “시스템을 탑재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구현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도권에서 셧다운제에 대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은 업계를 더욱 막막하게 하는 요소다. 변변한 지침 하나 없다보니 방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시행착오를 범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셧다운제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유에서 무를 창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업계는 정부에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표준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제도 시행이 채 한달도 안남은 현 시점에서 뚜렷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 24시간 전제로 판 아이템은 어쩌나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준비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점들로 유저들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료 아이템의 경우 적용 방법과 시한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라는 견해다.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 주요 수익 모델이 되고 있는 아이템은 거의 대부분 기간제로 운용돼 사용 시한을 갖고 있다. 현재 게임 내에서 판매되는 아이템들은 사실상 24시간 사용을 전제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셧다운제가 시행된다면 이런 아이템의 사용기간 적용에 문제가 발생한다. 성인 유저와 미성년 유저의 이중 적용에 따른 가격이나 기간 설정에서 어느 한쪽이든 불만을 제기하는 요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구입한 아이템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제도 시행 이전에 구입한 아이템은 셧다운제 시간에 사용할 수 없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근 이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업체는 제도 시행으로 인한 불이익은 소비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약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아이템 보상에 대한 기준과 방법과 절차를 마련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유저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업계에서는 셧다운제 시행 이후 미성년 유저들의 불이익을 보는 사례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심야시간대 게임을 즐기는 미성년이 적다는 점과 성인유저가 다수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관리, 운용이 필요한 웹게임이나 소셜네트워크(SNG) 게임의 경우 청소년들이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웹게임에서는 특정 시간에 자동 매칭 플레이가 발동된다. 만약 유저가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않으면 다른 유저들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또 경영, 육성 등을 중심으로 하는 SNG의 경우도 유저가 시간 나는 대로 접속해 운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웹게임과 SNG에서는 청소년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적용대상 역차별도 논란


 최근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한차례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블리자드는 셧다운제가 실시되면 기술적인 제약으로 인해 ‘스타크래프트1’의 심야시간 전면 차단을 실시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러자 여성가족부에서는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셧다운제 적용 제외 방안을 검토중이라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PC 패키지 게임에 대한 셧다운제 적용 제외를 골자로 하는 이 방안은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대해 김성벽 여가부 청소년매체환경과장은 “셧다운제 대상 게임가운데 PC패키지형 게임은 현실적으로 개인정보 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자칫 범주를 넘어서게 되면 논란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 게임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며 업계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여가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김금래 장관 주재로 게임업계 CEO와의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가부의 이같은 방침이 실현되면 PC패키지형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워크래프트3·디아블로2 등 블리자드의 대표적인 게임들은 셧다운제 적용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블리자드는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블리자드 측은 “적용 제외가 된다면 게임 접속 플랫폼인 구세대 배틀넷을 굳이 차단할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는 여가부가 역차별 정책을 펴는 것이라며 반발할 움직임을 보였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PC패키지형 게임을 대상에서 제외하면 사실상 범위가 모호해 지고 제도 시행 목적이 국내 업체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국내 게임업계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업계 분위기를 살펴봤을 때 셧다운제는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변수와 돌발상황이 야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제도의 껍데기만 만들어 놓고 내용은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되는 각종 혼선으로 인해 게임업계는 당분간 갈팡질팡하는 형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게임스 김윤겸 기자 gemi@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