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이 만 명이 되지 않는 매우 작은 사립대학이다. 2000년에 문을 연 중국 장춘의 길림애니메이션대학에서는 올해로 6회째 국제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포럼을 개최하고, 7회째 중국국내 포럼을 열고 있었다. 약 30여개 나라의 학자들을 초청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치르는 국제포럼과 중국 국내 학자들 중심으로 치러지는 국내포럼 모두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면서, 듣고 보고 느낀 몇 가지를 적어본다.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 중국은 중국 최초의 우주정거장 텐궁 1호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작년에 발사에 실패했던 나로호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을까? 중국이 우주개발을 위해 미국에 있던 중국 출신 우주과학자를 정부차원에서 모셔와 국가지도자들이 계속해서 극진히 대접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중국은 1970년부터 15~20억 달러를 매년 투자하고, 일 년이면 80회 이상 발사를 한다는 뉴스의 보도가 더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길림애니메이션대학과 같은 작은 대학에 그들이 만든 캐릭터 모형을 전시하는 전시관은 물론 4D 체험을 할 수 있는 극장까지 있다는 것에 놀랐다. 또한, 대학이 설립한 게임회사를 운영하고, 상해에는 지사까지 두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리고 후진따오 주석이 방문하여 학교 발전을 격려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그리고 더 놀란 것은 강력한 자국 게임의 보호법률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지만, 알지 못했던 공격적인 게임 산업에 대한 지원책에 대해 들은 것이었다.


한편 세계적으로 개발력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 중소 게임업체들이 겪고 있는 자금난과 사전심의, 셧다운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진정 문화산업을 육성, 아니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번 방문을 전후해서 몇 차례 게임 관련 회의에 참석을 하면서 게임 자체와 게임 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이 정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평범한 일반인이 아니고 그런 회의에 참가해서 발언을 하는 분이기 때문에 더욱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게임 산업의 비즈니스모델 중 부분유로화 모델을 언급하면서, 어떤 산업에 속한 회사든 이익이 실현되어야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했을 때, 어떤 분이 ‘우리나라가 게임 산업까지 육성할 필요가 있나요?’라는 말을 했을 때는 정말 아찔했다.


또한, ‘게임’이라는 단어 앞에 ‘사행성’이라는 용어를 붙여서 마치 모든 게임이 사행성게임이라는 착각을 줄 수 있어서 이 용어는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와 함께 ‘도박’과 ‘게임’은 분리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을 때도 몇 분은 ‘게임=도박’ 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시는 듯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온통 게임 산업에 관한 부정적인 소식만 들리고 있다. 게임학계와 산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자신들도 반성해야 할 점은 반성해야 하겠지만, 2010년 한해에 하나의 게임 회사가 영화, 애니메이션 등 기타 문화 산업 전체가 수출한 액수보다 많은 수출을 달성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게임과 게임 산업을 21세기 주요 문화 산업으로, 아니 단지 하나의 학문과 산업으로 인정해 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중국의 인해전술과 물량공세가 이미 덮쳐오고 있는 이때에.

 

[이대웅 한국게임학회장(상명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rhee219@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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