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티격태격’, 업계는 ‘우왕좌왕’


불과 10여일 앞두고 적용대상ㆍ방법 놓고 ‘朝變夕改’ 이로 인해 시스템 구축 비용 ‘눈덩이’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이른바 셧다운제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세부 법 규정의 미비와 막대한 시스템 비용, 유저들의 일방적인 피해 등이 우려되면서 파행운영이 불가피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지난 9월 부처간 합의를 통해 게임산업진흥법과 청소년보호법을 개정, 이달 말부터 셧다운제를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열흘을 남겨둔 현재 여가부의 청소년보호법 시행규칙이 만들어지지 않는 등 기준이 없어 업체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또 여가부가 셧다운제를 빌미로 게임업계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밖에 최대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청소년 인증을 위한 시스템 비용도 업계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또 부분유료화를 통한 아이템 판매도 셧다운제가 실시될 경우 유저들의 재산상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하루 24시간을 사용할 수 있던 아이템을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6시간 동안 사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블리자드가 일방적으로 ‘스타크래프트’의 배틀넷을 차단키로 하는 등 셧다운제의 불똥이 성인 유저들에게 까지 번지고 있다.

 

# 세부 규칙 없어 ‘눈치보기’


셧다운제 시행을 앞두고 업계를 가장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법 시행에 따른 세부 규정들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시행령이 지금쯤 나와야 미리 준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부분유료화 게임의 경우 아이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토로했다. 기간제 아이템의 경우 24시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판매하는데 유저 입장에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사용하지 못한다면 재산상의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또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게임 홈페이지에서 로그인을 하고 스타트버튼을 눌렀을 때 실행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과 게임 중에 유저의 접속을 끊는 방법이 있는 데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가부 측은 “게임법 시행령도 일주일 전에 나왔다”며 “빠르게 진행하면 좋겠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쟁점이 되는 부분이 여러 개가 있고 이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부 시행규칙이 늦어지는 것은 여가부와 문화부 사이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플랫폼에 대한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화부와 여가부 간에 합의된 사항은 과몰입 가능성이 적은 플랫폼에 대해서는 제외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스마트폰은 셧다운제에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콘솔 게임이나 PC패키지 게임, 플래시 게임, 테스트용 게임, 기능성 게임 등은 아직 협의 중이다. 특히 콘솔 게임이나 PC패키지 게임은 온라인상에서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 여가부 이중규제 도마 위에


셧다운제가 시행될 경우 여가부의 영향력이 막강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령에 따르면 여가부 장관은 심야시간대 인터넷 게임의 제공시간 제한대상 게임물의 범위가 적절한 지에 대한 평가를 위해 게임업체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문화부와는 별도로 셧다운제를 위해 게임물 대상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가부 장관은 청소년, 정보통신, 게임, 교육, 상담, 의료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15명 이내로 구성되는 평가자문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이 위원회는 게임 중독성 평가기준 및 평가척도 타당성 검토, 게임 중독성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이 위원회가 향후 매우 게임 산업을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밖에 셧다운제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행하는 개인 정보보호정책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있다. 방통위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고 발생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해 개인정보보호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인터넷상 주민번호 수집 및 이용 제한을 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여가부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제 6조를 근거로 법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조항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관련 “연령 확인을 위해 게임사가 이용자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정도는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헌법소원 역풍도 변수


다음으로 셧다운제 도입에 필요한 게임업계의 경제적 부담도 이슈가 되고 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최근 셧다운제 시행으로 16세미만 청소년이 인터넷게임 회원 가입 시 ‘친권자 동의’를 위한 개인정보를 의무적으로 수집하도록 돼 있어 게임업계는 개인정보DB 시스템구축비용으로 300억원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한국입법학회가 조사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도입시 국내 게임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55억원, 개인정보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25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 단속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 문제해결을 위해 만든 셧다운제가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은 규제할 방법이 없어 결국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유저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블리즈컨2011’에서 셧다운제에 따라 한국에서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의 접속을 끊어버리겠다고 발표했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그 시간에는 온라인을 이용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문화연대와 게임산업협회의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도 법의 시행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문화연대는 셧다운제에 제기됐던 청소년들의 행복추구권 침해 및 이중규제 논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반면 게임산업협회는 게임업계를 대변하는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연대는 이번 소송을 위해 청소년과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을 모집하고 법리적 검토를 최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게임산업협회도 10여개 이상의 메이저업체와 회원사가 모여 이달 중으로 별도의 헌법소원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온라인 게임을 접속하는 것에 제한을 두는 법으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법을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더게임스 김성현 기자 ksh88@thegames.co.kr]


<관련 기사 4면, 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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