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게임업체인 블리자드가 또다시 노이즈 마케팅으로 업계에 파문을 안겨주고 있다. 블리자드의  이런 행태가 결코 처음도 아닌데 , 왜들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느냐는 업계의 무덤덤한 반응은 비아냥 섞인 냉소적 표현보다 더 차갑고 무겁게 다가 왔다.

 

그런 반응에는 그들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기업이 아니더냐는 찢겨진 자존심과 국내 게임계를 아주 얕잡아 보고 그런 것이라는 블리자드의 오만함에 고개 숙이고 만 분통함, 그리고 그러한들 정부가 변변한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느냐는 블리자드에 대한 보이지 않는 적개심과 체념이 함께 묻어난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는 국내 정서를 마치 비웃듯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이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시각 차이인지 아니면 국내 풍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뻔질나게 네거티브한 방식으로 국내 게임 유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에대해 일각에서는 블리자드란 기업의 태생적인 한계로 인한 것이라고 문제 삼지만 글로벌 기업중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긍정적이고 깨끗한 기업으로 기억되고 성장하는 기업 또한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다지 설득력 있는 분석은 아닌 듯 하다.


 블리자드는 사실 회계 부정사건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업이었다. 아마도 비벤디 그룹으로 피인수될 때까지는 그랬다. 그나마 회사가 부도를 내지 않고 연명한 것은 한국에서 먹혀 든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크)란 게임 덕분이었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빅 히트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비벤디 그룹과의 인연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벤디 그룹으로 피인수된 블리자드는 때마침 패밀리가 된 액티비전과의 합병등으로 막강한 자본력을 구축하게 된다. 액티비전이 콘솔 게임쪽을 맡고  블리자드가 온라인게임을 전담하면서 개발력은 더욱 강력해 졌다. '디아블로'에 이어 ‘워크래프트’가 공전의 히트작으로 기록되면서 블리자드는 세계 온라인게임계의 챔피온으로 군림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블리자드 히트작의 잇단 조역을 담당해 온 사람들이 다름아닌 한국 게임 유저 들이란 점이다.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 그들의 일련의 시리즈물은 한국이 테스트 베드로 활용됐고 한국 게임 유저들은 그들의 먹이사슬의 목표와 대상이 됐다. 한국에서 실패한 게임은 국제무대에서도 크게 고전했다. 블리자드측은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나타났다.


  또 한국 게임 유저들의 ‘스타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e스포츠를 잉태하게 했고  e스포츠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한국 게임유저들의 블리자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그칠 줄 몰랐다. 오죽하면 블리자드에서 기침소리가 나면 한국에선 감기 주의보가 내려진다고 했을까.


 그런데 그들이 안겨다 준 건 오로지 게임뿐이었다. 엄청난 로열티를 본국에 송금하면서도 국내에는 인색하기 그지 없었다. 게임개발 투자는 물론  게임문화 환경 조성등을 위한 투자도 하지 않았다. e스포츠 종주국이란 자긍심으로 살아가는 e스포츠계엔  ‘스타크’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e스포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투로  그 사용료 지불을 요구했다. 협상 과정을 들여다보면 자긍심은 커녕 자존심마저 내팽개쳐야 했다. 비굴하고 처참했다.


 그들은 게임계의 언로마저도 뒤흔들었다. 노이즈마케팅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쥐꼬리만한 돈으로 생색을 내자 게임계 매체들이 춤을 춰댔고 장단에 놀아나지 않는 매체에 대해서는 광고 지원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게임계 여론은 양분됐고 시장질서는 극도로 혼탁해 졌다. 게임계를 바라보는 시민단체는 속도 모르고 국내 게임업체들을 나무랐고 게임 관련 단체는 블리자드에 의해 망가지고 허물어진 방죽 막는데 급급해야 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그들의 노이즈 마케팅은 누구도 자신들을  건들 수 없다는 무소불위의 오만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블리자드가 여기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자신들이야 그렇게 하고 나가면 그만이겠지만 그렇게 해서 망가지는 건 대한민국 게임산업계 , 국내 게임계의 풍토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게임계를 노이즈마케팅으로 들쑤셔 놓으면 그 수습을 위한 뒷감당은 몇 배로 더 힘들어 진다.  특히 게임 산업에 대한 대외 이미지가 구겨지고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는 시민단체와의 신뢰 쌓기에 멍이 들고 금이 가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언필칭 시장이 좋아졌다는 평을 듣기에는 아주 힘들지만 나빠졌다는 소리는 금세 퍼지게 된다.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릴 수 있는 게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블리자드의 노이즈 마케팅은 이쯤에서 그만 멈춰야 한다. 그것은 자신들의 기업에 먹칠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여파로  인해 게임 문화와  산업계 위상이 크게 흔들리거나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모인 편집국장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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